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내년엔 '하향 안정'…이후엔 '상승세' 전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12.14 12:24
석유산업

▲(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세계 원유시장에 수급이 개선되면서 내년 국제유가 전망은 하향 안정화 추세를 이어갈 것이란 방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유가 상승세는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원유 수요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계속 증가할 전망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공급에 크게 줄 것이란 이유에서다.

글로벌 에너지 정보업체 S&P 글로벌 플래츠가 13일(현지시간) 공개한 ‘2022년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량은 올해보다 더 빠르게 회복되는데 이어 에너지 수요를 따라잡거나 추월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적인 천연가스 수출 확대, 미국 셰일오일 및 가스 생산량 증가, 석유산업에 대한 비(非)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의 투자활동이 재개되면서 원유공급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로 인해 원자재 비축물량도 새로 채워지면서 에너지 가격은 안정세를 되찾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2021년의 경우 시장의 초점은 에너지 수요 회복에 맞춰졌지만 내년에는 공급 회복이 주요 테마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S&P 플래츠는 내년 한 해 동안 원자재 재고물량이 새로 비축되어도 여유생산능력이 저조하기 때문에 시장은 공급차질에 취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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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가격 추이(사진=네이버금융)

이렇듯 내년부터 세계 원유시장의 수급이 개선되면서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석유산업에 대한 투자가 많이 위축됐는데 이런 추이가 지속됨에 따라 향후 원유 공급이 수요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럴 경우 유가의 장기적 상승세가 불가피하단 지적이다.

이날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은 화석연료 투자감소로 인해 2030년까지 세계 산유량이 30% 가량 급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빈 살만 장관은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는 단계로 진입해 에너지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며 "2030년까지 세계 산유량이 하루에 3000만 배럴 가량 급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기업들과 투자자들은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라는 목소리를 무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빈 살만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무함마드 알 자단 사우디 재무장관의 비슷한 경고가 제기된 이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알 자단 장관은 에너지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와중에 유가 급등을 피하기 위해선 에너지전환을 매우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알 자단 장관은 이어 "우리는 유가가 너무 급등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며 "수요가 늘고 있는데 그 공백을 메울 대안이 없어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사우디는 2027년까지 생산능력을 현 수준의 하루 1200만 배럴에서 1300만 배럴까지 늘리려는 계획이지만 석유산업을 위한 세계적인 투자는 아직도 저조한 수준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국제유가 폭락과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압박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신규 석유·천연가스 개발을 위한 투자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네덜란드 법원은 지난 5월 글로벌 에너지기업 로열더치셸에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당시 ‘셸이 파리협정 목표에 위협을 준다’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을 네덜란드 법원이 받아들인 사례로 큰 주목을 받았었다.

이를 반영하듯, 싱크탱크 국제에너지포럼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지난 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업스트림 사업에 대한 투자액은 3410억 달러로 코로나19 사태 전 수준보다 낮다. 보고서는 원유 수요공급에 균형이 갖춰지려면 2030년까지 투자 규모가 연간 5250억 달러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에너지포럼은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2020년 글로벌 지출액은 전년 대비 30% 급감한 3090억 달러"라며 "올해는 소폭 회복에 그쳤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국제유가는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수요 둔화 가능성으로 하락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대비 0.38달러(0.53%) 하락한 배럴당 71.2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월물 브렌트유 역시 0.76달러(1.01%) 하락했다. 오미크론에 대한 주요국의 대응이 이뤄지면서 활동에 제약을 주고 있는 만큼 향후 원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는 해소되지 않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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