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전 안전 성능지표인 'WANO PI' 글로벌 1위만 제시
- 4월 공시 때 원전 관련 목표 5개로 세분화한 것과 비교
- 신재생에너지 확대, 청정수소 생산 등 국내 1위로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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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전경. |
공시 경영목표의 원전 관련 항목은 당초 5개로 세분화됐으나 최근 1개로 통합해 줄어들었으며 그마저 ‘원전’ 문구는 아예 빠지고 전문가들만 알 수 있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국내 원자력발전소 운영을 전담하는 공기업 한수원이 그간 자사 경영 목표에 강조해 반영해왔던 주력 원전사업 부문을 갑자기 줄이고 ‘원전’ 문구를 뺀 것에 대해 자기 부정, 탈원전 정책 ‘코드맞추기’ 등 지적이 나왔다.
한수원의 이런 조치의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른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 ‘0(제로)’으로 줄이고, 원전 비율은 6~7%대로 축소시키는 대신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현재 6%대에서 70%대로 급증시킨다는 계획이다.
1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한수원은 최근 공시한 일반현황 보고서 상 ‘경영목표 및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경영목표 중 사업부문 관련 목표를 ‘클린에너지 중심 사업가치 강화’로 새롭게 제시하고 그 세부내용으로 ▲WANO PI(세계원전사업자협회 발표 안전·성능 종합지수) 글로벌 1위▲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 12.1GW ▲청정수소 생산, 발전량 국내 1위 등을 열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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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
직전 공시인 지난 4월 사업 관련 경영목표에서 원전 관련 항목을 5개로 세분화해 구체적으로 열거했던 것에 비하면 대폭 축소된 것이다. 4월 공시의 사업부문 경영 목표에 포함됐던 ▲원전 운영역량 글로벌 1위(이용률 85%) ▲원전 안전역량 글로벌 1위 ▲원자력 신뢰도 50% ▲원전 생태계 건전성 유지 ▲해외사업 수익 창출 ▲원전 해체사업 기반 구축 등은 이번 공시에서 모두 빠졌다.
대신 업계 또는 전문가가 아니면 원전 관련인지를 알 수 없는 새 표현 ‘WANO PI 글로벌 1위’ 만으로 원전 사업 목표를 제시했다. 또 4월 공시 때 없었던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 12.1GW ▲청정수소 생산, 발전량 국내 1위를 추가했다.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중 3안인 ‘화석연료 과감히 줄이고 전량 그린수소 도입’과 궤를 같이한다. 세 개 시나리오 모두에서 원전 비중은 6.1%∼7.2%로, 2018년의 23.4% 대비 대폭 줄어든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수원이 경영목표에서조차 자사의 주력사업인 ‘원전’ 표현까지 숨기면서 신재생에너지 및 청정수소 확대를 강조한 것은 자기 부정인 동시에 전형적인 정부 탈원전 정책 코드 맞추기"라며 "아무리 이념 과잉 세상이라지만 자신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과 뭐가 다르냐"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정치권에서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슈화한 탈원전에 집착, 옥죄는 사이 에너지산업은 자율성은 커녕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한수원과는 반대로 유럽 일부국가들은 탄소중립을 추진하면서 원전 활용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합동연구센터(JRC)는 올해 초 ‘원자력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통해 석탄 화력 등 기존 발전원은 물론이고 풍력·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와 비교해도 원자력이 환경과 인간 건강에 더 해롭다고 볼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결론은 내렸다. JRC 보고서가 나온 후 프랑스·헝가리 등 5국이 원전을 녹색 산업으로 분류해달라고 EU 집행위에 촉구하는 등 유럽 내에서 원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 ‘후쿠시마 사고 등을 고려할 때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는 설계부터 달라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없다"며 "원자력은 단위 전력 생산당 인명 피해가 가장 낮은 에너지원"이라고 말했다.
한수원 측은 "최근 ‘2034 중장기전략경영경영계획’을 수립함에 따라 변경된 경영 목표를 반영해 공시하게 됐다"며 "금번공시에서는 전략목표만 수정반영하였고, 중기경영목표에는 기존 원전 관련 계획들이 그대로 존재하지만 알리오에 공개를 안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