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은 미리 만들어야 산다”…두산에너빌, 세계 유일 ‘SMR 파운드리’로 부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16 13:13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의 게임 체인저는 기술이 아닌 생산력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글로벌 SMR 파운드리'로 자리매김하며 세계 원전 산업의 공급망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뉴스케일(NuScale) 등 유력 SMR 기업들이 두산에 손을 내민 것도 이 때문이다. 아직 본격 상용화에 이르지 못한 SMR 시장에서 두산은 유일하게 대량 생산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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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케일파워

주문 전 생산, SMR 시장의 '뉴 노멀'...두산이 '세계 유일'인 이유

16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SMR 시장은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지만, 선진국의 기후 정책과 에너지 안보 이슈가 맞물리며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력을 기반으로 '즉시 납품 가능한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이 글로벌 SMR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한다. 뉴스케일이 두산에 전략적 협력을 요청하고, 두산이 뉴스케일에 지분 투자까지 단행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기존의 원전 산업은 대부분 '수주 → 설계 → 제작'의 방식으로 움직여 왔다. 하지만 SMR은 소형·모듈형 설계를 바탕으로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산품형 모델을 지향한다. 이 구조에서는 납기 단축과 대량생산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다.



두산은 아직 뉴스케일과 최종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2기 분량의 핵심 소재를 선제 제작하고 있다. 이는 기존 원전 업계의 관행을 뛰어넘는 전략이다. 즉, '미리 만들어야 팔 수 있는 시장'이라는 판단 하에 '선제 제작 → 유연 납품 → OEM 다변화' 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두산은 대형 원전 기준 동시 5기 생산이 가능한 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SMR 전용 라인까지 별도로 확보해 둔 상태다. 이는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의 결정적인 차별점이다. 미국·유럽의 대부분 SMR 개발사는 설계 및 시스템 엔지니어링에 강점을 보이는 반면, 실제 대형 압력용기나 주기기 생산 능력은 두산만이 갖추고 있다.




'SMR 파운드리'라는 전략적 포지셔닝...“중국을 제외하면 두산밖에 없다"

두산은 SMR 시장에서 엔지니어링 주도자가 아닌 '제조 기반 인프라 제공자', 즉 파운드리(Foundry) 역할을 택했다. 이 방식은 반도체 산업의 TSMC 모델과 유사하다. 즉, 다양한 SMR 개발사가 설계와 운용을 맡고, 두산은 이를 기반으로 부품·모듈을 OEM 방식으로 생산·납품하는 글로벌 제조 허브로 기능하는 구조다.


뉴스케일 외에도 X-에너지, 테라파워, GE히타치 등 주요 SMR 기업들이 설계 고도화 단계에 이르면서, 향후 두산의 공급망 파트너가 늘어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는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 시장 선점 전략에 기반한 투자다.


현재 SMR 실증 혹은 제작 단계에 진입한 국가는 소수다. 중국은 자국 내 기술과 설비를 내재화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배제되고 있으며, 러시아 역시 지정학적 제약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 가능한 OEM 제작사는 두산이 사실상 유일하다.


즉, 두산은 SMR 시장의 공급망 병목을 해소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글로벌 파운드리로, 기존 대형 원전 제작 경험과 설비를 SMR로 확장하는 데 성공한 보기 드문 사례다.


SMR 시장은 이제 기술 개발에서 공급망 경쟁과 납품 역량 확보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두산은 설계자가 아닌 생산 기반 파트너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SMR 생태계의 허브로 자리잡을 수 있는 구조다.


앞으로의 과제는 OEM 다변화, 납품 스케줄 관리, 국내외 정책 연계(예: IRA, 한미 SMR 협력 프레임워크) 등으로, 단순한 '제작사'를 넘어선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 가능성도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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