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 상한제’ 기준선 저울질...현대차·테슬라 등 상황 예의주시
내년부터 내수 판매 전기차 대폭 확대...국산·수입차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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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 전동화 차량을 충전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국내 시장에 전기차 신차를 쏟아내겠다고 예고한 완성차 업계가 정부의 보조금 정책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년부터 특정 가격 이상 전기차에 구매 혜택을 없애는 ‘보조금 상한제’가 도입되지만 기준 금액 등 구체적인 윤곽이 아직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기차가 보조금 없이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든 구조라 향후 제조사간 경쟁 구도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 전기차 판매사 운명 가를 ‘보조금 상한제’ 여전히 안갯속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1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내년에만 전기차 10만대를 추가 보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11월까지 누적 등록된 전기차가 13만 4000여대에 불과한 만큼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시장에 활기가 돌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현재 3만 3000기 수준인 전기차 충전소를 내년 3만 6000기, 2025년 4만 5000기로 늘린다는 구상도 발표했다.
다만 아직까지 전기차 구매 시 제공하는 보조금의 지급 방법과 범위는 확정되지 않았다. 완성차 기업들이 눈여겨보는 변수는 ‘보조금 상한제’다. 정부는 지난 10월 ‘미래자동차 확산 및 시장선점전략’을 제시하면서 일정 가격이 넘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22일까지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내년 초께 상한액을 공표할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보조금 상한제’ 기준선이 6000만원 정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테슬라 모델3의 가격은 5500만~7500만원 수준이다. 올해 국내에서 팔린 전기차 중 40% 가량을 차지하는 차량에 내년부터는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정한 내년도 전기차 국고보조금 최대 지급액은 올해보다 100만원 줄어든 대당 700만원이다. 지방자치단체 혜택까지 더하면 차량 구매 시 1000만원 안팎의 할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실제 올해 테슬라 모델 3를 구매한 이들도 지역별로 1300만원 가량의 보조금을 챙겼다.
전기차 제조사들이 보조금 상한선을 발표할 정부의 ‘입’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배경이다. 만일 주력 차종 가격이 해당 상한선을 넘길 경우 가격 경쟁력 훼손과 판매 감소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당 1억원을 넘나드는 사치 성격이 강한 전기차 구매자에게 혈세를 몰아주는 것은 말이 안되는 얘기"라면서도 "그 기준선을 어디로 정하느냐는 이와는 또 다른 복잡한 문제"라고 짚었다.
◇ 내년부터 전기차 신차 ‘빅뱅’···현대차·테슬라·폭스바겐 등 ‘긴장’
완성차 기업들은 내년부터 국내 시장에 전기차 신차를 적극적으로 투입하기로 계획을 짜둔 상태다. 당장 굵직한 신차만 10여종이 쏟아진다. 현대차그룹이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해 선보이는 ‘아이오닉5’ 기아차의 신형 전기차 ‘CV’ 등이 대표적이다. 쉐보레도 볼트 라인업 확장을 구상하고 있고 폭스바겐, 벤츠, BMW 등 수입차 브랜드들도 본격적으로 한국에 전기차를 들여와 판매한다.
정의선 회장이 직접 챙기는 것으로 유명한 현대차 아이오닉 5는 한번 충전에 500km, 5분 충전에 100km를 달릴 수 있는 차세대 전기차다. 현대차 뿐 아니라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E-GMP 기반의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보조금 상한제 한도 금액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5의 경우 출고가가 5000만원대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제네시스 차량은 6000만~7000만원대에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입차 업체들은 더 고민이 깊다.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아우디 E-트론, 재규어 I-PACE, 테슬라 모델 S 등은 대당 가격이 1억원을 넘어서는 고가 전기차다. 이들은 보조금을 ‘포기’한다지만 르노, 푸조 등 대중 브랜드 전기차들은 상황이 다르다. 폭스바겐 역시 내년부터 ID 브랜드 신차를 한국에 적극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의 ‘가성비 SUV 전기차’ ID.4의 경우 유럽 판매 가격이 6000만원대로 책정됐다.
한편 해외 주요국들도 전기차 보조금 지급에 ‘상한제’를 두고 있다. △독일 6만 5000유로(약 8800만원) △프랑스 6만유로(약 8100만원) △영국 5만파운드(약 7400만원) △중국 30만위안(약 5000만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