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환 칼럼] 국민에게 희망 키울 국정운영을

성철환 2021-01-0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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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새해의 막이 올랐다. 예년 이맘때면 저마다의 소망을 담아 한해를 그려보고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덕담을 나누기 바빴을 게다. 하지만 올해는 사뭇 다르다. ‘희망찬 새해’라는 상투적인 표현조차 생경하게 느껴질 정도다. 온 세계를 휩쓴 코로나 사태가 지난해 내내 국민을 괴롭히더니 세모(歲暮)를 앞두고 더욱 강화된 거리두기로 가라 앉은 사회 분위기가 해를 넘기고도 이어지는 탓이다.

코로나는 가히 모든 이슈를 집어 삼킨 블랙홀 같은 존재였다. 우리의 일상에도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사람이 모이는 곳을 기피하다보니 이른바 ‘언택트(비대면)’ 접촉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일부 기업문화가 개방적인 기업들만 시행하던 재택근무가 보편적인 근무행태로 확산됐다. 주거공간으로서 집의 역할 변화는 주택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대형 아파트의 인기를 되살렸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사실 이런 변화야말로 강력한 감염력보다 코로나 사태가 국민에게 더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4차산업혁명의 격랑을 관념이 아닌 일상에서 매일 체감하고 있으니 국민들로서는 당장의 삶뿐 아니라 미래의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미래 쇼크’라고 할만하다.

언택트와 디지털로 요약되는 이런 변화는 없던 현상이 새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던 변화의 흐름이 빨라지고 동력이 급속히 강화된 것으로 보는게 옳다.

백신과 치료제 등장으로 언젠가는 코로나 없는 세상이 오겠지만 결코 코로나 이전 삶의 방식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기술변화와 이로 인한 파장은 갈수록 깊이 우리의 삶속으로 파고 들고 국가와 기업, 개인이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코로나속에서 우리는 이미 그런 세상을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디지털과 전통산업,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대면 서비스와 대면 서비스간 승자와 패자가 뚜렷이 갈리는 모습 말이다.

변화가 두렵다고 19세기 영국에서 시행된 적기조례(赤旗條例)같은 시대착오적인 법을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코로나 이후 세계를 주도할 국가로서 입지를 단단히 하고 국민 모두가 낙오자없이 경제적 성과의 열매를 고루 나눌 수 있는 국가비전과 선도적인 전략 마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시대적 요구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느냐는 회의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요즘들어 현 정부 출범이후 최저치를 맴돌고 레임덕으로 평가받는 35%선까지 위협 받는 상황이 무엇 때문이겠는가. K-방역에 대한 자랑은 무성했지만 국민에게 희망을 키울 청사진이나 그것을 성취할 현실적인 해법 제시에 쏟는 노력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 국민의 눈에는 한푼 두푼 성실하게 모아서는 도저히 구입할 엄두를 못 내게 치솟은 집값,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날선 갈등만 잔뜩 부각됐을 뿐이다.

필자는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에 즈음한 칼럼에서 임기를 마친뒤 어떤 모습으로 국민에게 기억될 것인지 문 대통령에게 자문해보도록 주문한 바 있다. 기세 좋게 출발했지만 이제 종착점까지 1년 4개월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문 대통령 스스로 어떻게 평가할 지 궁금하다.

더구나 올해는 4월에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뽑는 큰 선거를 앞두고 있다. 대선정국으로 이어지면서 정치 과잉에 휩쓸려 온 나라가 자칫 방향을 잃고 표류할 수도 있다. 그렇게 세월을 허송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엄혹하다.

아무쪼록 새해는 지친 국민에게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비상한 각오로 국정운영에 심기일전해주길 기대한다. 사물을 보는 눈은 호랑이처럼 예리하되 소처럼 신중하고 묵직하게 걸음을 옮기라는 ‘호시우보(虎視牛步)’가 새삼 떠오르는 신축년(辛丑年) 첫날 아침이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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