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검단 입주예정자 3400가구 '날벼락'…문화재청 "'왕릉' 문화재보호법 위반" 건설사 고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9.16 11:13

문화재청, 건설사들 문화재보호법 위반… 공사 중단 우려
3개건설사 "인천서구청으로 부터 경관 심의 받아"
인천서구청 "2017년에 만들어진 고시 소급적용 안해"
입주 지연되면 수분양자 피해 불가피…"집단 소송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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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검단신도시 전경. 인천도시공사

[에너지경제신문 손희연 기자] 내년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던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3개 단지(3401가구)가 빨간불이 켜졌다. 해당 단지 인근에 위치한 ‘왕릉’의 경관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문화재청이 제동을 걸어서다. 현재 문화재청과 건설사 간 법적 공방도 예상되면서 입주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기존 수분양자들의 피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16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내년 입주를 앞두고 있는 대방건설 ‘디에트르 에듀포레힐’(20층·1417가구), 대광건영 ‘대광로제비앙’(20층·735가구), 금성백조 ‘예미지트리플에듀’(25층·1249가구) 등이 아파트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최근 문화재청이 왕릉의 경관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지난 6일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3개 건설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문화재청은 고발과 함께 3401가구 아파트 44개동 가운데 보존지역에 포함되는 19개 동의 공사를 중지하라는 명령도 재차 내렸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 7월 22일 3개 건설사가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으나, 건설사들이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해 인용되자 기존 명령을 직권 취소한 뒤 재처분했다.

문화재청은 건설사가 문화재 반경 500m 안에 포함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아파트를 지으면서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아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문화재청장은 2017년 1월 반경 500m 안에 짓는 높이 20m 이상의 건축물은 개별 심의한다고 고시한 바 있다.

문화재보호법 제35조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의 경우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화재보호법 제12조에도 건설공사로 인해 문화재가 훼손, 멸실 또는 수몰될 우려가 있거나 역사문화환경 보호를 위해 필요한 때에는 건설공사의 시행자는 문화재청장의 지시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된다. 이 경우 조치에 필요한 경비는 건설공사의 시행자가 부담한다.

3개 건설사가 시공 중에 있는 아파트 단지 인근에는 ‘김포 장릉’이 위치한다.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의 무덤으로 사적 202호로 지정돼 있다.

건설사들은 2014년 해당 아파트 용지를 매각한 인천도시공사가 김포시청에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했다는 입장이다. 2019년에 인·허가 기관인 인천 서구청의 경관 심의도 받았다. 문화재보호법 제13조에 따르면 행정기관은 시·도지사가 정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의 경우 인·허가를 하기 전에 해당 공사가 지정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해당 건설사들은 "인천 서구청으로부터 경관 심의까지 받았다"며 "현재로선 수분양자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다방면으로 대책을 강구 중이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청 주택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서구청 문화체육관광과에서 ‘문제가 없다’라는 의견을 보내와 인·허가 승인을 해줬다"고 밝혔다.

인천 서구청 문화관광체육과 관계자는 "2014년도에 인천도시공사가 김포시청에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했을 당시 문제가 없었다"며 "2014년에 문제가 없다라는 결과가 이미 나왔기 때문에 2019년 인·허가 때 문제가 없다라는 의견을 보낸 것이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2014년에는 ‘반경 500m 안에 짓는 높이 20m 이상의 건축물은 개별 심의한다’라는 고시가 없었고, 2017년에 생겨난 해당 고시 내용을 소급 적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2014년에 인천도시공사가 김포시청에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할 당시에는 2017년 1월 생겨난 ‘반경 500m 안에 짓는 높이 20m 이상의 건축물은 개별 심의한다’라는 고시가 없었다. 이에 인천 서구청도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저촉 사항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청은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법기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향후 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밝힐 것이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수분양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내년 입주를 앞둔 상황에서 문화재위원회의 문화재 현상변경허가 심의 등의 결과가 지연되거나 법적 공방이 계속될 경우 공사가 중단돼 입주 시기가 밀릴 가능성이 있어서다. 최악의 경우에는 현재까지 지어진 아파트를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복잡한 사안이다"며 "향후에 옆에 문화재가 있어도 일단 건물부터 세우면 된다는 선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야 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업계 내에서는 수분양자들의 집단 소송 사태까지 번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내비쳤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 수분양자들 입장에선 입주 시기를 보고 거주와 자산 계획 등을 세우는데 입주 시기가 늦어지거나 입주를 못하게 될 경우 손해를 입었다며 등기문제 등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son9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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