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조 택배기사들 “업무 과중 사실과 다르다” 노조 파업 반대
거래처 이탈로 수익 감소 우려…파업 장기화 피해에 불만 폭발
노조 “배송 물량 조절 현장선 불가능한 얘기” 청원자 주장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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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0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서 진행중인 CJ택배노조 파업 쟁의권 박탈 요구 청원 이미지. |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CJ대한통운 택배노조의 파업이 4주차에 접어들며 장기화 양상을 보이자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져가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에 택배 등 개인사업자의 파업권을 박탈해 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와 20일 오후(3시 기준) 1만2917명의 동의를 얻으면서 택배노조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피로감과 불신감이 표출됐다.
또한 설 명절을 앞두고 택배파업 장기화로 일부 지역의 배송 차질이 더 심화돼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우려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택배업계 종사자라고 소개한 청원자 A씨가 "노동자의 권익을 주장하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개인사업자 택배노조의 만행을 제재해달라"고 요구한 글이 올라왔다.
A씨는 택배사들이 택배기사의 업무 과중을 방치한 채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노조의 주장에 "개인사업자 택배기사는 배달과 집화 수량에 따라 자신이 일을 한 만큼 돈을 받아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자신의 구역이 너무 물량이 많아지면 선택을 할 수 있다"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물동량이라면 구역을 나눠서 할 수 있을 만큼만 하면 되지 불가능한 물량을 어느 누구도 억지로 하라고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청원은 CJ대한통운 택배노조가 △택배요금 인상 분배 개선 △ ‘주6일제’과 ‘당일배송’ 등 조건이 포함된 표준계약서의 철회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한달 가까이 지속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택배노조는 롯데, 한진 등 경쟁 택배사에 접수 중단 조치를 요구하는 등 투쟁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CJ택배노조와 다른 택배사의 접수중단 동조에 불만을 드러내는 비노조원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전날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은 성명을 내고 파업 철회와 업무복귀를 촉구했다. 비노조 택배기사 1만2573명도 대리점연합 입장을 지지하며 택배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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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가 20일 오전 서대문역에서 배포한 택배파업 관련 전단지. |
CJ대한통운 대리점 연합회 관계자는 20일 "과거에는 택배 현장의 열악한 노동 환경 때문에 택배기사들이 파업에 일부 동조 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환경이 아니"라며 "노조 때문에 피해를 보면서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택배 기사들은 상당히 불만을 가지고 있다. 택배기사들 사이에서도 도가 지나쳤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비노조원 택배기사들이 노조의 파업에 불만을 느끼는 것은 파업 장기화에 따른 거래처 이탈로 수익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기사들은 온라인몰을 자기 거래처로 만들고, 집하 수수료를 얻는다. 이들의 주요 수입원은 집하수수료가 60%, 배송 수수료가 40%로 이뤄진다. 거래처 이탈로 수입원의 절반 이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노조 파업으로 현재 김포 등 일부 지역 비노조 택배기사들은 CJ대한통운에서 집하를 포기하고, 일반인이 아르바이트로 하는 ‘쿠팡 플렉스’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CJ대한통운 택배노조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을 올린 A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CJ대한통운 택배노조 관계자는 "(A씨의 주장은) 말도 안된다. 택배 기사가 아닌 사람"이라며 "자기 구역 상품이 많으면 포기하면 된다는 얘기인데, 상품을 포기하는 것도 대리점 소장과 얘기해야 할 수 있다. 배송물량이 언제 빠질지 모르는 데 더하면 더하고 못하고 싶으면 못하고 이런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를 쉽게 설명하면 택배기사는 일차로 자기 구역의 상품을 책임지고 배송해야 한다. 그런데 배송 물량이 너무 많이 내려와서 감당을 못하겠다고 판단해 물량을 조절하려면 다른 동료 택배기사들에게 부탁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기사들도 각 구역마다 담당하는 배송 물량이 있어 부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송 업무를 부탁할 대체 인력이 없다 보니 택배기사는 임시로 와서 돈을 더 받고 배송을 해주는 외부 ‘용차(대체 인력)’를 써야 한다. 이들에게는 택배기사들이 받는 택배 한건당 받는 비용(800원)보다 1.5배(1500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즉 배송물량이 많아도 현장에서는 이를 대체할 인력이 없어 택배기사들의 업무 과중 부담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CJ대한통운 택배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지하철 서대문역 출입구에서 이번 택배파업에 이재현 CJ회장이 책임지라는 내용을 담은 전단지를 배포하며 여론전을 펼쳤다.
노조의 투쟁 수위는 앞으로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 관계자는 "앞으로 전국 지하철로 전단지 배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택배파업을 두고 CJ대한통운 노사가 첨예한 입장 차이를 드러내면서 설 연휴를 앞에 둔 이커머스 업계는 한숨을 쉬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택배노조의 잦은 파업에 기존과 같은 분위기는 아니다"고 전하면서도 "배송 물량이 증가하는 설 대목인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