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기업하기 힘든 나라, 이젠 바꿔야

성철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11.18 09:56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

유정주 팀장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

우리나라는 기업에 대한 규제가 상당히 강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세계경제포럼(WEF), 국제경영개발원(IMD)에서 매년 발표하는 기업경쟁력 지표 중 기업 규제 부담 지수는 항상 좋지 않다. 올해초 전국경제인연합회, 중견기업연합회, 한국벤처기업협회가 공동으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도 다르지 않은데, 조사대상 기업의 77.3%가 외국에 비해 산업 규제의 강도가 더 강하다고 응답했다. 규제가 우리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업들이 규제를 두려워하는 것은 규제의 집행력을 담보하기 위해 위반시 제재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법치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누구라도 법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지 않는 과도한 처벌은 자칫 법 준수 거부로 이어질 수 있고 경제 분야에서는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처벌은 우리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현행 경제법령 중 301개에 형사처벌 항목이 6568개에 이른다는 조사가 발표되었다. 이러한 통계가 가진 의미는 경제법령상 규제가 최소한 6568개에 이르고 위반시 이에 상응하는 6568처벌이 동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가 국민과 기업의 경제활동에 얼마나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고, 고용부, 기재부, 국토부, 산업부 등 우리나라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경제부처에 이렇게나 많은 규제와 처벌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형사처벌이 많다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양벌규정이라는 명목으로 법 위반자뿐만 아니라 기업도 같이 처벌하는 규정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전체 처벌항목 6568개의 92%에 달하는 6044개 항목이 법 위반자와 기업을 같이 처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양벌규정에 따라 기업에게도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기업이 처벌을 면하려면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다했다는 것을 법정에서 증명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소송에 따른 비용은 오롯이 기업의 몫이다.

한 가지 법 위반사항에 대해 두 개 이상의 처벌이 중복부과 되기도 한다. 2중처벌이 1561개(23.8%), 3중처벌이 714개(10.9%), 4중처벌이 41개(0.6%), 5중처벌이 60개(0.9%)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자유무역지역법에 따른 수입 신고 의무를 어기면 징역, 벌금, 몰수 그리고 행정처벌인 과징금까지 4중 처벌에 처해진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하는 행위는 정말 엄하게 처벌하는데 징역, 벌금, 자격정지, 몰수 그리고 행정 처벌인 과징금까지 5중 처벌이 가능하다.

처벌의 정도가 지나친 경우도 있는데, 외부감사법상 회계업무 담당자가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거짓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데, 재무제표상 변경된 금액이 자산총액의 10%를 넘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받게 된다. 이는 형법상 ‘직계존속에 대한 상해치사 형량’과 동일하다. 회계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사람을 죽인 같은 수준의 형량을 재무제표상 표기 오류에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최근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처벌 수위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사후적인 형사처벌의 강도를 높이는 데는 전제가 있는데 사전적인 규제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활동의 자유는 보장하되 주어진 자유를 남용한다면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사전규제와 사후처벌이 모두 강하다. 특정사업을 못하게 하거나 진입장벽이 높은 경우도 많고, 진입 후에도 규제가 많아 사업을 영위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법위반에 따른 처벌도 강하니 기업하기 정말 힘든 나라다.

상황이 이러니 기업들은 외국으로 나갈 수밖에 없고, 그 영향으로 국내 일자리는 점점 줄어만 가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기업에게 기업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주고 처벌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선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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