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로 ‘입맛’ 바꾼 일본…세계 LNG 시장 지각변동 온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7.2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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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 액화천연가스 생산기지 현장.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일본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높이는 반면 화석연료 비율을 대폭 낮추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LNG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일본에서의 이러한 정책변화는 향후 글로벌 LNG 수요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 카타르 등 LNG 수출국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계절적 요인 등으로 가격이 들쭉날쭉한 현물시장에서 변동성이 더 커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28일 블룸버그는 "청정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일본의 새로운 계획은 60년 전 개척했던 세계 LNG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일본 경제산업성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실질 배출량을 제로화하는 탈(脫)탄소 사회 실현 구상에 맞춰 중장기 에너지 정책을 담은 ‘에너지 기본계획’ 개정안을 지난 21일 공개했다. 일본 정부는 이 개정안을 올 10월 중 각의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일본은 2030년까지 태양광, 해상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기존의 22∼24%에서 36∼38%로 14%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반면에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의 화력발전 비율 목표치는 기존의 56%에서 41%로 대폭 낮춰 잡았다.

이 계획대로라면 2030년 일본의 LNG 수입은 3분의 1로 줄어들 것으로 블룸버그는 전망하고 있다.

일본이 세계 LNG 시장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큰손’인점을 고려하면 향후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파급적인 수준일 것으로 점쳐진다. 블룸버그는 "일본의 정책변화는 세계 공급업자들에게 당혹감을 안겨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국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발표한 ‘2021년 세계 에너지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LNG 수입량은 102 bcf(10억 입방피트)로 세계 전체 수입의 21%를 차지했다. 중국과 한국 수입이 각각 94 bcf, 55.3 bcf로 2, 3위를 기록했다.

그간 일본은 20년 이상의 장기 공급계약을 진행하고 유지함으로써 세계 LNG 시장이 견고해지고 수출업체들은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투자에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이 LNG에서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정책을 바꾸자 업체들은 새로운 수출 터미널을 건설하거나 기존 시설을 확장하기 위한 자금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이런 현상은 벌써부터 가시화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업체들은 일찌감치 10년 미만 짜리의 공급계약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약 50년 동안 유지돼왔던 일본-인도네시아간 LNG 계약은 작년에 중단됐다.

블룸버그는 "특히 수출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카타르가 앞으로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현물시장의 변동성만 더욱 커질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일본의 LNG 수입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고되는 상황에서 예상 밖의 수요가 발생할 경우 현물시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현물시장은 수요가 약할 땐 가격 움직임이 지지부진 하지만 한파 등 계절적 요인이 발생하면 가격이 급등한다. 실제로 한파가 기승을 부리면서 지난 1월 12일 한국과 일본 현물시장(JKM)에서 LNG 가격은 MMBtu당 32.494달러를 기록했는데 작년 12월 초 8.065달러에서 한 달 여 만에 네 배 뛰었다.

여기에 일본이라는 변수가 새로 추가된 셈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의 사울 카보닉 에너지 에널리스트는 "일본의 정책변화로 바이어들은 2030년을 넘어가는 장기 공급계약 체결을 꺼릴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수요가 갑작스레 급증할 경우 단기적 가격 변동성에 대한 익스포저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하시모토 히로시 애널리스트도 "일본 발전업체들은 계약 기간뿐만 아니라 물량도 줄일 것"이라며 "이는 현물 시장에 대한 비중을 불가피하게 증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새로 제시한 에너지 계획의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현물시장에 대한 일본 의존도가 높아질지, LNG 정책이 앞으로 새로 변경될지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의 새 계획은 토지가 부족한 국가에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설비의 상당한 규모를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역시 "LNG를 대체하기 위해선 일본 내 거의 모든 원전이 재가동 돼야 한다"며 "지역주민 반발이 거센 점을 고려하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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