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문화진흥단장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문화진흥단장 |
IT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공유하고 활용할 있게 되었다. 3D프린터, 레이저커터, CNC 조각기 등 디지털 공작기계들은 기존에는 산업현장에서만 사용되는 고가의 전문기계였지만 지금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기계가 되고 있다. 이런 것이야말로 제조업의 민주화이다. 덕분에 자신이 고안하고 만들어 사용하는 프로슈머나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까지 할수 있는 1인 창업가의 활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전통적인 소유의 개념도 변화하고 있다. 사실 사적 소유는 자본주의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였지만 소유라는 개념도 퇴색하면서 접속, 공유 등의 새로운 개념들로 대체되고 있다. 미국의 석학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일찍이 2000년에 <<소유의 종말>>이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 이러한 현상을 진단한 바 있다. 기술 발전과 자동화로 인해 지칠 줄 모르는 기계가 인간 노동을 빼앗는 이른바 ‘노동의 종말’ 현상에 주목했던 리프킨은 이번에는 전통적 자본주의의 소유 양식의 종말을 고했다. 그는 더 이상 ‘소유’는 필요하지 않으며 물건은 빌려쓰고 인간의 체험까지도 돈을 주고 사는 새로운 자본주의가 시작되고 있음을 갈파한다. 물질을 소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치를 추구하는 다양성의 시대가 되었고, 소유보다는 접속을 통해 가치를 누리고 공유하고자 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로렌스 레식 교수는 소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 빌려 쓰는 경제활동, 협력소비를 기본으로 하는 경제방식을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고 명명했다. 전 세계 숙박공유서비스인 에어비앤비, 정수기 렌탈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웅진 코웨이 등의 성공사례들은 공유경제의 폭발적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디지털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협업, 공유 기반의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른바 ‘메이커’들이 시대 변화를 이끌어가는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원래 인간은 자연에 순응해 살기보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을 능동적으로 만들면서 살아왔다. 인간은 만들고 창작하는 본능을 갖고 있으며 인간이 유무형의 산물을 만들어온 역사가 바로 인간 문화의 역사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팹랩, 무한상상실,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디지털 장비를 갖춘 메이커 스페이스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전국에 무한상상실만 50개가 넘고 창조경제혁신센터도 17개 광역시도에서 모두 개소했다. 누구나 관심과 열정만 있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계하고 바로 시제품을 만들 수 있다. 아이디어만 좋으면 인터넷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으로 투자를 받고 스스로 제조업자가 될 수도 있다. 발명가가 곧 기업가가 될 수 있는 시대다. 우리는 바야흐로 이런 변화의 시대, 메이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