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렇게 다르다"...주식거래 판 흔드는 빅테크 증권사-下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2.09 08:16

'틀 깬' 토스증권에 뜨거운 반응

복잡한 정보 없애고 '쉽고 간편'

매수·매도도 '구매·판매하기'로

주가흐름·기업가치 파악에 집중

공개앞둔 카카오페이證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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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토스증권 대표가 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MTS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토스증권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토스에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고요? 주식 계좌를 개설하려면 하도 절차가 복잡해서 엄두도 못냈는데, 토스라면 믿을 수 있겠네요."(서울 거주, 20대 여성 A씨)

기존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틀을 완벽하게 깨버린 토스증권의 MTS가 공개되자, 일명 주린이(주식거래 입문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암호와 같은 주식창이 아닌 쉽고 간편하게 확인한 후 투자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덩달아 카카오페이증권이 준비 중인 MTS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본지 기자가 9일 ‘토스증권’이 내놓을 MTS를 분석해본 결과, 가입절차부터 복잡함이 없고 그래픽 등 시각적으로 편리하게 주식창을 볼 수 있는 점이 강점으로 느껴졌다. 누구나 쉽고, 재밌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던 토스증권의 의도가 그대로 반영됐다.

실제 지난주 토스증권이 기자간담회에서 MTS를 사전공개하자 신청자 수도 급증했다. 앞서 토스는 지난달 27일부터 사전신청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날까지 30만명에 가까운 투자자들이 접수를 마쳤다. 이는 2초에 한 명꼴로 신청을 하고 있는 셈이다.

토스증권의 MTS는 따로 증권사 앱이 있는 게 아니다. 기존의 토스 앱 하단에서 ‘주식’ 탭을 누르면 사전 가입절차부터 차근차근 진행된다. 하나의 앱에서 증권은 물론 송금, 신용등급, 카드, 보험까지 전 금융 업무를 직관적으로 확인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토스증권 MTS를 사전 신청한 30대 남성 B씨는 "기존에 이용하던 증권사는 오류가 너무 많고 로그인 방법도 복잡해 불편함을 느꼈다"며 "이달 중 토스증권 MTS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토스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사전 신청을 접수했다"고 말했다.

우선 토스증권은 ‘누구나 알기 쉽게’ 단어 선택부터 기존의 MTS와 달랐다. 주식 주문 메뉴에서 매수, 매도가 아닌 구매하기, 판매하기 등으로 표시됐다. 투자자 동향 관련 종목을 ▲구매 TOP100 ▲관심 TOP100 ▲판매 TOP100 등으로 나타내 2030세대에게 익숙한 ‘음악차트’를 보는 듯한 형상을 그렸다.

특히 종목을 보고 싶은데, 회사명이 생각나지 않을 때를 고려해 단어 ‘갤럭시’를 검색하면 ‘삼성전자’, ‘CU’를 검색하면 ‘BGF리테일’이라는 종목 결과가 나오는 방식도 구현해 냈다. 또 종목 영업이익 상위를 볼 수 있는 ‘영업이익률 TOP100’ 등의 새로운 메뉴도 구성돼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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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증권 미리보기. 사진=토스 앱 갈무리


리서치 정보에도 새로운 형식을 도입했다. 토스증권은 산업 검색을 지원하기 위해 직접 재무제표를 분석해 234개 업종으로 세분화한 ‘토스증권산업분류기준(TICS)’ 체계를 새롭게 내놨다. TICS는 2200여 개의 상장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해 총 234개 업종으로 세분화한 것으로, MTS를 통해 관련 종목을 찾아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은 ‘전기차 부품 관련주’ ‘신재생에너지 관련주’ 등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증권사 MTS에서 가장 많이 보는 ‘봉차트’(캔들차트)‘를 토스증권은 과감하게 삭제했다. 봉차트는 일정 기간의 시가와 종가, 저가, 고가를 하나의 봉에 나타낸다. 일일 거래 뿐만 아니라 주간, 월간 변동도 모두 볼 수 있도록 일봉, 주봉, 월봉 등 다양하게 구현돼 투자자들이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토스증권은 이동평균선, 틱차트, 심리도, 이격도, 볼린저밴드 등의 지표도 모두 뺐다. 토스증권은 주린이 입장에서 혼선을 빚을 수 있는 요소들은 전부다 빼고, 제대로 된 주가 흐름이나 기업가치를 파악하는데 집중했다. 이에 따라 토스증권 MTS에서는 ’기간별 추세선‘만 보여주면서 해당 종목의 기업개요, 사업영역, 재무 공시정보 등 핵심지표를 알기 쉽게 그래픽으로 제공키로 했다.

이처럼 파격적인 MTS를 내놓은 토스증권 덕에 카카오페이증권의 MTS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올해 안으로 MTS를 공개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기존의 카카오페이 플랫폼과 연결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코스콤과 협력해 내부 원장관리(거래기록 장부)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원장관리시스템은 증권사가 고객계좌를 관리하고 매매 및 거래내역 등을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카카오페이증권사이 자체적으로 원장을 이관받아 직접 관리하거나 코스콤이 위탁관리 한다.

MTS를 통해 기존 카카오페이증권의 펀드 투자 상품과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카카오페이증권의 펀드 투자가입자는 100만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아울러 지금까지 동전 모으기·알 모으기, 주간·월간 자동투자 등 카카오페이증권의 다양한 적립식 투자 서비스를 신청한 사용자도 170만 명(중복포함)에 달하는 등 금융투자 습관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시장에서도 빅테크 증권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르다. 주식투자의 연령대가 40~50대에서 20~30대로 확산된 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증시 열풍에 기존 증권사 MTS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만큼 시장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빅테크 증권사들은 금융에서 이미 큰 성장을 이뤄낸 만큼, 파급력 또한 상상 이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증권사 HTS, MTS 시스템과 서버 상 문제가 발생해 기존 증권사들이 투자자 신뢰를 많이 잃은 상황"이라면서 "이미 금융플랫폼으로 편의성을 느낀 사용자들이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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