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바보야 문제는 신재생이 아니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2.22 16:25   수정 2021.03.03 10:58:58

에너지환경부 오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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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식하면 안돼. 다음부터 밥 없을 줄 알아!" 어릴 때 누구나 들어봤던 말이다. 엄마가 손수 차려준 밥상이지만 이상하게도 피망이나 당근을 피하기 위해 젓가락을 있는 힘껏 뒤적거렸던 나쁜 습관이 있었다. 골고루 영양소를 섭취해야 건강에 좋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왜 그때는 모르고 무조건 ‘고기는 좋고 야채는 나쁘다’고 생각했는지…

최근 30년 만에 미국 텍사스 주를 덮친 기록적인 한파에 세상이 떠들썩하다. 단순히 ‘대규모 블랙아웃’을 넘어서 신재생에너지의 효율까지 공격받고 있다. 미국을 ‘멘붕’에 빠지게 한 대규모 정전 사태가 재생에너지 때문이라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전력망 재설계’ 논쟁까지 이어졌다.



미국 공화당과 보수 언론은 재생에너지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극한 기후 상황에서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화석 연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비판하며 ‘좌파 기후 아젠다의 역설’이라는 표현으로 프레임 싸움에 시동을 걸었다.

이 사태는 우리나라까지 들썩이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일부 매체에서도 바이든 정부와 결을 같이 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재생에너지 계획을 언급하며 미국 공화당과 보수언론의 반대 논리를 적용하고 나섰다. 국내 전력 수급 안정성을 위협한다면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자체를 앞다퉈 비판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했나. 미국 내 정전 사태에 우리나라 전문가들이 며칠 사이 분석한 결과 원전 및 가스 발전기의 가동이 중지된 게 원인이라는 내용도 나왔다. 텍사스 주 내 일부 풍력 발전기가 얼어붙으며 정상 가동이 불가능했던 건 맞지만 이런 현상은 모든 형태의 발전기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는 거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도 ‘재생에너지가 문제’라는 논란보다 ‘전원 믹스’에 초점을 맞췄다. 원자력이든 화력이든 신재생이든 발전 형태가 다양하게 마련돼야 극한 기후에 대응할 수 있다는 현답을 내놓았다. 그렇다. 에너지는 편식이 아니라 골고루 발전돼야 한다. 일부 정권에서 추진한다는 이유로 프레임을 씌워 흑백논리로 조장할 일이 아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화력에너지냐 재생에너지냐로 나눌 일이 아니다. 기술은 발전이다. 혁명이 아니다. 지금 편식 돼 있는 전원 상태를 골고루 향상시켜야 한다. 고품질의 석탄을 쓰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발전 과정을 개발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도 공급량을 늘리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양자택일이 아닌 상향 평준화라는 걸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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