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차기 정부가 바로 세워야할 '에너지 백년대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3.09 20:00

최수석 제주대학교 전기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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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석 제주대학교 전기에너지공학과 교수


대선 투표가 종료돼 곧 대통령 당선자가 확정된다. 새 대통령이 이끌 차기 정부는 국민들이 공감하는 정책의 실현으로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해본다.

대통령 직선제 이래 최초의 문민정부를 탄생시킨 김영삼 대통령은 개혁적인 정책으로 90%가 넘는 지지율을 이끌어냈다. 1993년 연예인을 제치고 인기투표 1위에 오를 정도였으니, 당시 정책이 국민들의 기대에 얼마나 잘 부응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문민정부는 역사바로세우기를 통해 두 명의 전직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군부 특정세력을 역사의 심판대에 세웠고, 광화문 한가운데 버티고 있던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하면서 일제강점기의 잔재를 청산하였으며, 금융실명제를 통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는 대책을 전격적으로 실시하기도 하였다. 요즘 많이 회자되는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고,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으니 그 결과는 성공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새로운 국가 리더가 결정된 지금 백년의 미래를 바라보는 정책이라면 과거에 대한 깊은 성찰과 현실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의 영역으로만 생각되던 에너지가 최근 몇 년 사이 정치권에서도 유례 없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공기나 물처럼 자연스럽게 우리 주변에 있던 에너지에 무엇인가 큰 결함이 발견된 때문이다. 바로 인류 생존에 위협이 되는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가 지목된 것이다. 산업혁명 이래 백년 넘게 화석연료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으나, 우리는 최근에야 그 대가가 무엇인지 깨달아 가고 있다.

우리의 행복한 삶을 위해 에너지가 정치적 이슈로 논의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 중심에 온실가스 감축이 있어야 함은 자명하다. 사실 온실가스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은 30년 넘게 거슬러 올라가며,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 ‘저탄소 녹색성장’이 국가 비전으로 선포되기도 하였다. 인물이나 진영에 대한 선호를 떠나 에너지 분야에서 온실가스 감축은 과거 백년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의 백년을 계획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고려사항이다.

2017년 6월 19일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의 대통령 연설문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2016년 3월 기준으로 총 1368명이 사망했다"며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청정에너지 시대가 우리의 에너지정책이 추구할 목표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언론 발표를 잘못 인용한 것이다. 주택이나 다른 시설에서처럼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 내에서도 사고 당일 2명이 숨졌지만, 원자력 영향에 관한 유엔과학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사망자는 0명이다. 담당자 실수였겠지만 원자력에 대한 위험성이 과도하게 부풀려졌고, 더욱 안타까운 점은 정책 주안점으로 두어야 할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원자력의 순기능은 논의에서 거의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말 문재인 대통령은 "향후 60동안 원자력을 주력 에너지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언의 배경으로 지난해부터 불거진 LNG 공급 불안 등이 지목되고 있지만, 마지막까지 온실가스 감축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원자력의 중요성이 강조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더구나 지난해 발표된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향후 30년도 안 남은 2050년 원자력의 발전량 비중은 6.1% 내지 7.2%로 ‘주력’으로 불리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효과적인 ‘에너지믹스’를 이야기한다.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은 육상선수가 되고 스케이트를 잘 타는 사람은 빙상선수가 되듯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인류가 발전시켜오고 우리가 잘하는 에너지를 주력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100여년 전 노벨 물리학상을 살펴보면 1918년 막스 플랑크의 에너지 양자화, 1921년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와 이론물리학의 공헌, 1922년 보어의 파동개념에 입각한 원자구조가 있다. 인류가 현재 안전하게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실용적인 원자력의 토대가 되는 양자역학의 기틀이 100년 전에 마련되었던 것이다. 부디 과거를 성찰하고 현재를 분석하면서,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에너지 백년대계가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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