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공기업 설상가상…전기요금 잇단 동결에 한전서 손실보전도 못받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6.22 18:38

- 전력당국, 올해부터 한전-발전자회사 간 수익 배분하는 정산조정계수 일부 폐지



- 연료비연동제 적용 유보로 전기요금 고정…발전자회사 연료비 상승에 올해도 적자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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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정부와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2분기 연속 동결로 한전 뿐만 아니라 한전 산하 석탄화력발전 자회사의 경영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올해 연료비 연동제 도입 이후 연료비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전기요금이 2분기 연속 동결돼 한전의 전력 판매수익이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한전 산하 5개 발전 공기업이 모 기업 한전으로부터 손실의 일정부분을 보전받을 수 있는 길도 올해부터 사라졌다.

발전 공기업의 경우 정부의 탈석탄 정책에 따라 주력사업인 석탄발전을 줄여가야 하는 반면 신재생에너지 공급 등 정책사업 부담이 갈수록 늘고 있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재무구조는 취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연료비 현실화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전과 자회사 발전 공기업의 동반 부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업계의 우려가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기요금의 잇단 동결에도 한전이 올해부터 발전 자회사와의 수익 배분 방식인 정산조정계수 조정을 통해 발전 자회사의 손실을 보전하지 않기로 한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정산조정계수는 지난해에도 발전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으나 올해부터는 이마저도 폐지됐다. 정부의 탈석탄 정책에 따라 지난해는 물론 올해도 1조원대의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실적악화를 막을 수 있는 발전 공기업들의 선택 폭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발전공기업은 연료비연동제가 작동되지 않아 전력판매가격 원가도 보전받지 못하는 상황인 반면 한전은 발전공기업의 손실을 보전할 의무가 사라진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는 발전자회사들의 손실보전을 위해 정산조정계수를 조정하는 내용의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안’을 검토했으나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한전과 발전자회사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를 한 후 정산조정계수 산정기준에 따라 결과를 도출하면 부처 승인을 받아 확정이 된다"면서 "회의는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도 "별도 회의록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소매가인 전기요금 인상은 국민들의 반발이 예상돼 연료비연동제 도입에도 조정하지 못하는 사이 발전자회사에 그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발전자회사 관계자는 "올해도 적자가 확실시 되는 상황"이라며 "그 와중에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확대 등 정책 수행의무는 점차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저유가 상황에서 한전이 소비자에 판매하는 전기요금은 정부의 가격통제로 고정된 반면 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 구입가격은 발전연료 시장가격의 하락으로 급격히 떨어져 한전은 2조원대의 흑자를 기록했다. 저유가 여파가 불러온 발전연료 시장가격 하락으로 실적 개선이 이루어졌다면 그 성과가 석탄 등을 연료로 쓰는 화력발전사에 돌아가야 하나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한전에 저유가의 혜택이 돌아갔다. 올해는 연료비가 상승하는 가운데 한전과 발전자회사 간 실적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장치인 정산조정계수가 폐지돼 연료비 상승에 따른 비용부담도 고스란히 발전자회사의 몫이 될 전망이다.

정산조정계수는 한전과 발전자회사 간의 이익을 배분하는 장치다. 국내 전력시장은 매시간대별로 예상 전력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투입된 발전기중에서 전력생산단가가 가장 비싼 발전기의 발전단가, 즉 ‘계통한계가격(SMP)’를 시장거래가격으로 정하고 있다. 여기에 0.0001~1 사이의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해 최종 정산단가를 결정한다. 한전은 해당 수치가 적용된 단가로 전력을 구입하고 있다. 정산조정계수가 올라가면 한전이 발전자회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면서 지급하는 비용이 늘어난다. 한전 이익은 감소하는 반면 자회사 이익은 증가한다. 발전사들은 벌어들인 이익에 이 정산조정계수를 곱한 만큼만 가져갈 수 있다. 가령 발전사가 1만원을 벌었을 때 정산조정계수가 0.0001이면 1원만 가져가게 된다. 정산조정계수가 커지면 정산금액도 늘어난다. 반대로 정산조정계수가 낮아지면 한전 이익은 늘어나고 발전자회사 이익은 줄어든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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