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탄소포집, '넷제로' 달성에 도움될까? "탄소감축 해법 아냐" VS "모든 노력 동원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7.21 13:16
석탄발전

▲중국 석탄발전소(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활용을 둘러싼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CCUS는 석탄발전 등 탄소집약도가 높은 부문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저장하는 기술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력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CCUS 기술이 온실가스를 감축시키기 위한 해법이 아니라는 주장한다. 현재 넷제로(탄소중립)를 위한 세계적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 이런 관측이 제기돼 관심이 집중된다.


 

탄소포집의 본래 목적은 석유추출..."잘못된 기후 해결책" 

 


21일 미 경제매체 CNBC는 "탄소포집 기술은 넷제로를 향한 움직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모두가 이부분에 동의하지는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CCUS의 비관론자로 꼽히는 국제환경법센터(CIEL)의 캐롤 머펫 최고경영자(CEO)는 "탄소포집이 왜 잘못된 기후 해결책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며 "첫 번째이자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탄소포집 기술이 본래 온실가스 감축용으로 활용되지 않았던 만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적합한 수단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최근 들어 CCUS가 온실가스 감축 방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했지만 대규모 상용화를 위해선 앞으로 막대한 시간, 비용 등이 요구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CNBC에 따르면 1972년에 CCUS 시설이 미국 텍사스주에서 최초로 가동됐다. 당시에는 온실가스를 줄이기보단 탄소를 포집하고 이를 현지 정유 공급업자들과 석유 생산업체들에게 납품하기 위해 CCUS 기술이 활용됐다. 이산화탄소를 노후 유정에 주입하면 잔존 석유를 효과적으로 추출할 수 있다.

CNBC는 "몇 년이 지나서야 탄소포집 기술이 기후 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며 "현재 전 세계에서 대규모 상업용 CCUS 시설 21개가 운영 중에 있고 앞으로 40개가 추가로 가동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CIEL은 "(기술이) 비효과적이고 비경제적이며 안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연장시킨다"며 "오히려 중점을 두어야 할 재생에너지로부터 집중을 분산시킨다"고 강조했다. CIEL은 이어 "입증되지 않은 CCUS 기술의 확장성과 이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고려했을 때 CCUS는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 내로 제한시키도록 배출량을 빠르게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머펫 CEO는 "우리는 앞으로 10년 이내 배출량을 절반으로 감축해야 하고 몇 십 년 안에 탄소배출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며 "CCUS 기술을 합리적으로 검토해보면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배출량은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감축되지 않고 오히려 화석연료 인프라가 확장되는 결과가 나온다"고 밝혔다.

CIEL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은 과거 연구결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초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 틴들 기후변화 연구센터가 환경단체 ‘지구의 벗’의 의뢰로 파리기후협정 목표 달성을 위한 CCUS의 역할을 평가했는데 그 결과 2030년까지 탄소 감축을 위해 탄소포집 기술에 의존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CCUS의 대중화를 가로막는 난제들이 모두 해결된다 하더라도 그때 되면 도입시기가 너무 늦을 것이라는 결론도 나왔다.

연구진은 또 "현재 상용중인 대부분의 CCUS 시설은 석유 추출을 위해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전체 CCUS 시설 중 약 81%가 석유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에 연구진은 "CCUS에 의존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일"이라며 "파리기후협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재생에너지 등 배출을 실질적으로 감축시킬 수 있는 부분에 의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넷제로 위해선 탄소포집 필수격..."잠재성에 주목해야" 

 


이렇듯 탄소중립을 위한 CCUS 상용화에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있지만 낙관론자들도 존재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사만타 맥컬럭 CCUS 총괄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탄소포집 기술은 아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넷제로를 위한 과정에서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몇 년 동안 CCUS 기술에 의미 있는 수준의 모멘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며 "이는 탄소포집 없이 넷제로 달성이 어렵다는 것을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IEA는 작년에도 보고서를 통해 CCUS 기술 없이는 탄소중립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의 밥 와드는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이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모든 기술과 노력이 총동원되어야 한다"며 "특정 기술을 배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과제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지 않는 걸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코트라(KOTRA)측도 올해초 "CCUS 기술은 1970년대부터 사용돼 왔지만 아직 시장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수 있는 분야"라며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최고의 탄소 포집 기술 상금으로 1억 달러를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내건 것도 탄소 포집 분야에서 혁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CCUS 기술 전망에 긍정적으로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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