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가격 1년 사이 30% 정도 상승
구리·은·니켈·코발트, 친환경 수혜 예상
전문가 "원자재 슈퍼사이클 재현 가능성"
▲구리. 픽사베이 |
최근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원활해지고 세계 각 국들이 부양책을 내세우자 국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돌면서 원자재 가격도 일 년 사이 30% 정도 상승했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 등이 친환경 정책을 내세운 만큼 원자재 수요가 더 늘어나 ‘슈퍼사이클’이 재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전날까지 거래된 원자재들의 가격이 전월과 전년대비 크게 올랐다. 전 세계적으로 산업 체질이 친환경으로 바뀌면서 구리와 은, 니켈, 코발트 등의 수요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구리 1t당 가격은 782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보다 1646달러(26%) 오른 가격이다. 산업 전반적으로 사용되는 구리는 실물 경기를 바로 가늠할 수 있다는 뜻으로 ‘닥터 코퍼(Dr.Copper)’라 불린다.
구리는 전기와 열전도성이 높기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 발전시설과 전력시설의 와이어, 케이블, 배관, 송전선 구축, 전기차 배터리 등에 쓰인다. 또 풍력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를 발전할 때 필요한 대규모 송전선 등에도 사용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앞으로 4년 동안 친환경 인프라에 2조달러를 투입하고 미국산 충력발전기를 6만대, 태양광 패널을 5억개 설치한다고 계획한 만큼 구리 수요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태양광 설비의 필수 원자재인 은의 경우 1t당 29달러로 지난해 평균가격보다 9달러(43%) 상승했다. 은은 높은 전도성이 강점인 만큼 태양광 패널과 PCB(인쇄회로기판) 등에 핵심 자재로 사용되고 있다.
□니켈과 코발트 최근 가격 동향
▲(자료=한국자원정보서비스) |
니켈과 코발트는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19년보다 39% 증가했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앞으로 5년 동안 연평균 28% 성장해 오는 2025년에는 1039만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커지는 이유는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선진국에서 친환경을 내세워 내연기관차를 없애고 전기차 사업을 키우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전기차 관련 세제 혜택을 늘리고 공공 기관에서 사용되는 차량 300만대를 모두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공표했다. 미국의 전기차 생산업체 테슬라는 10년 뒤 해마다 전기차를 2000만대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말 유럽연합(EU)이 보조금을 늘리면서 전기차 판매량이 늘었다. 그리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은 오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를 퇴출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기차 사업을 키우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해 급격히 가격이 오른 철광석은 여전히 최고치를 웃돌고 있다. 철광석은 지난달 29일 기준 1t당 163달러로 지난해 평균보다 55달러(51%) 올랐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 일 년 사이 두 배가 넘는 상승치를 보이며 10년 이래 최고가인 167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16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철광석 가격 상승은 중국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에서 원자재를 가장 많이 사들이는 중국은 지난해 철광석을 사상 최대 규모인 11억7000만t이나 수입했다. 또 대규모 경기 부양책으로 인프라와 건설 활동이 늘어나면서 철강 생산량도 증가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또 다시 실현될 것으로도 보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10년 동안 이어진 원자재 빅사이클이 전 세계 경기가 회복하면서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황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직후 친환경 인프라 투자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산업용 원자재의 가격 상승을 이끌어낼 것"이라며 "전기차 배터리나 육상 풍력 등에 필요한 구리와 태양광 설비의 필수 원자재로 꼽히는 은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