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파리기후체제]②긴급 전문가 좌담회 "온실가스 자발적 감축의지...인류사 바꿀 터닝포인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5.12.16 07:48

좌담회4

▲파리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끝난 직후 본지는 15일 긴급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파리 기후체제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 인류의 삶을 바꿀 모멘텀이라고 판단하며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우리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가 합심해 기후변화대응과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중지를 모았다.사진은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 왼쪽부터 이성호 외교부 기후변화환경외교국장, 정태용 연세대 교수, 전의찬 세종대 교수 (사진=민원기 기자)

전문가들은 파리 기후체제가 사회구조, 산업체계뿐만 아니라 남북관계까지 우리나라의 모습을 폭 넓게 바꿀 모멘 텀이 될 것으로 봤다.

더불어 동남아시아 등 우리나라를 롤모델로 삼는 나라의 기대가 있는 만큼 국제적인 지위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본지는 13일(현지시간 12일) 폐막된 파리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진단하고 향후 우리 사회가 겪을 변화를 짚어보기 위해 긴급 전문가 좌담회를 15일 개최했다.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 파리 기후체제가 인류사를 바꿀 커다란 터닝 포인트로 판단하며, 우리 사회가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배양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전문가 좌담회 현장을 지상 중계한다.

<참석자>
△토론자=전의찬 세종대 교수, 정태용 연세대 교수, 이성호 외교부 기후변화환경외교국장
△사회=송찬영 신성장산업부장
△정리=안희민 차장
△사진=민원기 사진부장

송찬영 부장(이하 ‘사회’) - 이번 협정서는 전세계 195개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에게 구속력 있다는 점 등 몇 몇 항목이 기존 쿄토와 코펜하겐 의정서와 다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들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정태용 교수(이하 ‘정’) - 협정서가 체결됐지만 사실 끝나지 않았다.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가령, 선진국이 개도국에게 2020년까지 매년 1000억원을 조성해 개도국을 돕는다는데 과연 실현 가능한지 묻고 싶기도 하다.

분명 파리 총회는 성공한 행사라고 생각한다. 총회 직전 테러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파리 협정서를 끌어낸 프랑스의 외교력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올랑드 대통령이 총회 직전에 각국을 순방할 때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만나 5년 주기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 리뷰에 대해 동의를 받았을 때 나는 파리 총회가 성공할 것이라고 직감했다.

파리 총회에 참석한 우리 정부의 태도도 훌륭했다. 거의 100여개 가까운 세션이 열렸는데 1000여명이 넘는 우리 대표단이 거의 모든 세션에 들어 갔다.

너무나 많은 회의가 동시다발로 이뤄졌다. 세션마다 참석한 우리 대표단이 개도국을 설득하며 파리 협정서 타결에 일획을 담당했을 것이다.

이성호 국장(이하 ‘이’): 파리 총회의 특징은 아래에서 위로 의사소통(bottom up)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파리 총회 개최 이전에 각국은 자발적 감축목표(INDC)를 내 협상 타결 의지와 성의를 보여줬다.

오바마, 시진핑, 프란치스코 교황이 나섰고 프랑스도 전통적인 외교 강국답게 협상 타결에 노력했다.

전의찬 교수(이하 ‘전’)-파리 총회 직전 올랑드 대통령은 우리나라도 방한했다. 프랑스 대통령이 방한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은데 프랑스의 기후변화대응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었다.

자발적 감축목표를 제출하도록 한 것도 외교전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자발적 감축목표는 각국이 외부의 구속 없이 스스로 온실가스감축 목표를 세우는 일이다.

그물에 비유하자면 그물코가 큰 아주 느슨한 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걸려들었다.

파리 총회의 가장 큰 성과는 지구촌 곳곳에 기후변화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는데 있다. 파리 총회를 기점으로 일이 시작됐다고 본다.

이 : 파리 기후체제의 출범이 확정됐기 때문에 싫든 좋든 지구온도 2도 억제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류는 발걸음을 뗄 전망이다.

자발적 감축목표에 따르면 지구온도억제 목표가 달성되면 지구온도를 2.7~3도선에서 억제한다고 들었다.

일단 파리 기후체제에서 각국들은 2.7도 수준을 목표로 두며 첫발 떼고 5년 단위로 주기적으로 점검해 이번에 설정한 지구온도 상승 1.5~2도 목표를 향해 나갈 것으로 본다.

요컨대 점점 높은 수준의 목표를 향해 보폭을 좁히며 잰걸음으로 조여갈 것이다. 

사회 : 외신을 보면 일단 파리 협정서에 환영을 뜻을 표하고 있지만 실천방안에 대한 우려도 흘러 나오고 있다.

가령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는 파리 협정서가 국내 정치인, 기업인, 시민단체를 한데 묶어 기후변화대응을 실현할지 미지수라고 밝힌바 있다. 파리 협정서에 필요한 보완점은 무엇인가?
 
전 : 무엇보다 모든 정책 기획과 행동에 근거가 될 온실가스 통계가 통일된 기준과 제대로 된 방법으로 산출되기 희망한다.

가령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 수준이 7위라는 국제사회의 주장을 받아들이기엔 억울한 면이 많다. 우리보다 앞선 국가는 석유를 거의 무상공급하는 산유국이다.

산유국이 아닌 우리나라가 온실가스를 산유국 수준으로 배출한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

이와 다르게 20년 간 통계를 기반으로 최근 10년간 온실가스 누적통계를 내보면 우리나라는 10위로 기록된다.

통계는 기준과 지표를 달리하면 결과도 달라지는 마술인 만큼 정확한 온실가스 통계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정 : 단순히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7위라고 말하는 것보다 산업별로 세부 집계해 개별 전략을 내놓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런 것 없이 무작정 n분의 1로 계산한다면 적용받는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사회 : 온실가스 통계 산출을 위한 세계 공통으로 통용되는 기준은 무언가?

이 : 지금까지 통용된 기준은 1997년 수립된 교토 체제로 보면 된다. 교토 의정서에 따라 이 기준은 선진국 내에서만 통용돼 왔다.

이번 파리 협정서는 선진국과 후진국 모두를 구속하는만큼,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은 내년 5월 후속작업반 협상을 진행해 온실가스 배출목표(inventory)를 설정하는 등 국제적인 기준마련에 나설 전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준을 당사국들은 지켜가며 조화(harmony)를 이룰 것이라고 본다.  

사회 : 모두를 구속하는 파리 협정서가 체결됐다고 모두가 의미부여하는데 정작 국제적으로 통용된 기준을 정하지도 않고 합의했다는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각자가 산출한 기준이 달라 같은 수치도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는데 현혹된 것이 아니냐? 가령 지구온도 1.5도를 낮추기 위해 100만큼의 노력하겠다고 약속해도 실제 드는 노력은 제각각일 수 있다. 

정 : 파리 협정서 전문을 보면 능력을 키운다는 이야기(capacity building)도 있고 당사국 간 서로 속내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을 정도로 투명성(transparent)을 확보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내가 아는 한 투명성 확보가 협정문에 넣은 사례는 파리 협정서가 처음이 아닌가 싶다.

또 협정문엔 IPCC에게 지구온도억제 목표가 1.5도일때와 2도일 때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3년안에 특별 보고서(special report)를 내라는 말도 나온다.

나는 협정서에서 이 내용을 보며 이회성 IPCC 의장이 앞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룰을 만들고 협약 당사국들을 귀속(chain up)시키며 얼개를 만들어 5년 후 리뷰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파리 협정서가 의의를 가진다고 본다.
전 : 지구온도 억제 목표를 1.5~2도로 설정한 파리 협정서의 내용이 야심차다(ambitious)고 이야기한다. 이는 다른 말로 목표 달성이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와 같다.

혹자들은 이 조항에 강제성이 없어 당사국들이 지켜도 그만 지키지 않아도 그만이라고 회의를 품고 있다.

하지만 파리 협정서는 이미 자발적 감축목표치를 받는 등 능동성과 자발성을 강조해 강제성이 없더라도 지구온도 억제 목표치를 지키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사회 : 파리 협정서는 통계 부분이 미비하지만 일단 체결됐다. 파리협정서를 통해 당사국들이 취해야 할 조치가 있다면 무엇인가?

정 : 나는 1997년 일본 교토에서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릴 때 참석해 교토 협약이 탄생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 때와 파리 협정서가 다른 점은 파리 협정서엔 ‘기술’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파리 총회에 참석해보니 기술 세션이 많았다.

과거엔 기술을 다루며 단순히 이전(transfer)을 이야기했는데 파리에선 개발과 이전(develop & transfer)을 동시에 이야기하고 있다.

이 즈음에서 한가지 예언할 것이 있다.

지금 개도국에 펼쳐질 사업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녹색기후기금(GCF)이 설치돼 있는데 5년 안에 우리나라 에너지기술평가원, 산업기술평가원, 환경산업기술원의 역할을 하는 국제 기구가 생긴다.

즉, 기후변화대응과 온실가스감축 기술을 평가해 가치를 판단하고 지원 규모를 결정하는 기구다. 이 기구를 나는 편의상 ‘기술에 관한 GCF’라 부르겠다.

기후변화대응과 온실가스 감축 기술인들이 많은 만큼 ‘기술에 관한 GCF‘는 독자적인 실체(entity)로 인정받고 활동할 것이다.

사회 : 파리 총회에서 UN기후변화협약 기술메커니즘의 정책결정기구인 기술집행위원회(Technology Executive Committee)에 한국인인 녹색기술센터 성창모 소장이 위원으로 선출됐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기후변화대응과 온실가스 감축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전 : 이때까지 기후변화대응과 온실가스 기술이 제기능을 다하지 못한 이유는 경제적인 이득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존 협정서들은 분명 선의를 기반으로 집필됐지만 각론에선 지적재산권 기술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이와 달리 파리협정서는 재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기술지원 항목도 있다.

우리나라도 고유 기술을 활용해 개도국을 도와주며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

경제적 이득을 최대한 줄이며 진정성을 보여야 기술 이전을 통한 개도국 지원이 성공할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계산하기 시작하면 이미 세계도 계산한다. 성창모 소장이 중개자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 

이 : 파리 협정서 틀 안에서 기술 개발과 이전 체제가 마련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파리 협정서 이전에 BP 등 민간 에너지 기업들이 탄소가격제도가 필요하다고 정부 등 공공부문에 신호를 보냈다. 글로벌 연기금 등도 이미 석탄산업에서 발을 빼고 있었다.

이번 파리 협정서는 민간의 움직임을 공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기술을 개발해야한다는 공감대가 국제적으로 마련됐다.

사회 : 우리 산업계는 어떻게 생각하나? 분명 전통산업인 철강 분야와 에너지 신산업인 전지 분야가 파리 협정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것이다.

정 : 기후변화대응 활동을 한다는 명분으로 자국 산업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도록 내버려 두는 정부는 없다.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파리 협정서는 의사소통이 아래에서 위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가 발표한 포스트2020 신기후 체제에서 온실가스 감축량이 37%이며 실제로 줄이는 양이 25.7%라고 한다.

산업계, 시민단체, 일반시민이 모여 우리나라가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또 우리 고유의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7위라는 주장은 우리가 산출한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적용하지 못해 생긴 오답일 가능성이 크다.

몇 사람이 앉아서 산업 부문은 얼마, 발전이나 수송 건물 부문은 얼마하는 식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이젠 무의미하다.

전 : 좋은 지적이다. 배출권 거래제가 시작하자마자 기업발 18개 소송이 제기됐다는 건 정부-기업 간 소통이 부족하다는 걸 의미한다. 정부는 기업을 설득하는데 최선을 다해야한다.

우리 국민들도 기후변화 동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지만 정작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엔 둔감하다.

그간 기후변화대응과 온실가스감축에 대한 우리 정부의 태도가 상명하달식(top down)이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정부, 기업, 국민이 모여 허심탄회하게 말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에너지경제신문 안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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