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탄소국경세, 범정부 대응체계 구축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3.02 11:00   수정 2021.03.02 13:45:50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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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장





요즘 전 세계 언론에서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다루는 것이 탄소국경조정세 관련 기사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유럽의회는 늦어도 2023년까지는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올해 상반기 6월 무렵까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세안이 제출될 것이고, 이후 EU 주요 교역국과의 협상과정을 1∼2년 거쳐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EU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달성되기 위해서는 현행 톤당 약 30유로의 배출권 가격이 2030년에는 40유로, 2050년에는 230유로가 되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만일 탄소국경세가 도입되지 않으면 상당수 EU 소재 기업들이 탄소비용이 낮은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게 될 우려가 있다. 이처럼 국가간 탄소비용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무역 불평등 구조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도입되는 것이 바로 탄소국경세다.

탄소국경세의 구체적인 형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지만, 일종의 조정관세 형태로 부과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EU 역내 산업이 부담하는 탄소비용과의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EU로 수출하는 재화의 수입 단계에서부터 탄소비용을 조정한다는 의미로 탄소국경조정세라고 부른다. 따라서 탄소국경세가 조정관세 형태로 제안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세계무역기구(WTO) 기준에 부합하기 위하여 단순 부과 방식을 따르지 않고 EU 배출권거래제에서의 탄소비용과 비교 반영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탄소국경세는 우루과이 라운드, 블루 라운드처럼 새로운 무역 라운드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때와는 달리 조 바이든 취임 이후 미국은 EU와 마찬가지로 탄소세에 매우 적극적인 방향으로 선회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동안 반대해오던 디지털세도 바이든 행정부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하는 등 미국과 EU의 협력관계가 더욱 견고해지고 있어 탄소국경세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탄소국경세의 충격이 조만간 실현될 것이므로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적극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탄소국경세를 면밀히, 체계적으로, 전방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령탑이 필요하다. 현재 일부 정부 부처나 정부출연연구소의 소수 연구자들, 기업체 관련 부서 일부 책임자들이 단편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는 역부족이다. 사실 이들 대부분도 인터넷에서 획득하는 정보에 주로 의존하고 있어 보다 고급정보 채널이 마련되어야 한다. 따라서 탄소국경세 관련 범정부 차원에서의 전문 대응반이 구성되어 신속하게 고급정보를 수집, 분석하여 관련 산업분야에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둘째, 조만간 전개될 탄소국경세 국제협상에 대한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 앞에 제안한 전문 대응반은 향후 탄소국경세의 무역협상 과정에 사용될 수 있는 전문적인 자료들을 미리 분석하여 워킹페이퍼 형태로 준비해두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래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꾸준히 시행해 왔기에 탄소비용을 인정받을 수 있는 나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협상 과정에서 이를 인정받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기에 지금부터 구체적인 수치를 바탕으로 한 논리를 갖춰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첨언하자면, 이제 더 이상 ‘기후악당’이라는 표현도 쓰지 말았으면 한다. 대한민국이 기후악당(climate villain)인지 구글에서 검색해 보면 거의 대부분 한국발 기사인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왜 우리나라가 기후악당인지 수긍하기 힘들다. 개도국 위치에 있을 때에도 국제사회에서 처음으로 전국 단위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여 지금까지 유지해 오고 있는 유일한 국가이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호주는 몇 년 안 되어 폐지하였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그동안 뒤쳐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가파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정작 해외에서는 한국을 탄소중립의 유력한 파트너로 보고 있는데, 국내적으로 자꾸 기후악당이라는 비난을 하게 되면 탄소국경세 협상을 할 때에 그동안의 배출권 탄소비용 등을 인정받는 데 결코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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