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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용 건축사(아키조TV) |
필자도 어릴 때 방에서 급하게 뛰어나가다 문턱에 걸려 넘어진 적이 있는데, 그때 왼발 두 번째 발톱에 큰 충격을 받고 고통에 쓰러져 한동안 못 일어났던 기억이 있다. 그 발톱은 흔들거리며 빠질 뻔하다 어느 순간 다시 자리를 잡는 바람에 새로 돋는 것과 합쳐져서 두꺼운 발톱이 되고 말았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못생긴 발톱을 볼 때마다 그때 문턱이 없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라고 생각하게 된다.
문턱이 등장하는 속담은 여럿 있다. ‘문턱에 앉으면 가난하게 산다’, ‘문턱을 밟으면 재수가 없다’, ‘문턱 베고 자면 복 달아난다’ 등 문턱을 밟지 못하도록 잔뜩 겁을 주는 속담 투성이다. 좋다는 얘기가 하나도 없는 것을 보면 문턱이 상하지 않도록 무척 조심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사실 문턱을 밟지 말라는 말속에는 집을 아끼는 마음과 동시에 평소 생활 속 장애물에 대한 강한 인지를 통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자 하는 사람 사랑, 자식 사랑의 마음이 녹아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심지어는 ‘문턱에 여자가 서면 빨리 죽는다’는 속담도 있었다. 요즘에는 차마 상상할 수 없는 말이지만, 여인들은 각별히 몸 다치지 않도록 더 조심하라는 의미로 사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다 가도 문턱을 못 넘는다’는 속담은 아무래도 보통 사람에게 적용시키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한 걸음에 문턱을 못 넘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제 막 기어 다니는 어린아이를 보고 만들어진 속담일까 라고 생각해 봤지만, 금방 자라는 그 아이에게 문턱은 어느 순간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누구? 그렇게 곰곰이 생각해보니 꼼짝 못 하고 자리에 누워 지내는 장애인에게까지 생각이 미쳤다. 주변 사람의 수발을 받으며 지낼 수밖에 없는 장애인은 자신의 무기력함과 좌절감에 짓눌리며 평생을 살았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급박한 상황 때문에 아등바등 기를 쓰고 몸을 움직여 바깥에 도움을 청하는 일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 문을 밀어 재끼고 소리를 지르며 도움을 청했을 때 누군가 달려와서 화를 면하게 해 줬으면 다행이지만 불행히도 그러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다 가서 문턱 못 넘기’란 속담은 혹시나 이런 상황에서 생긴 것은 아닌가 생각하니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진다. 배려받기는커녕 그저 놀림과 조롱을 받으며 그렇게 눈물 속에서 한 많은 세상을 살지 않았을까. 이제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장애가 없는 사람이 그 불편함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나.
문턱은 문의 기능을 위해서 존재하지만, 때론 사용자에게 불편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요즘은 문턱 없는 여닫이문을 설치한다. 미닫이문도 문턱 대신 문 위쪽에 레일을 설치한 매달린 형태의 걸이문으로 만들어 쓰기도 한다. 주로 내외의 바닥 재료가 같을 경우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안팎의 재료가 달라진다고 해도 재료 분리대를 마감 높이에 맞춰 평평하게 설치하면 되니 문제없다. 그 덕분에 안전사고도 예방하고, 이동도 쉽게 할 수 있어 장애인에 대한 배려도 된다.
인생 살다 보면 여러 종류의 문턱을 만나지만, 사람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기술로 문턱 없는 문을 사용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어쩌면 미래에는 현재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문이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인생의 문도 문턱 없이 활짝 열려 어려움 없이 내달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선한 바람은 늘 이뤄졌었기에 그런 세상이 속히 오길 오늘도 기대하고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