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금융 러시] 금융권, 탈석탄 대열 합류…文정부 정책 호응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11.18 07:59

韓금융 기후금융 역행 지적…올핸 탈석탄 드라이브



한국판 뉴딜 등 정책과 조 바이든 당선으로 가속화



KB·신한 등 금융그룹 참여로 ESG 경영 속도

문재인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3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장기적인 추세는 탈석탄이 맞다고 본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석탄화력발전 투자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석탄화력발전 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는 앞으로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해외 석탄발전 투자의 경우 기업들 필요가 있는 만큼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하긴 했지만, 당장 정부의 탈석탄 기조에 공조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산은은 국내 공적 금융기관 중 석탄금융 지원 규모가 5번째로 많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후금융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올 들어 금융사들이 적극 참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기후금융은 일반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한 친환경 금융정책으로 이해된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친환경과 관련한 기업이나 프로젝트 등에 투자하는 금융기관들의 활동이다. 최근에는 여기서 더 나아가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리스크를 재무적으로 판단해 관리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최근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는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에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환경 보호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의 금융기관들의 경우 그동안 기후금융에 적극 나서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달 발표한 ‘2020 한국 석탄금융 백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국내 금융기관이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석탄발전에 제공한 금융 규모는 약 60조원에 이른다. 민간 금융기관이 37조4000억원(63%), 공적 금융기관이 22조2000억원(37%) 수준이다. 이중 국내 프로젝트에 45조원, 해외 프로젝트에는 10조7000억원이 각각 투자됐다. 2016~2017년 공적금융으로 해외석탄발전에 금융을 지원한 규모를 보면 한국(10억5700만 달러)은 중국(95억300만 달러), 일본(51억2500만 달러)에 이어 세계 3위다.

석탄금융

▲출처=2020 한국 석탄금융 백서.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최근에는 탈석탄 금융을 중심으로 한 기후금융 움직임이 금융권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내걸었던 ‘탄소 중립’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최근 그린 뉴딜을 골자로 한 ‘한국판 뉴딜’을 발표하며 국내 금융사들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판 뉴딜은 지난 7월 정부가 확정해 발표한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2025년까지 그린 뉴딜, 디지털 뉴딜, 안전망 강화란 세 개의 축을 중심으로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석탄 발전의 사업성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지난해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교육청이 탈석탄 금고를 선언하고 있는 것도 국내 금융기관들의 탈석탄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탈석탄 금고는 금고지정을 위한 평가항목에 금융회사의 탈석탄 활동 등을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금고 선점이 절실한 은행들은 자연스레 탈석탄으로 발을 옮겨야 하는 분위기다.

기후변화 리스크를 제도화하려는 움직임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해외 석탄발전소 사업과 금융지원 금지와 관련한 4개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금융당국은 녹색금융 추진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정책을 발표했는데, 탄소배출기업에 금융지원을 계속할 경우 금융기관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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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AP/연합)

여기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며 전 세계적인 기후금융 바람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0)를 실현하겠다는 기후변화 공약을 내건 상태다. 앞으로 4년간 청정에너지·인프라에 2조 달러를 투자하는 등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경제 활성화를 실현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 등 녹색 정책이 세계적인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2018년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이 국내 처음으로 탈석탄을 선언했고, 지난해는 DB손해보험과 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가 석탄투자 중단 선언에 동참했다. 그동안 공적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탈석탄 선언이 이어져 오다, 민간 금융사 중 처음으로 DB손보가 탈석탄에 동참하며 주목을 받았다.

올해는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 삼성생명·삼성화재 등 5개 삼성 금융사가 탈석탄 금융대열에 합류하면서 기후금융 바람을 본격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은 그룹의 모든 계열사에 대한 석탄 투자를 관리하면서 ESG 경영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등은 백서에서 기후금융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정부가 관련 정책에 더욱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정부는 공적 금융기관의 국외 석탄발전소 지원 금지 정책을 조속히 만들고, 이미 계약이 체결됐거나 진행 중인 금융지원은 단계적으로 철회하는 계획도 담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강력한 탈석탄 로드맵 수립, 국외 석탄금융 지원 금지법 외에도 금융시스템을 기후금융, 녹색금융, 더 나아가 지속가능금융으로 나아가게 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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