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판 '배달의민족' 만드는 신한은행 O2O추진단 꾸려
KB국민은행 알뜰폰 '리브엠' 순항
디지털자산 시장 등 새로운 사업도 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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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KB국민은행. |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비금융 신사업 추진을 위한 O2O(Online to Offline) 추진단을 꾸렸다고 전날 발표했다. O2O는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분야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되는 현상을 의미하는 말이다.
신한은행은 은행이 직접 플랫폼을 운영해 금융과 비금융 데이터 기반의 혁신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O2O 추진단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은행 고객에 한정된 접속자 수와 금융거래를 위한 접속 목적 등 은행 앱이 가진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목적에서다.
O2O 추진단의 첫 번째 과제는 은행판 ‘배달의 민족’을 만드는 과정을 전담하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음식 주문 중개 플랫폼 인가를 받았다. 음식 주문 중개 플랫폼은 은행 고유업과 연관성이 부족해 부수업무로 인정받기 어려웠으나 금융위는 특화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특례를 부여했다. 특히 핀테크,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로 기존 금융사가 위협을 받고 있는 만큼 공정한 경쟁을 위해 은행의 디지털 혁신을 지원한다는 의미도 있다. 은행들의 경우 다른 산업의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상품 개발, 신용평가모형 고도화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앱 신한 쏠(SOL)에서 음식을 주문해 배달하고, 결제까지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올해 안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 서비스 개발을 위해 총 137억7400만원을 투자한다. 인프라 운영비는 5년 기준 40억원으로, 플랫폼 개발에만 100억원 수준의 비용을 투입한다.
신한은행의 O2O 추진단은 하나의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어졌다. 플랫폼 구현에 필요한 핵심 기능을 중심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상품 소싱, 리스크 관리 등은 전문성 있는 은행의 기존 자원을 활용한다. 플랫폼 구축 후에는 서비스 확장 등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인력을 독립 배치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O2O 추진단은 향후 인력, 예산, 시스템, 인프라 등이 완벽히 분리된 CIB(Company in Bank)를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외에도 은행들의 이종산업 진출 움직임은 활발하다. KB국민은행은 이미 2년 전인 2019년 국내 1호 혁신금융서비스로 알뜰폰(MVNO) 사업인 리브엠(Liiv M) 서비스를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금융과 통신의 결합이란 점에서 화제를 모았는데, 재승인을 두고 국민은행 노동조합과 이견을 보이다 지난 4월 2년 연장 승인을 받았다.
가상자산(가상화폐) 등 디지털자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은행들이 관련 시장의 수탁기업 투자자로 나서는 분위기도 조성됐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블록체인 기업 해치랩스, 해시드와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설립하고 전략적 투자에 나섰다. 신한은행도 지난 1월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전문기업인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지분투자를 하기로 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이 과거의 영업방식만 고집해서는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앞으로 신사업 진출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