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기차 전환’ 노사 대화 분기점 온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6.07 15:03

생산라인 조절 필수···여름휴가 전 접점 찾아야 효율적
노조 美 투자·전기차 전환 등에 부정적···올 임단협 최대 변수

현대차 아산공장 생산라인 2

▲현대차 아산공장 생산라인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전환’이라는 중장기 비전 실현을 위한 분수령을 맞는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노조와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국내 공장 생산라인 조정, 미국 투자 방향성 등에 대한 치열한 줄다리기가 펼쳐질 전망이다. 아이오닉 5 공급 정상화, 후속 모델 준비 등을 위해서는 올 여름 안에 큰 그림을 그려둬야 하지만 노조가 ‘고용유지’를 외치며 반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는 게 걸림돌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 6’를 아산공장에서 만들기로 결정했다. 아산공장에서는 세단 모델인 쏘나타와 그랜저 등이 생산된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최근 판매가 부진한 쏘나타 대신 상당한 수요가 예상되는 아이오닉 6 생산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한다. 새로운 라인 증설 대신 기존 라인을 조정해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의미다.

변수는 노조의 반발이다. 노조 측에서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쏘나타 라인에서 아이오닉 6를 함께 만드는 것에 반대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 수가 적어 생산에 투입되는 인원이 많지 않은 편이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초 아이오닉 5 생산라인 투입 인원 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입장 차가 발생해 양산까지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7∼8월 여름 휴가기간을 포함해 공장을 세우고 전기차 생산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전기차 혼류 생산을 위한 설비 공사를 위해서는 4주 가량 시간이 필요하다고 알려졌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말 상견례를 가지고 올해 임단협 교섭을 시작했다. 노조는 임금 9만 9000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금 30% 지급, 노령연금 수령 개시일이 도래하는 해의 전년도로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등 내용을 올해 요구안으로 제안했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임금인상폭 등을 양보하더라도 ‘일자리 지키기’를 위해서는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가 최근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에 8조원대 투자 계획을 발표해 노사 관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아이오닉 5를 생산한다는 게 사측 구상이지만 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해외 투자를 강행하면 노사 공존은 불가능하다"며 "국내 공장 투자 확약 없는 일방적 해외투자는 노사 갈등만 야기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올해 임단협에서 노조를 설득할 수 있느냐가 향후 ‘전기차 전환’ 일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노조 측은 상견례 직전 사측에 "교섭을 굵고 짧게 끝내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코로나 펜데믹,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 등 변수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현 노조 집행부가 실리·합리 성향으로 소모적 노사 관계를 지양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고용유지’, ‘정년연장’ 등 핵심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쏘나타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아산공장 라인을 활용해 전기차 전환을 추구하는 것은 상당히 합리적인 판단이지만 노조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며 "여름휴가 시작 전 접점을 찾아야 효율적으로 라인을 변경할 수 있는 만큼 노사가 이달부터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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