보이지 않는 저주파.소음...주민.가축 스트레스 증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5.01.19 10:18

[르포]영암 풍력 현장 가보니...

지자체.업체는 나몰라라, 공청회 한번 없이 설치

지난 5일(월) 세종시 기자실에서 취재활동 중인 기자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여기 영암인데요. 인터넷에서 기사를 보고 전화했어요. 풍력발전소가 들어선 뒤로 잠도 못자고,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요. 두통도 생기고..."

스마트 폰 건너편으로는 울먹이며 쉴 새 없이 한 여인의 울부짖음이 계속됐다. 그의 이름은 김영희 씨(62세)로, 이른바 녹색 간 갈등으로 불리 우는 풍력발전소 업체와 주민사이의 갈등 해법을 쓴 글<관련기사, 기자메모 12월 29일자>을 읽고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온 김에 바로 현장을 방문하기로 결정했고, 일을 마치고 오후 늦게 기차에 몸을 실었다. 영암 현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서대전에서 나주까지 2시간여를 달려야 했고, 나주에서 다시 자동차 편으로 40분을 더 가야 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전남 영암군 영암읍 한대리 마을, 금정면 연보리 냉천마을, 연소리 금오마을과 산대마을에 위치한 활성산 풍력발전 단지였다.

이 곳은 Y사가 모직으로 유명했던 ‘서광’이 운영했던 140만 평의 목장을 인수해 풍력발전기 20기를 가동하고 있었다. 풍력 발전기는 산태마을과 금오마을에는 1Km, 냉천마을은 0.89km, 각동마을은 0.65km 떨어져 있었다.

기자에게 전화를 한 사람은 발전기로부터 550미터 떨어진 (영암읍 각동길 39-15)에 곳에 살고 있었다. 다음날인 6일(화) 이른 아침, 그의 남편 임재열(65세) 씨가 나주역으로 소를 운반하는 트럭을 가지고 기자를 마중했다.

현장으로 가는 동안 임 씨는 자신이 40년 이상 소를 키워왔다며, 자신은 주로 시내에서 건축일을 하고 있으며 현재 집에서 20여 마리의 소를 키우는데 주로 아내인 김영희 씨가 관리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살고 있는 곳은 한대리라는 마을로 각동 상촌 평촌 3개의 소부락이 합쳐져 이뤄졌다. 그는 ‘각동’에서 살고 있었다. 각동은 총 6가구 13명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벼농사를 주업으로 고추와 2~3마리의 소를 키우는 집도 있었다.

집 간격이 보통 100~200m 거리인 강원도 산촌마을과는 달리, 각동 마을은 산속에 있으면서도 옹기종리 모여 살고 있었다.

그와 얘기를 나누며 한 대리 산모퉁이를 돌아가는데, 산 정상에서 커다란 쇠 젓가락 같은 것이 나타났다 사라 졌다를 반복했다. 풍력발전기 날개였다. 마을 입구에 다 달았지만,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미리 연락을 해둔 탓인지, 마을 분들 8~9명이 나와 있었다.

일단 현장을 둘러봤다. 산 능선을 따라 20대의 풍력발전기가 질서정연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각동 마을에서는 1기만을 제외하면 몇 기의 날개만이 보일 뿐이었다. 현장의 날씨는 아주 맑았는데, 조금 춥기는 했지만 바람의 세기는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속도 또한 그다지 빠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발전기로부터 550m에 위치하는 김영희 씨 마당 부근에 들어서자 ‘휙 획’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음이라고 느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불규칙적으로 들리는 소리가 귓가에 거슬렸다.

그의 거실 창문 밖으로는 풍력발전기가 아주 가깝게 보였다. 김씨는 "저 소리 때문에 잠도 못자고, 의욕이 없고, 어떻게 이 세상이 이런 일이 잇을 수 있을까. 우울증까지 걸린 것 같다."고 하소연 했다. 그의 집을 나와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는 최기례 씨(여, 69세) 집으로 갔다.

마침 서울에서 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최 씨의 둘째 아들 김선호 씨(45세)가 방학 중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내려와 있었다. 김 씨는 "실제로 마을주민이 의아해 생각하는 것이 풍력발전기 설치할 때, 공청회 등 동의가 전혀 없었다. 소리도 큰 편이만, 경관도 여기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마어마하게 스트레스다."고 말했다. 시집 온 지 50년이 다 돼 간다는 최기례 씨는 "일을 하다 보면 귀가 먹먹하고 저 소리만 들린다. 바람이 심하게 불 때면 ‘어글어글’ 앞산이 울어버린다(메아리친다). 여름이라도 밤이면 문을 꼭꼭 닫아야 하고, 휴대폰 약도 금방 단다"고 거들었다.

예전 구 서광목장에서 오랫동안 일한 적이 있다고 밝힌 김원중 씨(78세)는 "저녁에 자면 ‘ 꿍작꿍작’ 남서풍이 불면 잠을 못자. 조용할 때는 괜찮은데, 설비할 때 몰랐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충중 씨(73세)는 "어느 날 갑자기 포크레인이 작업을 하더니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이모양이 됐다. 끝까지 갈거다."고 덧붙였다.

김영희 씨는 "다른 지역 사람들이 오면 풍력발전기를 약하게 돌리는 느낌이 든다. 소음측정을 해 보자고 하는데, 하나마나 아닌가 생각된다."며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김원중 씨는 "대부분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늙어온 사람들이라서 다른데 가고 싶지는 않다. 가까운 곳으로 이주 시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충중 씨는 "최소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한기만이라도 없애줬으면 좋겠고, 방음시설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업체나 지자체는 일단 관련된 법적 절차와 평가를 거쳤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오히려 주민들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과학적 조사 실시를 협의하려고 했지만, 주민들이 무작정 거부했다고 밝혔다.

특히 업체 측은 주민들의 피해가 과학적으로 입증된다면 모든 요구들을 들어줄 수 있다는 반응이었다. 발전소가 들어서고 각 마을마다 다양한 형태로 마을발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에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들 피해를 모른척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그 피해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과학적 조사를 해야만 하며, 그 조사를 마을 주민들에게 함께 하자고 20여 차례 제안했지만, 거절당했기 때문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또 특정인의 경우 막대한 금액의 피해보상을 요구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업체역시 일부 마을 주민들의 피해가 과대포장 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업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풍력발전시설에서 발생하는 환경소음, 저주파음 등 주민들이 원하는 기준이나 방법을 업체 비용으로 추진할 수 있다."며 일단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본인이 하룻밤이라도 묵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해당지자체인 영암군에서는 소음을 측정하기 위해 측정업체와 함께 마을을 방문했으나, 주민들이 거부했다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법이 정한 것에 따라 공청회와 신문 공고, 자료열람, 환경영향평가 등을 다 마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언론사 취재를 계기로 업체 관계자와 하룻밤 자겠다"고 말했다.

풍력발전시설 건설시 환경영양평가를 담당했던 영산강 환경청도 평가결과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관계자는 "환경부 지침에 의해 제대로 평가를 했으며, 기준에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저주파 소음은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나, 현재 풍력에 대한 평가 기준에 들어있지 않고, 송전선로의 경우 60m 이상 떨어져 있을 경우 괜찮기 때문에 크게 문제시 될 것 같지 않다"며 "발전기 날개 색깔의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으나 항공기 운항 때문에 변화를 주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신재생 에너지인 풍력발전이 온실가스 저감과 환경보호 차원에서도 더 보급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제하고, 시골 주민 여건상 공고를 해도 못 볼 수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저주파관련 여러 논란이 있지만, 주민들 피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면, 정부차원에서 당연히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송찬영 기자 scy@


[외국의 예]두통 수면장애 등 잇달아
"소음.저주파 등 생태계 변화 관찰 필요"

지난 2009년 박영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사팀이 연구한 ‘풍력발전시설에서 발생하는 환경소음 및 저주파음의 영향’ 보고서는 국내 풍력 시장 현황과 당시 현장에서 주민들이 제기한 민원, 미국 네덜란드 일본 등에서 풍력발전과 관련돼 제기된 민원들을 연구한 보고서이다.

보고서는 풍력발전 시설이 건설되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을 인근 주민건강과 주변 생태계 영향에 미칠 수 있는 소음과 저주파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위시콘주에서는 자갈과 돌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고, 모든 문과 창을 닫아도 소리가 들리며, 매일 잠을 편하게 자지 못하고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두통이 있다는 민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서는 풍력발전기로 인해 영국 국방부가 레이더 전파를 교란시킨다는 보고가 있었으며, 일본에서는 멀미를 하고, 귀가 아파서 잠을 잘 수 없다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외국의 사례를 들어 주거시설 및 학교(정온시설)의 경우 풍력발전단지 중 가장 가까운 풍력발전기로부터 500m 이내의 경우 이주대책을 수립하며, 1.5Km 이상 떨어지는 것을 권장했다. 또 기존의 설치된 풍력발전시설의 경우 500m~1.5km 미만의 지역에서는 주민과의 협의 및 소음 저주파음의 현황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 사후영향평가 조사시 1km이내의 정온시설에는 소음 모니터링 장비를 두어 지속적인 관리를 하도록 하고, 거주민에 대해서는 분기에 한 번씩 설문조사나 건강검진을 통한 사후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를 진행한 박영민 박사는 "풍력발전시설 설치는 정온시설과 충분한 이격거리가 확보된 백두대간의 산간 일부지역과 해안으로는 남해안과 제주도가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송찬영 기자 scy@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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