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REC 가치 30% 뻥튀기에 시장 왜곡...신재생 발전업계 피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1.03 16:33

가중치로 발급후 실제 적게 구입

발전량 당초 계획보다 27.8% 부족



"과잉 누적분 REC가치 부풀려져"

"의무량 추가 등 제도 개선 필요"

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 발전소. 픽사베이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정부가 8년 간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 운영을 제대로 못해 재생에너지 수급문제와 시장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량 목표는 실제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량으로 세워놓고도 재생에너지 사업자에 보조금 지급 성격의 신재생에너지발급인증서(REC)는 가중치를 적용한 수치로 발급한 것이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공급제도에서 REC는 가중치를 적용, 실제 전력 생산량보다 많이 발급되는데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를 가진 발전사 등은 정부가 목표로 잡은 실제 전력 생산량 기준대로만 구입했다.

이에 따라 발전 공기업 등 구입 의무량을 초과해 과잉 발급된 REC가 시장에 풀려나와 REC 가치가 실제보다 부풀려지면서 전반적으로 REC 가격을 떨어뜨리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들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 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가중치가 비교적 낮게 책정됐거나 아예 가중치를 받지 못하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자 등은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받아 더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3일 에너지경제신문을 통해 지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보급한 신재생에너지 전력량이 실제 정부가 정한 목표치에 27.8%(380만MWh)나 덜 채웠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8년 간 REC는 가중치를 적용해 발급하면서 발전 공기업 등 RPS 대상 기관은 가중치를 배제한 발전량 기준으로 공급토록 의무화한 것이다. 당연히 RPS 대상기관의 구입 의무량을 초과해 REC가 발급됐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파악해 2020년부터 RPS 대상기관이 가중치를 배제한 발전량 대신 가중치를 반영한 REC 발급량을 기준으로 재생에너지를 구입토록 의무화했다.

유종민 교수는 "‘REC 명목가치 하락으로 인한 양적 통제장치로서의 RPS(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왜곡’이라는 논문을 이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와 공동저자로 자원환경경제연구 학술지(한국자원경제학회·한국환경경제학회)에 올해 3월 자로 게재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이 논문에 대해 "높은 REC 가중치 및 국가 REC 남용 등으로 RPS 정책의 왜곡을 초래했다"며 "REC가 넘쳐나 실제 신재생에너지 의무량 충족에 쓰인 REC 에 상응하는 발전량은 당초 계획과 비교해 27.8%나 부족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린다"고 말했다. 그는 "REC 가치왜곡은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와 REC의 상호호환이 불가능해지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재생에너지 전력량과 정부 목표치간 괴리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전력량 목표치 확인에 활용하는 REC의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해 전력량을 과대 집계해서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그동안 RPS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지만, 원인을 분석하고 정확한 수치를 제시한 논문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REC 가치가 지금까지 과대 평가된 결과로 REC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REC를 파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은 가격 하락에 불만을 표출하고 시위까지 펼쳤다. 특히 그중 REC 가중치가 높지 않은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은 가중치가 높은 에너지원에 비해 역차별을 받았다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는 업계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지난 2020년부터 REC 가중치를 반영해 신재생에너지 전력량 목표치를 집계하고 있다. REC 가중치를 목표치 집계에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관련 환산식을 개선 중이다. RPS 의무공급비율은 올해부터 대폭 늘려 지금까지 넘쳤던 REC를 흡수하려 한다.

2022010401000087500003361.jpg

▲신재생에너지 발전량과 REC 발급량 비교표. (단위: MWh, REC) 자료= ‘REC 명목가치 하락으로 인한 양적 통제장치로서의 RPS 왜곡’


REC 제도에는 건축물 태양광이나 연료전지, 해상풍력 등 비용이 많이 드는 에너지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가중치를 이용해 더 많은 REC가 나오도록 해준다. 실제 생산한 신재생에너지 전력량보다 REC가 더 많이 나오는 것이다. 연료전지는 REC 가중치가 1.9로 1MWh의 전력을 생산하면 REC가 1.9가 나온다.

하지만 이처럼 REC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신재생에너지 전력량 목표치 집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 2012년 제도가 생긴 이후 2019년까지 1MWh의 신재생에너지 전력량은 1REC와 같다고 계산했다.

2022-01-03_172800.jpg

▲‘REC 명목가치 하락으로 인한 양적 통제장치로서의 RPS 왜곡’


즉 100MWh의 신재생에너지 전력량을 생산했는데 REC 가중치로 150REC가 발급됐다고 하자. 150REC 중 100REC를 이용해 100MWh의 신재생에너지 전력량을 생산했다고 실적을 확인했지만, 나머지 50REC는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된 거다.

유 교수는 "이렇게 매년 과잉 발행된 REC 누적분이 REC 가치를 가속해 떨어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부터 REC 가중치를 반영하기 위해 발전량에 1.16을 곱해서 환산해 신재생에너지 전력량 목표치에 반영하고 있다.

유 교수는 "현재 분석한 사후 REC 가중치 값이 1.25가 넘는 상황으로 보인다. 2020년에 도입한 REC 환산비율 1.16은 충분치 않다"며 "RPS 제도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 REC의 가치 하락을 막아야 하고 실질적인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미달성분을 흡수할 수 있을 정도로 의무량 추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REC 현물시장 가격은 지난 2017년 12만원 대에서 지난해 3만원 대까지 4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에 불만을 가진 사업자들로 구성된 전국태양광발전협회나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의회는 지난해 수차례 제도를 개선하라고 대정부 시위를 했다.

정부도 REC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RPS 의무공급비율 상한선을 10%에서 25%까지 올렸다. REC 수요량을 늘리기 위해 올해 RPS 의무공급량을 지난해 9%에서 12.5%로 3.5%포인트나 올렸다. 이에 따라 일정규모 이상의 발전사들은 생산하는 전력의 12.5%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해 직접 발전을 하거나 REC를 사와야 한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해 12월에 규칙을 개정해 최근 3년이 아닌 직전 해의 REC 발급량과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고려해서 다음 해 REC 의무량을 산정하기로 했다. REC 수급불균형의 최근 상황을 다음 해에 바로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wonhee4544@ekn.kr
이원희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