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철 KAIST 기계지능 다기관연구단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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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철 KAIST 기계지능 다기관연구단 연구교수 |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들을 태운 배가 침몰하면서 그저 물 밖으로 나온 사람만, 그것도 어선이 구조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게 7년여전이다. 헬기에서 줄을 내려 사람을 구하는 방식은 50여년전 겪었던 대형 호텔 화재 당시 구조 수준과 비교할 때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별반 달라진게 없었다. 그사이에 컬러TV가 보급되고, PC가 보편화됐으며, 휴대폰이 발명되고, 인터넷과 모바일 스마트 시대가 열리는 등 엄청난 변화가 있었지만, 우리나라 시스템의 후진성은 세월이 흘렀어도 그대로 였다는 말이다,
현재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또한 마찬가지다. 상황은 해가 바뀌어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바이러스들이 집단지성이라도 가진 양 하루가 다르게 변종이 생겨나면서 인간들의 백신에 대항하고 있는 형국이다. 인류가 겪고 있는 지금의 사태는 자연의 질서를 거스린 것에 대한 혹독한 댓가로 보여진다.
물론 그렇다고 마냥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역사 속에서 인류는 숱한 고난을 겪으면서 항상 욕구 해결과 난관극복을 통해 문명을 발전시켰듯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오히려 더욱 새로운 질서를 향해 문이 활짝 열려지는 느낌이다. 지금은 모두가 비대면 사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고, 이 뉴노멀 시대에 적응하는 변화를 추구할 때이다.
이런 비대면사회의 중심에서 활약하는 것이 로봇과 인공지능(AI)기술이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계 전반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디지털전환을 들여다보자.
먼저 제조업의 혁신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협동로봇이 자동차제조현장을 넘어 식료품, 화장품, 의약품 제조현장으로 확대 투입되면서 급속히 보급되고 있다. 인간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차세대 협동로봇 글로벌 시장규모는 나날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물류유통업의 혁신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물류현장에서 로봇의 활약으로 더욱 물품처리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주문에서 배송까지 인공지능 기반으로 물류시스템이 최적화되는 등 이제 로봇과 AI 기술의 한계는 끝을 모를 정도로 그 적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로봇화된 시스템의 수술, 원격진단, 무인간호, 질병예측도 현실화를 넘어 디지털헬스라는 거대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결국 인간이 힘들고 위험하며 단순한 반복 작업에서 해방되고, 노령화사회를 맞아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스마트사회를 실현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화된 시스템은 인간작업을 대신하는 모든 분야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런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많은 기술적 난제들이 아직 남아 있다. 예를 들면 다양한 물체를 잡는 기술, 도구를 사용하는 힘반영 기술, 물체나 환경에 반응하는 작업기술, 균형을 잡는 보행 이동기술 등에 대한 연구가 요즘 AI 기계학습기술과 만나며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스마트사회는 하나의 솔루션이 아닌 시스템으로 초연결 되어 작동하는 인공지능 로봇 기반 통합사회로 발전할 것으로 많은 미래학자들이 예측하고 있다. 이렇게 급속하게 다가올 미래사회에 대비하고 살아남기 위한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은 이제 공학자들만의 몫이 아니라고 본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기술확산을 가로막는 제도·법규·인프라 정비를 통해 문이 활짝 열려질 스마트사회를 향해 총체적으로 준비해야 할 매우 시급한 시점이라고 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사회전반에 걸친 시스템적 대응 매뉴얼의 재정비와 끊임없는 시뮬레이션으로 시스템을 보강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능은 실수를 통해 학습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시스템’이란 정의를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