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탄소중립發 스태그플레이션에 대비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1.20 10:11

박주헌 동덕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박주헌교수

▲박주헌 동덕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1.5%, 소비자물가상승률 28.7%, 설비투자 증가율 마이너스 19.8%. 2차 오일쇼크로 휘청거린 1980년 한국경제의 모습이다. 가장 피하고 싶은 경제현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후퇴가 동시에 덮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 전반에 걸쳐 생산비용이 증가할 때 발생하는 경제현상이다. 하지만 모든 산업의 생산비용이 동시에 공통적으로 증가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은 아주 예외적으로 발생한다. 거의 모든 생산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공통 생산요소인 에너지가격이 폭등할 때가 거의 유일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1970년대 전 세계를 강타한 스태그플레이션은 1973년부터 1981년까지 국제 원유 가격을 10배 이상 인상시킨 두 차례의 석유위기가 원인이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통상적으로 생산요소 대체나 생산성 향상으로 해결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산요소로 대체하고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전체적인 요소 생산성을 향상시킴으로써 요소 가격 상승으로 유발된 비용증가를 상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석유위기도 석유를 원자력·천연가스·석탄 등으로 대체하는 에너지다변화와 연구개발 투자 확대로 극복할 수 있었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 중인 탄소중립이 만성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져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탄소중립은 조금 거칠게 해석하면 값싼 화석에너지를 상대적으로 값비싼 태양광, 풍력으로 대체하는 것이 핵심이다.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단가가 빠르게 떨어져 머지않아 화석에너지보다도 저렴해진다는 가설도 있으나, 발전소 차원에서는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전체 전력계통 차원에서는 엉터리 주장이다. 국가차원의 대규모 에너지를 저장해야 할 에너지저장장치, 태양광, 풍력이 무용지물이 될 경우를 대비한 백업발전 설비, 막대한 규모의 송전설비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단가가 떨어져도 전체 전력계통 차원에서의 전기가격은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현재에도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유럽 국가들의 전기 요금이 우리나라보다 2~3배 가량 높은 사실이 증거다.

탄소중립 중간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화석에너지 가격도 크게 높아질 공산이 크다. 화석에너지 시대의 종말을 대비해서 화석에너지 신규 개발 투자가 감소해 공급능력이 갈수록 줄어들 뿐만 아니라 화석에너지 사용을 위해 함께 구매해야 할 배출권 가격도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과정에서 상당 기간 동거할 수밖에 없는 전기와 화석에너지 가격의 동반 인상은 필연적으로 전체 에너지비용을 증가시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탄소중립으로 유발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1970년대처럼 에너지대체로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탄소중립은 궁극적으로 대부분의 에너지를 전기로 대체해야 달성 가능하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전기를 다른 에너지로 대체하기는커녕 오히려 다른 에너지를 전기로 대체해야 한다는 말이다. 값비싼 전기로의 대체는 에너지비용 상승을 가속화할 뿐이다.

우리나라는 재정적자가 확대와 사회보장성 이전소득과 같은 경직성 지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더욱 불리해지고 있다. 재정적자 확대는 민간의 투자 재원을 줄여 생산성 향상을 제한하고, 사회보장성 이전지출 확대는 소비와 같은 수요 증가 효과밖에 없어 오히려 물가인상을 더 한층 부추겨 스태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비용의 급상승을 막기 위한 질서 있는 탄소중립과 미래의 충분한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재정건전성 유지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당장의 표계산에 급급한 정치인들은 탄소중립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면서도 경쟁적으로 재정건전성을 해치는 공약을 남발하고 있어, 걱정을 넘어 화가 치밀어 오르기까지 한다. 이런 행태로 어떻게 2030 미래세대를 위한다고 할 수 있는가.
성철환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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