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보다 급등한 천연가스"…도시가스·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질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1.14 15:29
2021011401000696300029812

▲천연가스 주배관

[에너지경제신문 신유미 기자] 아시아 지역에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례적인 한파에 따른 수요증가와, 주요 LNG 수출업체의 공급차질, 그리고 이용가능한 LNG 운반선의 부족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도시가스와 전기요금의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현물시장(JKM)에서 LNG 가격은 이번 주 MMBtu당 30달러선을 돌파했다. 조사가 시작된 2009년 이후 최고치다. 지난 8일에는 가격이 21.45달러를 찍으면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는데 불과 며칠만에 신고가가 경신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시아 지역의 LNG 현물가격은 9개월만에 가격이 18배 가량 뛰면서 비트코인 포함 모든 원자재 가격 상승률을 앞질렀다"고 평가했다.

천연가스 선물 가격과의 괴리율도 주목할 만하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시간) 2월 인도분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MMBtu당 2.73달러를 기록했는데 작년 최고가인 지난 10월의 3.35달러 대비 약 20% 빠진 상황이다.

2021-01-14_173004.jpg

LNG 현물가격의 급등한 배경에는 이례적인 한파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올 초부터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한파가 계속돼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중국 등의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활동이 비교적 활발해 원자재 수요는 그동안 강세를 보이고 있었다"며 "더 중요한 것은 동아시아를 강타한 추운 겨울 날씨"라고 전했다. 중국은 1966년 이후 유례없는 한파에 직면했고, 일본과 한국 유틸리티 업체들의 재고는 기록적인 속도로 고갈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천연가스 주요 수출국들이 생산능력을 유지할 수 없어 공급차질이 발생했는데 이는 결국 LNG 가격상승을 더욱 부채질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카타르, 호주, 노르웨이, 말레이시아 등에서 계획되지 않은 공급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천연가스 공급이 부족하다는 또 다른 배경에는 업체들이 LNG 운반선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부분에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주 석유업체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는 미국산 화물을 운반하는 LNG를 전세내기 위해 사상 초유의 하루 35만 달러라는 비용을 지불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어 "상품거래업체 트라피구라에서도 같은 비용으로 운반선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며 "이는 이용가능한 선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아시아 현물가격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급등하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울상이던 글로벌 거대 에너지 업체들이 엄청난 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지난 주 일본에 역대 최고가인 1억 3000만 달러에 LNG 물량을 판매했고 토탈은 트라피구라와 1억 2600억만 달러에 LNG 판매계약을 지난 12일(현지시간) 체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토탈과 트라피구라 계약은 39.30달러의 LNG 단가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로열더치셸, 셰니어 에너지 등 기타 업체들도 장기계약에 묶이지 않은 LNG 물량을 판매할 기회를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LNG 현물가격의 급등은 우리나라 도시가스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국내 발전사와 도시가스에 LNG를 공급하는 한국가스공사는 LNG 물량의 70%를 장기계약을 통해 확보하기 때문에 나머지 부분은 가격에 상관없이 현물거래로 통해 확보한다고 밝혔다.

한국가스공사측은 "한파로 인해 공급차질이 일어나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가격이 비싸더라도 현물시장에서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도 천연가스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아시아 현물가격을 좌우하는 한국, 중국, 일본이 모두 탈(脫)석탄을 골자로 한 탄소중립 정책을 선언했는데 LNG가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 연결시키는 가교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는 "현재 재고는 넉넉하지만 정부의 탈석탄 정책으로 천연가스 수요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물가격이 조만간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LNG 시장에서 현물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대부분의 천연가스는 국제유가와 연계된 장기계약을 통해 공급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에너지 무역회사 군보르의 칼페시 파텔 LNG부문 공동책임은 "시장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난제들에 대한 돌파구가 마련되면 가격은 정상범위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재 수준의 천연가스 현물가격이 무한정 지속될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않는다"며 "3월물 선물가격은 2월물에 비해 이미 절반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신유미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