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7 집중 투자서 탈피…테마형 종목으로 분산 가속

▲뤼튼.
서학개미의 투자 지형이 바뀌고 있다. 절대적 지위를 누리던 테슬라·엔비디아 등 '매그니피센트 7(M7)' 종목들이 아직 보유 상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실제 매매 흐름에서 새로운 주도주가 부상하고 있다. 팔란티어와 서클, 코인베이스 등 디지털 자산 및 AI 테마주들이 거래대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외화증권 보관금액 기준 3위는 팔란티어A(45억9500만 달러)로, 애플(42억2100만 달러)과 마이크로소프트(33억8400만 달러)를 제쳤다. 결제금액 기준으로도 94억2300만 달러를 기록해 회전율이 매우 높은 종목으로 떠올랐다. 작년 말 8위에서 6개월 만에 다섯 계단 오른 수치다.
이달 7일부터 14일까지 집계된 외화주식 결제금액 기준 상위 50개 종목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두드러졌다. 서학개미가 가장 활발히 거래한 종목은 여전히 테슬라(총결제 10억6868만달러)였다. 하지만 그 뒤를 이은 상위권에는 팔란티어(8위, 2억9062만달러), 서클 인터넷(5위, 3억140만달러), 코인베이스(15위, 1억5798만달러) 등 디지털 자산 관련 기업들이 대거 포진했다.
단순 보유를 넘어 회전율 기준에서도 테슬라의 영향력은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테슬라는 이번 집계 기간 중 매도 금액이 매수 금액을 크게 웃돌며 실질적으로는 순매도 우위 흐름을 나타냈다.
반대로 테슬라의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TSLL)는 매수 결제금액이 3억6800만달러를 웃돌며, 매도(2억5700만달러)보다 1억1000만달러 이상 많은 순매수세가 유입됐다. 본주는 팔고, 레버리지 상품을 사는 방향성 분할 전략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디지털 자산 테마의 강세도 뚜렷하다. 서클 인터넷은 3억140만 달러, 팔란티어는 2억9062만 달러, 코인베이스는 1억5789만 달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약 5500만 달러의 결제금액을 기록하며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서클과 코인베이스는 5주 연속 순매수 흐름을 보이며, 단기 테마주를 넘어 핵심 투자 타깃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디지털 자산 관련 종목의 급부상은 미국 내 정책 환경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상자산 산업 육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데 이어, 미 의회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12만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가운데, 대표 스테이블코인인 USDC의 발행사 서클과 공동 운영사인 코인베이스에 대한 매수세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AI와 관련한 수요 역시 서학개미의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AI 기반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는 전통 빅테크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팔란티어 2배 레버리지 ETF(PLTR 2X ETF)도 22위(7130만달러)로 별도 진입했다.
이외에도 AI 반도체 수요 증가로 수혜가 기대되는 오라클(46위, 4178만달러), CoreWeave(48위, 4075만달러), SoundHound(35위, 4902만달러), 아이리스 에너지(40위, 4515만달러) 등도 상위 5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서학개미의 이러한 '테마형 포트폴리오 이동'은 단기간 추세가 아닌 구조적 변화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의 M7 중심 투자 전략이 정체된 반면, 디지털 자산, AI, 반도체, 고배당 ETF 등으로 자금이 분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상위 50개 종목 중에는 레버리지 ETF(3배·2배 ETF), AI·디지털 인프라 관련 중소형주, 비트코인 채굴주, 클라우드·GPU 기업 등 테마형 종목이 대거 포함됐다.
국내 증시의 상대적 강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에 대한 서학개미의 의존도는 여전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가 미국 시장에 보유 중인 자금은 6월 말 기준 약 1250억달러(200조원)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세제 혜택과 상품 다양성, 글로벌 메가트렌드 반영 여부 등을 이유로 해외 투자 선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국내 주식보다도 특정 글로벌 테마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분위기"라며 “테슬라·엔비디아처럼 단일 종목에 집중하기보다, AI·디지털 자산·반도체 등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 분산 투자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