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비윤리경영 비판 확산…“국토부 대체 뭐하나”
▲쉐보레 임팔라. 사진제공=한국GM |
한국GM이 미국에서 리콜된 임팔라를 국내에 들여왔다는 본지 보도가 나간 날인 4일, 한국GM은 미국에서 리콜된 임팔라는 국내와 무관하다고 국토부에 보고했다. 국토부 측은 "한국GM이 차량을 수입해 들여올 당시 문제가 되는 부분을 개선해 들여왔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김병수 한국GM 홍보부장도 "미국에서 리콜한 차량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공고된 내용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시피 국내에 수입한 임팔라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NHTSA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는 임팔라 리콜을 8월25일부터 실시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게재된 임팔라 리콜 정보.사진제공=NHTSA 홈페이지 캡쳐 |
한국GM 주장대로 라면 미국 당국이 리콜을 공지하기 한 달 전에 이미 임팔라 결함 사실을 알고 문제를 해결했다는 말이 된다. 이는 리콜 명령을 받기 전에 문제를 발견하고도 이를 숨기고 한국에 들여오는 차량은 결함을 수리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GM은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에 버금가는 부정행위를 저지른 셈이다.
리콜 차량을 국내로 들여온 것도 모자라, 거짓 변명까지 일삼자 한국GM은 임팔라 차주 등 소비자의 강한 비판에 직면했다. 임팔라 카페 회원은 "리콜 차량임을 알고도 아무런 통보 없이 정상 판매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회원은 "한국 소비자를 우습게 생각한다. 좌시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태에 대해 누리꾼들은 수입 판매 초창기에 임팔라를 인도 받은 소비자는 차량 상태를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사태에 대해 국토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8월 미국에서 임팔라 리콜이 실시됐을 때 국내도 해당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당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한국GM의 일방적인 주장을 확인 없이 수용했을 뿐이다.
한국GM은 4일 국토부에 보고한 ‘리콜 보고 지연 사유서’를 통해 "8월26일부터 판매가 본격 시작돼 보고가 지연됐다"고 밝혔다. 한국GM이 미국에서 임팔라 리콜은 국내와 무관하다고 거짓 변명으로 일관하다가 뒤늦게 리콜 보고가 지연됐다고 실토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도덕, 비윤리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호근 대덕대(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GM이 미국 당국의 리콜 공지 한 달 전에 문제 차량의 결함을 시정했다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이번 사건은 제조사인 한국GM의 비도덕적인 태도와 국토부의 안일한 대처기 빚어낸 참사"라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 업체가 규제 당국인 국토부 등을 등한시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며 "업체가 부담을 느낄 정도의 강력한 규제로 이런 문제는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GM의 임팔라 사태가 확산 조짐을 보이자, 업계 관계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행여 불똥이 튀어 판매량에 영향을 주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태가 채 해결되기도 전에 임팔라 사태가 터지자 소비자 불신이 더욱 두텁게 형성되는 것이다. 수입차 업체 고위 관계자는 "가뜩이나 폭스바겐 사태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인데, 임팔라 사태까지 터져 성수기인 연말 판매량이 걱정이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