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부터 카드사 통해 소비쿠폰 신청
추가 비용·적자 예상에 마케팅 조용히
수수료 인하 요구엔 이례적 강경대응도
“결제가 많아져도 카드사에 이익 아냐”

▲서울 한 편의점에 붙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 안내문 모습.
정부가 총 13조8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이하 소비쿠폰) 지급을 앞뒀지만 카드업계에선 기대감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온다.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로 카드론이 제한된 상황에서 소비쿠폰 운영에 따른 비용마저 부담이 되는 경영상황에 직면했다는 목소리다.
업계 “소비쿠폰 마케팅 크지 않게"…연체율·카드론 축소도 부담
1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개인당 최소 15만원에서 최대 45만원 상당으로 지급되는 소비쿠폰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21일 신청에 들어간다.
지난주 카드사들은 행정안전부와 함께 소비쿠폰 관련 연결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쿠폰 신청과 사용에 차질이 없도록 전산적 채비에 나섰다. 쿠폰을 지급하는 행안부와 신청을 받는 카드사 간 시스템을 연결하는 작업이다.
카드사는 소비쿠폰 사용 진작을 위해 캐시백 등 마케팅 사업도 준비해 추진 중이다. 기본적으로 내수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도를 돕는 한편 소비쿠폰 지급에 결제 시 추가 혜택까지 제공해 카드사 결제와 수익성도 늘리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업계는 이번 사업에 대한 마케팅 규모를 크게 키우지는 못했다고 설명한다. 사업으로 얻게 될 기대수익이 많지 않아서다. 실제로 소비쿠폰 사용처가 연 매출 30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으로 국한되면서 예상 수익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카드업계는 소상공인 등 영세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을 꾸준히 인하해 온 가운데 올해부터는 전체 가맹점의 75%를 차지하는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 대상 수수료율을 0.4%까지 낮춘 상태다.
여기에 소비쿠폰 사업 운영을 위해 전산 개발 비용과 콜 센터 운영비, 추가 인력 비용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이번 사업에 따른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건전성 지표가 나날이 악화하고 있어 여유자금과 비용관리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실정에 카드사들은 사실상 소비쿠폰 사업 운영이 버겁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카드사의 연체율은 1.65%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소비쿠폰 사업을 위해 기존 업무 인력을 나눠 준비에 투입하고 시스템 등 전산관련 비용 등 추가로 부담한 부분이 있다"며 “연체율 등에 따른 건전성 대비도 해야하는 상황이기에 자금면에서 일정부분 부담이다"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드론 영업 축소 지시에 그나마 실적을 지탱해오던 주수익원도 이번달부터 손발이 묶였다. 지난 1일 금융위는 카드론이 신용대출 한도 규제에 포함된다는 내용의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카드론을 포함한 차주의 신용대출 한도가 연 소득 이내로 줄게 되면서 사실상 소득 초과 대출을 받는 고객이 대부분인 카드사들은 대출이 크게 축소한 상태다. 업계는 규제 이전 대비 카드론 이용이 반토막 이상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수수료 인하 요구한 정부에 면담…“소비쿠폰 사업 이익 보기 어려워"

▲정부가 총 13조8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이하 소비쿠폰) 지급을 앞뒀지만 카드업계에선 기대감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온다.
이에 카드사들은 새 정부 들어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정부가 소비쿠폰 지급을 앞두고 카드사들에게 소상공인 가맹점 수수료를 추가로 인하해 달라는 주문을 내린데 대해 반기를 든 것이다. 정부는 결제액 증가에 따라 이익을 보게 되는 카드사가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이번 사업이 수익을 보는 구조가 아니기에 더 부담을 지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단 뜻을 표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꾸준히 인하된 가맹점 수수료로 인해 이미 거래가 늘수록 이익보다 마이너스를 걱정해야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본업 수익성은 사실상 포기한 상태인데 여기서 소비쿠폰 사용 대상인 소상공인 수수료를 더 낮추는 게 현실적으로 무리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결제가 많아지는게 카드사에 이익이 된다고 보는 구조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이번 소비쿠폰의 거의 모든 결제가 소상공인 업종에서 이뤄진다"며 “대다수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가 이미 수수료율 혜택을 받고 있는 데다 소비쿠폰 사업 운영이 사실상 적자인 상황에서 카드사 이익을 나누라는 말은 이해하기 어려운 주문"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는 현재 연 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 가맹점을 대상으로도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 중이다.
나아가 업계는 그나마 판매관리비 축소 등 내실경영을 통해 막아왔던 실적과 자산건전성의 악화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까지 도달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카드사는 순이익과 총자산순이익률(ROA)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 하락 추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발간한 상반기 산업점검 보고서에서 “카드사의 자산건전성 저하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며 “경기부진, 가계부채 부담과 정책요인에 따른 성장성 위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