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주택가격 급등에 과세 대상 매년 수십만명씩 늘어
부과 기준선 올려야 해결되지만 반발 여론도 ‘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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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지역 아파트 |
2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주택분 종부세 납부자가 곧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11억원을 넘어서는 등 가격 상승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아 정부 안팎에선 내년에 주택분 종부세 과세 대상이 100만명을 넘는 것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주택분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2019년 52만명에서 2020년 66만 7000명으로 15만명 가까이 늘었다. 내년 100만명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제가됐다. 불과 3년 만에 2배 급증하는 셈이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전국의 아파트 중 약 3.8%가 올해 종부세 부과 기준선인 공시가 9억원 이상이다. 서울 아파트는 여섯 채 중 한 채꼴이다.
당초 상위 1%에 대한 부유세 성격으로 설계된 종부세 부과 대상이 4배 가까이로 늘어나면서 현 정권에는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강력한 반대 여론이 형성된 것도 종부세를 새로 내게 된 계층, 조만간 종부세를 내야 하는 계층과 연동시켜 보는 시각이 상당하다. 예상치 못한 주택가격 상승에 따라 당장 현실화한 소득은 없는데 보유세가 급등하자 현 정권을 등지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주택가격 상승에 따라 이런 과세 반발 계층이 급속도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여당 내에서 종부세 완화 필요성이 제기된 것도 결국 이런 맥락이다.
이에 종부세 완화 움직임 나오자 이번에는 기존 지지층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여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경고 메시지까지 나오는 국면이다.
결국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현 상황처럼 종부세 부과 대상이 늘어나면 세금 때문에 여당을 등지는 사람은 점차 늘게 된다. 그렇다고 세 부담을 줄여주면 기존 지지층이 이탈하는 부담이 있다.
여당 주류의 반대에도 종부세 부과 기준을 기존 공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자는 제안을 가볍게 보지 못하는 것은 주택 가격 급등으로 종부세 부과 대상이 확대되는 상황을 해소하는 가장 기본적인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기준선은 그대로 두는 대신 1주택 장기 실거주자에게 공제율을 상향하는 접근법도 있지만 이를 통해 과세 대상을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택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종부세 부과 기준 완화 여부와 관련해 "열고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는 "(기준이 세워진 지)12년이 흘렀는데, 주택가가 최저 20%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이)유지되는 데 대한 문제 제기는 받아들인다"고 했고, 세수 증대 목적으로 부동산 세제를 설계한 것이 아니란 취지의 발언도 했다. 종부세 부과 기준 상향에 대해 열려 있다는 의미다.
사회 여러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여당은 의원별로 이해관계가 제각각이다.
다만 이날 여당 지도부가 선출되는 만큼 부동산 정책 수정·보완을 둘러싼 논의도 좀 더 질서 있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kj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