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탄소중립발 초인플레이션 시대 대비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3.01 09:00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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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탄소중립발 인플레이션의 대(大) 서막이 열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먹구름 속에 세계 경제가 제대로 된 기지개를 켜기도 전에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하고 천연가스 가격은 역사상 최고점을 갱신하는 등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금융시장까지 불안하게 하고 있다.

글로벌 탄소중립 추세로 인하여 화석연료에 대한 신규투자는 미미하나 여전히 인류는 석유제품을 써야하고 천연가스로 발전을 해야하는 우리의 현실은 크게 바뀐 게 없어서 결국 인플레이션이라는 난제를 손에 들고 풀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벌써 잊어버렸지만 오일쇼크로 인하여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내내 인류는 인플레이션과의 처절한 사투를 벌였다. 1990년대들어서는 중국을 비롯한 저렴한 인건비를 내세운 생산기지들의 값싼 석유화학 제품의 대량 생산과 이후 셰일의 등장으로 낮은 인건비, 낮은 에너지 가격으로 전 세계는 호황을 맞이하며 풍족한 삶을 영위해 왔다.

이제는 당분간 ‘대인플레이션(Great Inflation)’의 시대를 살아야 할 것 같다. 조만간 미국의 양적 긴축까지 겹쳐지면 새로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들까지도 투자의 실질이윤이 높은 사업만이 경제성을 확보할 것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및 배터리도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에 필수적인 전력저장장치(ESS) 그리고 전기자동차 시대의 이차전지에 필요한 원자재, 소재, 부품과 관련한 수급 불안과 전체 공급망의 교란으로 인하여 가격이 연일 치솟고 있다. 지난해 한해동안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 가격이 안 오른 자원이 없으며, 몇백 퍼센트씩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너무나도 예견 가능한 공급망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아무런 고민없는 탄소중립의 낙관적 전망이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대인플레이션 시대를 강요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당연히 저소득계층이며 탄소중립 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가하는 경제적 고통은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덮칠 것이다. 미국은 연방은행을 통하여 자국의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하여 조만간 이자율 인상을 강행할 것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자국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해 다양한 관세인하 등을 동원함으로써 유럽이 탄소국경조정을 통한 탄소가격 상승으로 수입가격 인상을 꾀하는 방향과 반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더 나아가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폭등 사태 와중에 셰일생산을 급격히 늘려 수출로 톡톡히 이익을 챙기고 있다.

대인플레이션 시대에는 실물을 쥐고 있어야 한다.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기간에는 실물, 일반상품, 원자재, 에너지, 식량자원 모든 것이 귀해지고 가치가 상승할 것이다.

공급망이 여기에 기름을 끼얹어서 있는 물건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물류까지 원활하지 않아서 가격 인상을 증폭시키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공급에 필수적인 주요 광물과 희토류 등의 수요 증가를 지구상의 매장량으로 지속가능하게 공급할 수 있는지와 가격이 안정적으로 구축될 수 있는 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진행되고 있는 탄소중립은 벌써 첫 번째 난제인 자원부족과 공급망 교란이라는 허들부터 허덕이고 있다.

대인플레이션이라는 지뢰밭을 어떻게 지나가야 할지 현명한 정책판단과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며 자국의 경제성장과 에너지안보를 위하여 포괄적이고 대승적인 관점에서 민·관이 협력하며 역할을 분담하여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새로운 대비가 필요하다. 에너지안보는 이제 과거의 석유자원이나 주요 광물 확보를 넘어서서 CCS를 대비한 새로운 저장고 확보 및 수소자원의 밸류체인 구축 등과 사이버 에너지안보까지를 포함해야 한다는 인식의 대전환과 새로운 개념 구축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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