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펀드에 이어 두 번째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적용
'다자배상안' 주장 NH證 권고안 수용 여부 미지수
받아들이면 3000억 반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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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펀드 피해자들이 지난해 NH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 판매사 NH투자증권에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간 NH투자증권이 수탁사(하나은행)와 사무관리사(한국예탁결제원)이 함께 책임지는 ‘다자배상안’을 주장한 만큼 이번 권고안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만약, NH투자증권이 이번 분조위 결정을 수용할 경우 환매가 연기된 옵티머스 펀드 4327억원 중 일반 투자자 몫인 3078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분조위는 6일 NH투자증권이 판매한 옵티머스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 2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는 민법상 처음부터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정도의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을 때 적용되는 법 조항이다. 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 있는 사유로 이 경우 펀드판매사는 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 100%를 돌려줘야 한다. 금융투자상품 분쟁조정에 이 같은 법리가 적용된 것은 라임 일부 펀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분조위가 ‘계약 취소’ 결정을 내린 배경은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투자제안서나 자체 제작한 상품숙지자료 등의 설명에만 의존해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시켰다는 이유에서다.
또 계약체결 시점에 옵티머스 펀드가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판단했다. 일반투자자인 투자자가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 투자 여부까지 주의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워 투자자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봤다.
분조위는 자산운용사 326개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공공기관 발주 확정매출채권을 양수받는 구조의 펀드가 존재한 적 없었다는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옵티머스운용이 확정매출채권에 95% 이상 투자한다고 소개·판매할 때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판매한 NH투자증권의 귀책사유도 있다는 것이다.
또 금감원은 NH투자증권이 직원 교육용으로 제작한 상품숙지자료와 옵티머스운용이 작성한 투자제안서에 펀드의 투자대상이 허위·부실 기재돼 있고, 이 자료를 그대로 투자자에게 제공해 오해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투자제안서에서는 포트폴리오의 95% 이상을 정부 산하기관이나 공공기관 발주 공사 등의 확정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했다. 하지만 금감원 검사결과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에 투자한 적이 없었고 편입 자산 98%를 비상장기업이 발행한 사모사채에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을 만기 6~9개월로 운용하는 펀드의 주요 자산으로 편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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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자산운용. |
이번 분조위에서는 그간 NH투자증권이 요구해왔던 ‘다자배상안’은 수용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최근에 다자배상안이 나온 만큼 물리적으로 안건에 올리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김철웅 금감원 소비자권익보호부문 부원장보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에 대한 법률 검토가 이미 진행됐던 만큼 안건도 어느 정도 작성돼 통보됐던 상태였다. 최근에 받은 다자배상안은 물리적으로 분쟁조정위 안건으로 올리기 어려웠다"며 "법률관계와 사실관계에 따라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금감원은 다자배상안이 받아졌더라도 실질적으로 이뤄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 부원장보는 "다자배상안은 수탁사와 사무관리사의 동의가 필요하고 합리적인 분쟁조정방안이 마련돼야 하는데 현재 NH투자증권만 동의한 상태"라며 "만약 다자배상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법률소송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이번 분조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금감원 분조위의 조정안 결정을 존중한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선의 방안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NH투자증권이 전액배상을 수용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이사회에서 수용이 거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날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다자간 배상이 이사회를 설득하는 게 쉬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분조위의 결정에 난색을 표하는 모양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라임사태와 달리 수탁사와 사무관리사의 책임론도 분명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 모든 책임을 판매사에만 묻는 것은 과한 처사 아니냐"며 "금감원은 옵티머스 사태의 경우 투자자들에게 전액배상안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감독 실패의 책임을 판매사에게 넘겨 무마하려는 행동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yhn77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