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한일 해저터널 동북아 중심국가 차원에서 검토하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2.24 15:24

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윤덕균

▲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최근에 야당 대표가 부산시장 보궐선거전략으로 내 논 한일 해저터널이 이슈다. 야당 대표는 부산 가덕도와 일본 규슈를 잇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일본에 비해 월등히 적은 재정 부담으로 54조5000억원의 효과, 45만명에 달하는 고용유발 효과 등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이에 여당에서 친일적 발상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야당 내부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세력이 생기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선거 쟁점 이전에 한중 해저터널과 함께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 차원에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문제다. 한일 해저터널과 한중 해저터널이 완성된다면 한국이 동북아 중심국가가 되는 필요조건을 완전히 갖추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해저터널 문제는 최근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일제에 의해 1930년대에 조선해협 철도 터널 계획이 작성된 바 있다. 1939년 지형측량을 통해서 지형도의 대부분이 완성되었으나 1941년 시작된 태평양전쟁으로 계획이 전면 중지된다. 그런 의미에서 여당에서 친일적 발상이라고 매도하는 것도 일견 당연하다. 그러다가 1981년 통일교 재단에서 국제평화고속도로(국제하이웨이)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무산됐다. 그 후에 1986-1989년 일본 규슈 사가현 가라쓰(唐津)시에서 파일럿 터널 570m가 시도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한일 해저터널은 일본과 부산, 그리고 거제도를 잇는 2가지 방안이 있다. 1 안이 부산과 일본의 규슈 현 가라쓰를 잇는 총연장 230Km와 2안인 경남 거제를 연결하는 노선으로 총연장 210Km 전후이다. 비용은 대략 80조원이 추산된다. 1990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방일 중 일본의 총리에게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제안한 바 있고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도 방일 중 해저터널의 긍정적인 면을 밝혔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도 고이즈미 전 총리와 해저터널 추진을 논의했다. 한중 해저터널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시진핑 현 중국 주석이 부주석이었던 2009년 12월 18일 내한 기념 경제계 조찬 모임에서 당시 한·중우호협회장이 한·중 해저터널을 제안하자 시 부주석은 기다렸다는 듯 "현재 중국과 대만 간에도 해저터널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 사이) 충분히 검토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화답했다. 한중 해저터널은 중국의 산둥반도의 웨이하이와 연결하는 3가지 방안이 있는데 최단거리는 황해도 웅진, 둘째가 인천, 그리고 가장 장거리가 평택을 연결하는 방안이다. 총 연장 350Km 전후로 120조원이 추산된다. 한중, 한일 해저터널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재원은 총 200조원이 추산되며 기간은 20년으로 예측된다. 한일 해저터널은 한국보다 일본이 적극적이고, 한중 해저터널은 한국보다 중국이 소극적이다. 한일 해저터널의 비용분담은 한국이 1, 일본이 2이고 한중 해저터널의 비용분담은 한국이 2, 중국이 1이라면 지금까지 논의 과정으로 보아서 합의에 도달한 가능성이 있다. 전체 비용을 200조원으로 가정할 때, 중국이 40조원, 한국이 107조원, 일본이 53조원이 예상된다.

한국교통연구원에서는 2003년 ‘한일 해저터널 필요성 연구’에서 철도·해운·항공 등 국가기간산업의 타격과 국방상 문제, 국가 정체성 문제 등을 들어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2011년에도 국토해양부에서 한중 해저터널과 한일 해저터널 모두 경제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여당 소속 정치인들은 야당 대표가 내건 한일 해저터널을 친일행위이자 이적행위라고 주장했으나 정작 여당 출신 전 부산시장 역시 2016년 "한·중·일 3국의 경제·물류 협력 수준은 그 잠재력에 비해 미흡한 수준"이라며 "3국의 공동 성장을 위한 자유로운 역내 경제, 물류 환경 조성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한일 해저터널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었다. 한일 해저터널만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한일 해저터널이 한중 해저터널과 같이 연결되었을 때를 상상하면 친일 논쟁은 더 큰 대한민국 차원에서 가소로운 것이다.

지금은 모두 옛이야기가 되었지만, 한일, 한중 해저터널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줄기차게 외치던 동북아 중심국가가 되는 첩경이다. 일본은 섬나라를 면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한국도 현재는 북한에 막혀서 섬나라가 된 처지에서 대륙진출의 길을 열게 되어 유럽까지 철도로 연결되는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가 열리게 된다. 이것이 안중근 의사가 순국하던 마지막 순간까지 줄기차게 주장하던 동양 평화론의 구체적 실천 방안이다. 동양 평화론의 요체는 동양평화는 한·중·일 3국이 모두 자주적으로 독립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그와 같은 동양평화를 위해서 동양 3국 평화회의와 공동 군단 창설, 공동 경제개발, 공동 화폐 발행과 함께, 로마교황청 인증론까지 평화의 동아시아 공동체를 꿈꿨다. 유엔 설립 구상보다는 36년, 유럽연합(EU) 아이디어보다는 83년이나 앞선,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의 선구자였다. 이를 실현하는 첩경이 한일, 한중 해저터널을 통해서 동북아가 하나가 되고, 그때 대한민국은 모름지기 동북아의 중심국가가 된다. 한일 해저터널은 이적행위가 아니라 더 큰 대한민국이 동북아 중심, 나아가 세계 중심국가가 되는 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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