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P4G 서울 기후정상회의'가 남긴 성과와 과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6.03 09:40

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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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가 별다른 오점없이 잘 마무리 되었다. 201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제1차 P4G 정상회의 개최국 덴마크로부터 제의를 받은 제2차 정상회의 개최를 결정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고 그 사이 코로나 19라는 초유의 팬데믹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개최가 1년 연기되는 어려움도 있었다. 이런 우여곡절이 있던 터라 과연 잘 마무리지을 수 있을까 걱정도 적지 않았는데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 국제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2012년 무렵 덴마크는 우리 정부와 ‘녹색성장동맹’을 맺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제는 국제사회의 중요한 기후변화 국제기구로 자리매김한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설립에 적극 참여하고, 코펜하겐에 기술 중심의 GGGI 사무소를 개소하면서 기술 중심으로 논의하는 소위 ‘3GF 회의’를 운영하였다. 이것이 덴마크의 주도하에 정상급으로 확대된 것이 P4G 정상회의이다. 해상 풍력에서 볼 수 있듯이 전 세계에서 재생에너지 기술 1위를 자랑하는 덴마크가 GGGI의 주요 회원국을 중심으로 저탄소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필수적인 민간부문의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한 민관 파트너십을 활성화하려는 목표를 갖고 시작한 것이다.

올해는 굵직한 기후변화 회의가 줄지어 열린다. 지난 4월에 개최된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정상회의는 강력한 리더로서 지구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 복귀한 미국의 힘을 확인했다. 각국 정상들은 경쟁적으로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소개하였다. 하반기에 개최되는 G7 정상회의에는 우리나라도 초청을 받아 기후변화가 정상들 간에 중요한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코로나 19 때문에 개최가 연기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회의도 많은 정상급 인사들의 참석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지구사회의 노력 과정에서 아직 유엔 기후변화 체제에서 개도국으로 분류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들도 하지 못한 P4G 정상회의를 당당히 개최했으니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더구나 이전 정부의 대표적인 성과를 이어받아서 실현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통합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번 P4G 정상회의는 ‘포용적인 녹색회복을 통한 탄소중립 비전 실현’을 주제로, 15개의 주제별 세션과 이틀 간의 정상 세션을 통해서 ‘서울선언문’을 채택하였다. 어려운 문구협상 과정을 거치지 않는 비구속적인 문서이지만 그 상징성은 크다. 코로나 19를 극복하기 위한 녹색회복의 중요성,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각국이 자발적으로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의 중요성, 그리고 물·에너지· 식량 및 농업·도시·순환경제·금융·지자체 역할 강화·공정한 전환 분야에서의 민관협력 강화, 그리고 현 세대의 선택이 미래세대의 삶을 결정한다는 차원에서 미래세대의 중요성까지 강조하고 있다.

P4G 정상회의는 여느 기후변화 정상회의와는 다른 특색이 있다. 바로 민관협력에 기초한 실용적인 방법에 기하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민관협력에 기하여 일단 다양한 사업을 개발하는 것이 P4G 정상회의의 중점 활동의 하나이다. 이렇게 개발된 저탄소 기술에 기반한 사업이 성공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면, 대규모 투자를 유발하는 사업으로 진화될 수 있다. 정상급 국가들의 큰 관심을 갖고 개발하고 있어 기술개발 초기에 대규모 사업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부딪힐 수 있는 정치적, 기술적, 경제적인 장벽을 극복하기에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또한 P4G 정상회의 계기에 과학기술 연구 및 교육 기관 간에 공동 연구 등의 사업을 개발할 수도 있다. 물론 여기에는 거버넌스와 법과 같은 사화과학 관련 연구기관과의 학제간 협력도 자연스럽게 만들어 지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P4G 정상회의는 다소 일반적인 어젠다 공유적 성격의 정상회의에 머물렀다는 아쉬움도 있다. 물론 산림청이 지원하는 에티오피아 커피산업 관련 사업 등 의미 있는 사업이 개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상들의 논의 과정에서 민관협력 중심의 기술상용화가 중점적으로 부각되지 못하였다. 회의 진행이 지나치게 정부 및 국제기구 대표 중심으로 진행된 것도 아쉬운 점이다.  국내외 대표적인 저탄소 기업 최고경영자(CEO), 그리고 청년 사업가들에게 다른 정상들과 같이 토론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도 아쉽다.

올해 코로나 19 사태의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기후정상회의인 P4G 정상회의를 무난히 치러낸 저력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지구사회에서 기후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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