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강릉안인석탄화력발전소 건설현장 "무원칙한 탈석탄 정책에 사업비 '눈덩이'…준공돼도 투자비 회수 불가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7.01 17:09

갑작스런 탈석탄 정책에 목표가동률 75%에서 50%로 낮아져 사업성 '뚝'

친환경설비 추가-민원 반발 무마에 사업비 1조 이상 늘고 공사지연

"세계최고수준 친환경설비 갖춰…제대로된 평가-정당한 보상 필요"

123

▲강원 강릉시 안인리의 안인 화력발전소 건설 현장 전경. 왼쪽 커다란 삼각형 모양 지붕 건물이 석탄저장창고다.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정부가 석탄발전소 늘리겠다고 밀어줘 투자했더니 이제는 탄소중립 하겠다며 세계 최고 친환경 기술 가진 석탄발전소를 죽이려 하고 있다."

기자가 한국자원경제학회(회장 박호정 고려대 교수) 주요 회원들과 함께 지난 30일 사업비 5조6000억원의 국내 최대 규모 수준으로 한창 건설 중인 강원 강릉 안인 석탄 화력발전소를 둘러보던 사이 현장 관계자가 그동안 쌓였던 울분을 털어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발전소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정부 정책에 따라 다른 신규 석탄화력 발전소와 함께 사업허가를 받은 뒤 현재 1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공정률 75%에 그치고 있다. 당초 올해로 예정됐던 이 발전소의 준공시기가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2년 뒤인 2023년으로 미뤄졌지만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그간 전력생산의 주력 발전원이었던 석탄발전은 온실가스 주범으로 꼽혀 이젠 정부의 탈석탄 정책과 함께 점차 축소되고 앞으로 20년이면 사라질 위기에 있다.

현재 강원 삼척과 경남 고성에서 준공 중인 신규 석탄발전소와 더불어 강릉 안인 화력발전소는 국내서 마지막으로 남을 석탄발전소로 평가받는다. 각국 정부와 기업이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에 힘을 모으고 탈석탄 금융이 글로벌 투자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는 가운데 국내 신규 석탄 화력 발전소들은 속속 이어질 준공을 앞두고 속내가 편할 수 없다.

석탄발전소의 ‘질서 있는 퇴출’ 및 지원 등이 정부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는 상황에선 설령 준공하더라도 제대로 운영될지, 사업해서 수익은 얻을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이러다가 결국 ‘미운 오리새끼’ 를 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닭갈비뼈(계륵),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하는 것 아닌지 사업자로선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사업자들은 사업비가 한정돼 있는데 그간 정부의 정책변화, 환경단체의 주장, 주민들의 요구를 맞추느라 당초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은 비용을 지출했지만 지금 분위기에선 이를 알아주기 쉽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다.

한국남동발전과 함께 투자해 ‘강릉에코파워’를 설립, 이 사업에 참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손용호 상무는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설명하면서 "2011년 정전 파동 이후 정부는 전력예비율 22%를 목적으로 안정적인 에너지공급을 위해 기저발전인 석탄발전을 늘리고자 했다"며 "우리나라 경쟁력의 토대였던 석탄발전산업 정책이 정당하게 평가돼야 하고 국가정책으로 퇴장해야 한다면 사업자들에게 정당하게 보상해야 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업의 경과와 내막을 잘 알고 있는 자원경제학회 참석자들도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자원경제학회 회원인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후쿠시마 사건으로 원전에는 거부감이 있었고 정전 파동 때 우리나라 전력예비율이 3.8%로 위험한 수준이라 석탄발전을 늘리고자 했다. 편서풍을 피해 미세먼지가 확산하는 걸 막기 위해 서해안이 아닌 동해안과 남해안에 석탄발전소를 짓기로 지난 2012년 결정했다"며 "발전사업자의 다양성을 위해 민간사업자도 들어오게 한 것인데 공사를 다 끝나가는 시점에 와서 탄소중립을 들고 나와 석탄총량제 등을 실시해 석탄사업이 위기에 와 있다"고 봤다

업계에서는 친환경 설비 설치와 지역 주민 수용성 해결 등을 위한 투자비가 1조원 넘게 상승하면서 국내에서는 석탄발전소가 더는 건설되지 못 할 것으로 전망한다. 석탄발전소를 설사 준공하더라도 석탄발전 상한제로 가동률이 떨어져 투자비 회수도 쉽지 않다고 분석된다. 민간사업자들은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으로 엄청난 손해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강릉 안인 화력발전소 개요
발전소명강릉안인화력 1,2호기
설비용량2080MW
위치강원도 강릉시 안인리
사업비5조6000억원
준공 예정2023년 3월 15일
공정률74.1%
발주처강릉에코파워(주)
                                                                자료 :강릉에코파워

기자가 자원경제학회 회원들과 둘러본 건설 현장은 그야말로 국내 최대 규모 발전소답게 웅장했다. 강릉 안인 화력 발전소는 설비용량이 2080MW에 이른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2기와 비슷한 설비용량 규모다. 가구당 평균 전력사용량을 고려할 때 4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발전소다. 강릉 안인 화력발전소는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고 있다. 발주처는 강릉에코파워로 한국남동발전과 삼성물산의 특수목적법인(SPC)이다.

현장에는 안전모와 안전장비를 모두 갖춰야 들어갈 수 있었다. 리프트로 건설 현장 옥상까지 올라가니 발전소 건설 현장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현장 관계자는 "강릉 안인 화력발전서 건설 현장에 여기까지 기자가 직접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현장 설명을 이어갔다.

강릉 안인 화력발전소는 초초임계압(USC) 기술이 적용되는 발전소다. 현장 관계자는 " 초초임계압 기술로 강릉 안인 화력 발전소는 환경저감시설 기준보다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먼지를 훨씬 적게 배출한다"고 설명했다.

454544

▲한국자원경제학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30일 강릉 안인 화력발전소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강릉 안인 화력은 주민 수용성 등을 고려해 송전선로와 배수로, 취수로를 터널굴착기(TBM)로 터널을 지어 만들고 있다. 이들 시설은 주민들이 기피하는 혐오시설로 보이지 않도록 지하를 활용하는 것이다. 강릉에코파워에 따르면 이를 위한 공사 비용에만 약 2000억원 가까이가 투자됐다. 저 멀리 바닷가에는 석탄연료를 하역할 수 있는 연료하역부두와 방파제를 짓고 있는 현장도 눈에 보인다. 특히 거대해 보이는 석탄 저장고에는 얼마나 많은 석탄이 들어갈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현장관계자는 "친환경설비를 구축하는 데 8300억원이 투자됐다"며 "운송과 저장과정에서 석탄분진이 새나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4444

▲강릉 안인 화력발전소 발전기 공사가 한창이다.

                                          □ 환경저감시설 배출물질 기준
배출물질배출허용기준강릉 안인 화력
황산화물50ppm15ppm
질소산화물50ppm10ppm
먼지10mg/㎥3mg/㎥
                                                           자료 :강릉에코파워

자원경제학회는 현장 견학을 마친 뒤 현장 사무실 회의실에서 석탄화력 현안 및 좌초자산 이슈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 과정에서는 주로 강릉 안인 화력발전소의 친환경성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위재훈 강릉에코파워 기술운영본부장은 "석탄발전 과정에서 석탄재가 나오는데 99.99%는 포집을 하고 미세먼지는 친환경설비 중 탈활성비로 물을 뿌려 일정 부분을 잡는다"며 "질소는 석탄화력에 들어가는 탈진설비가 들어가고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이 10ppm 정도 나오는데 강릉 안인 화력도 10ppm 정도로 운영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어느 발전소랑 비교해도 환경 설비 쪽으로는 크게 뒤지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주민수용성과 관련해서는 분명 호불호가 있는 사업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소음과 미세먼지 등으로 불편을 겪고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지만 지역 경제를 살려 폐지에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다는 것이다.

김진호 강릉에코파워 부사장은 "강릉 안인 화력발전소를 건설할 때 전력산업기반기금 등 지역에 지원하는 보상금이 많아 지원주민 92.5%가 건설 유치에 찬성했다"며 "지역에 발전소가 유치되면서 정부는 특별지원금으로 지방자치단체에 1000억원을 사업자는 560억원을 지급할 예정이고 발전소가 폐쇄될 때까지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지역에 매년 20억에서 최대 30원억이 지급된다. 그 외에도 토지보상금 등 각종 보상비로 현재까지 2000억원이 지급됐다"고 설명했다.

준공 후 가동을 해도 투자비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강릉에코파워에 따르면 강릉 안인 화력발전소는 가동률 87%를 할 것을 기대로 사업을 시작했으나 석탄 발전 상한제 등으로 가동률 50%대까지 떨어질 수 있어 위기라는 의미다. 가동률이 75%는 돼야 손익분기점이 된다고 강릉에코파워는 보고 있다.

전력거래소 강릉 안인 화력발전소 표준투자비 3조8000원억과 달리 환경규제강화와 주 52시간 인건비, 지역주민 보상비 ,지역협력비, 부지 특성 반영 등으로 5조600억원까지 실제 투자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바다 날씨 변동도 커 석탄발전소를 짓기 좋지 않은 부지지만 미세먼지 확산을 방지하고자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을 피하는 동해안에 석탄발전소를 지었는데 표준투자비는 서해안에 있는 발전공기업들의 발전소를 기준으로 해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도 토론에서 나왔다.

표준투자비를 근거로 정산조정계수 변경해 기저발전인 석탄발전사의 수익을 보장해준다. 석탄발전은 전력 상황에 따라 때때로 발전은 하지 않지만 필요할 때는 발전을 해야 해 발전하지 않을 때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표준투자비가 실제 투자비 보다 훨씬 낮으니 발전사업자는 발전소 유지에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박호정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은 "서쪽에 위치한 발전소와 동쪽에 발전소를 지리적으로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에너지 이슈는 국민들의 의견이 중요한 데 셈법이 복잡해 메시지를 간결하게 전달할 필요성이 있어 학회에서도 그런 고민을 많이 하겠다"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나 시민단체는 강릉 안인 화력발전소 건설 반대를 주장해 발전소 운영에 계속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6일 ‘안인석탄화력발전소 강릉범시민대책위원회’는 여론조사기관인 모노커뮤니케이션즈·모노리서치에 의뢰해 강릉시 거주 18세 이상 성인 남녀 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3.1%가 건설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대책위는 이날 강릉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릉 안인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요구했다.


wonhee4544@ekn.kr

이원희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