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기회와 도전] 산업계, 게임체인저 변신 박차…수소-전기-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개발 잰걸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10.17 11:23
배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을 지난해 국내외에 전격 선언한 뒤 정부 등 공공영역은 물론 민간 분야에서도 탄소중립 추진의 가속화에 나섰다. 정부는 전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했고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1년 새 국제 기준에 가깝게 상향 조정하는 등 탄소중립 추진 기반을 착착 갖춰가고 있다.

산업계도 글로벌 무역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트렌드를 거스를 수 없다. 고통스럽지만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탄소중립은 우리 산업계에 기회이자 위기다.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전면적인 산업 구조 개편과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어차피 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면 앞서 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에너지경제신문은 국내외 탄소중립 현장을 찾아 여섯 차례에 걸쳐 탄소중립 현황과 미래를 알아보는 기획 시리즈를 보도한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연초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공모 결과 ‘탄소중립 목표 실현의 기회와 도전’을 주제로 신청한 기획이 취재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회> 산업계, ‘게임 체인저’ 변신 박차
<2회> 탄소중립 시대의 새 기회 배출권 거래
<3회> 생활 속 실천 탄소중립 거버넌스 확립
<4회> 발전부문의 에너지 전환
<5-1회> [르포] 풍력발전 메카 덴마크
<5-2회> [인터뷰] 덴 요르겐센 덴마크 기후에너지부 장관
<6회> [르포]산업혁신 모델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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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공장의 전경. 에너지경제신문


[에너지경제신문 / 포항=이원희 기자]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철강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탄소중립은 매우 도전적인 목표지만 포스코는 탄소중립 선언을 통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겠습니다."

경북 포항 포스코 본사 옆 언덕에 위치한 구름다리에서 기자가 포항제철소(면적 950만㎡) 전경을 바라보며 "포스코가 과연 탄소중립할 수 있을까요"라며 의문을 제기하자 옆에 있던 포스코 직원이 자신에 찬 표정으로 밝힌 각오다. 기자의 눈으로 보기엔 서울 여의도 3배 면적 크기의 거대한 포항제철소를 탄소 배출하지 않는 시설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목표 자체가 비현실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게임을 바꿔야 한다면 그 설계자가 되겠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은 한국 주력 산업계의 결연한 의지다. 만들어진 규칙을 그냥 따라 가다가 죽느니 차라리 게임을 새로 만들어 그 지배자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수소환원 제철’로 탄소중립을 이끌겠다는 포스코, 수소차로 ‘퍼스트 무버’의 길을 열겠다는 현대자동차 등이 이같은 글로벌 선도기업 비전 선포 사례다.

탄소중립은 철강·반도체·자동차·화학 등 탄소 다(多)배출 산업계에 기회이자 위기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제조업 중심의 국내 산업 구조 특성상 저탄소로의 전환은 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 전국경제인연합에 따르면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 대상 업체 126곳 중 106곳(84.1%)는 2030 NDC가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답했다.

수출에 많이 의존하는 국내 산업은 무역시장 변화에 대응할 필요도 있다. 기후위기 대응에 발 맞춰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에 탄소세 부과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통해 소비자와 사회로부터 긍정적 기업 이미지를 창출하고 나아가서 독자적인 산업영역을 구축할 수 있는 하나의 큰 도전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국내 기업들은 이를 위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와 재생에너지 전기, 암모니아를 활용해 저탄소 산업 구조로의 개편에 총력을 쏟고 있다. 국내 탄소 다배출산업은 산업 고도화 과정에서 압축성장의 초석을 다지며 우리나라 간판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젠 굴뚝산업으로서 기후재앙의 주범이란 불명예를 가지고 거센 퇴출 또는 변화 압력을 받고 있다. 살아 남아 수명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시장의 선도자가 되기 위해선 힘든 도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도전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투자와 기술개발이라고 산업계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탄소배출 가장 많은 철강, 수소환원 제철로 돌파구

국내 산업 중에서도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산업은 철강이다. 지난 2019년 기준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17억톤으로 국가 전체 배출량의 17%를 산업 부분에서는 30%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이 탄소 감축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직면하게 됐다

포스코는 탄소배출량이 철강 산업 내에서 70%를 차지하고 있는 걸로 알려진 만큼 철강 산업의 중심인 기업이다.

포스코가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열린 ‘수소환원제철포럼’에 따르면 포스코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 최대 40조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해 탄소중립이 쉽지 않다고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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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광양제철소의 부생수소 생산설비. 포스코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탄소중립 계획을 공식 선언한 바 있다. 2050년까지 ‘수소경제를 견인하는 그린수소 선도기업’ 비전을 잇따라 공개하기도 했다. 포스코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 활용하고자 하는 기술은 탄소포집저장활용(CCUS)과 수소환원제철이다. 사업장의 탄소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에너지효율향상과 CCUS 기술을 적용하고 최종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해 수소와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탄소중립 제철공정을 구현하고자 한다.

CCUS 기술은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생산된 이산화탄소를 땅에 매장하는 방법 등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기술을 말한다. 수소환원 제철이란 철광석으로부터 철을 생산할 때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하는 기술이다. 쇳물 생산을 위해서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시키는 환원제역할을 일산화탄소(CO) 대신 수소(H2) 가스를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배출을 없앨 수 있게 된다.

아직 수소환원 제철 기술은 완전히 상용화되지 않았다. 포스코가 보유한 제철소의 거대한 9기 고로의 용광로는 아직 엄청난 열기를 뿜어내며 화석연료로 철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포항제철소에 있는 파이넥스 공정에서 25% 수준의 수소 환원을 실현하고 있다. 아직 파이넥스 공정은 거대한 포항제철소에서 작게만 느껴진다.

포스코는 제철소의 9기 고로를 모두 수소환원제철공법으로 전환하면, 최대 연간 370만 톤의 그린수소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포스코에 따르면 철강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해 약 3500톤의 부생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그린수소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를 말한다. 부생 수소는 석유화학이나 철강 공정 등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수소로 생산과정에서 탄소가 나오는 수소다.

결국 수소환원제철공법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충분한 그린수소의 공급이 뒷받침 돼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그린수소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수소의 생산단계부터 운송, 저장, 활용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기술 개발에 착수하고자 한다. 포스코가 발표한 그린수소 선도기업 비전에도 2040년까지 그린수소 생산을 연간 200만 톤, 2050년에는 500만톤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소차

▲수소자동차. 연합뉴스


◇ 현대차, 전기·수소차로 ‘퍼스트 무버’ 비전 제시

철강산업을 포함해 자동차, 석유화학 산업 등 탄소다배출 산업도 대체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주목하고 있다. 수소와 함께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암모니아(NH3) 기술 개발에 나서기도 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수소차 관련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퍼스트 무버’로서 나아가겠다고 발표했다.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차와 수소차를 함께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어 현대차는 지난달 2045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배출 저감을 위해 클린모빌리티 전환을 가속할 계획을 발표했다. 2040년까지 차량 운행과 공급망, 사업장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지난 2019년 수준 대비 75% 축소하고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등을 도입해 2045년까지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로 하고자 한다. 특히 2035년까지 유럽 시장에서 판매하는 전 모델을 전기차와 수소차로만 구성하기로 했다. 2040년까지는 다른 주요 시장에서도 순차적으로 모든 판매 차량을 전기차와 수소차로 완료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국내 기업의 친환경차 확대에 힘입어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등인 친환경차의 수출금액 지난달 처음으로 월간기준 10억달러(10억4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 조선·화학 등 업계, 암모니아 연료 활용 기술 개발도


그린 암모니아 기술 개발에도 정부와 기업들이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 ‘탄소중립을 위한 그린암모니아 협의체’를 결성했다. 이 협의체에는 삼성엔지니어링과 두산중공업, 두산퓨얼셀, 롯데정밀화학, 롯데케미칼, 포스코, 한국조선해양, 한화솔루션, 현대글로비스, 현대오일뱅크,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등 13개 기업이 참여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함께 화학연구원, 가스안전공사 등 5개 공공기관도 참여해 기업들과 협력하기로 했다.

암모니아(NH3)는 질소와 수소의 화합물로 연료로 활용될 수 있다. 연료를 사용하는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탄소중립에 활용할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서 주목받는다. 항공기와 선박, 자동차에도 암모니아를 연료로 쓸 수 있다. 수소를 암모니아로 전환하거나 반대로 암모니아를 수소로 바꾸는 과정도 어렵지 않다고 알려졌다.

암모니아는 같은 부피에 수소보다 1.7배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도 제시된다. 보관과 수송이 편리해 수소를 운반하는 운반체로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들이 암모니아를 탄소중립의 수단으로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린암모니아 협의체에 참여하는 기관과 기업은 암모니아 생산·운송·추출·활용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협력하고 정보교류와 기술 기준 수립을 통한 표준화 협력 등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암모니아를 조선·해운 산업에 활용하려는 조선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HMM과 롯데정밀화학, 롯데글로벌로지스, 포스코, 한국선급, 한국조선해양 등 총 6개 기관은 친환경 선박·해운시장 선도를 위한 그린 암모니아 해상운송 및 벙커링(선박 연료로 주입) 컨소시엄 업무협약(MOU)을 지난 5월 체결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조선해양에서 암모니아 추진선과 벙커링선을 개발하고 이를 한국선급이 인증을 진행한다. HMM과 롯데글로벌로지스에서 이 선박을 운영해 포스코가 해외에서 생산한 그린 암모니아를 롯데정밀화학이 운송·저장해 벙커링한다.

이에 따라 기존 화석 연료 기반의 선박 연료는 점차 암모니아 수소 등 친환경 선박연료로 대체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50 탄소제로 로드맵’ 보고서는 2050년 선박 연료 수요의 45%를 암모니아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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