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p만 높여도 전력구입비 3.7조~11.5조 절감…"한전 손실 보전 효과 커"
2015년 원전이용률 85.3%, 2020년은 75.3%…발전량은 약 4600GWh 차이
석탄과 LNG발전 4600GWh 줄일 경우 한전 전력구입비 11조 5000억원 절감 가능
▲[출처=전력거래소] *2022년은 3월까지 평균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2분기 연료비조정요금 인상을 유보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원자력발전 가동률 확대가 한전의 경영개선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윤 당선인의 공약대로 전기요금 인상을 백지화할 경우 현실적으로 원전 가동 확대 말고는 수익을 확대할 뾰족한 방안 마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흡수하기 위해 현재 시행 중인 석탄화력발전 상한제 완화 등 제시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마땅치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석탄화력발전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글로벌 탈석탄 추세에 조기폐쇄가 추진 중이거나 가동 제한 중이어서 연료비 급등 대응에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액화천연가스(LNG)는 연료비 폭등으로 단가가 높고 재생에너지도 단가가 높을 뿐만 아니라 아직 그 비중이 적고 효율이 낮은 상황이다.
원전 추가 건설은 8~10년 정도 소요되는 만큼 현재 있는 원전을 풀 가동하는 등 가능한 한 많이 돌리는 수밖에 없다. 다만 가동을 늘려도 현재 70%대에서 80%대로 10% 포인트 정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원전 가동률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원전은 이론적으로 100%를 돌릴 수 있다. 다만 원전력안전위원회의 원전 안전운전 관리 기준이 까다로와져 점검·정비 등을 위한 운전 제한이 불가피해 현실적으로 가동률을 100%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고 최대 90% 안팎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원전 가동률을 현재보다 10%포인트 만 높여도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상당부분 덜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전은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전력판매량 증가 등으로 매출액이 2조55억원 증가했지만 연료비와 전력구입비 등 영업비용이 11조9519억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석탄과 LNG연료비가 급증한 탓이다. 특히 올해 들어선 연료비 급등으로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오는 가격은 크게 오른 반면 소비자에 판매하는 가격은 1분기까지 동결됐다. 결국 한전이 kWh당 200원에 전력을 사와서 그 절반인 100원에 팔게 됐다. 전력 구입가격과 판매가격의 차이는 고스란히 한전의 손실로 이어졌다. 윤 당선인 측은 값싸면서 친환경적인 원전 이용 확대로 이같은 한전의 경영 부담을 줄여보겠다는 의도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지난달 발전사,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들인 전력시장 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은 현재 kWh당 200원에 육박한다. 1년 전에는 kWh당 70원이 안 됐다. 1년 사이에 3배 가까이 발전 원가가 높아진 것이다. kWh당 200원에 들여왔는데 파는 건 110원, 100원 남짓으로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한전은 전날 동결을 발표한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와 관련 관계당국 협의 과정에서 발전 원가를 어느 정도 맞추려면 연료비 조정단가의 kwh당 33.8원 가량 인상이 필요하지만 그 10%도 안 되는 kwh당 3원 인상을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올해 영업손실이 20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료=한국수력원자력] |
원전 가동을 10% 늘리면 이같은 예상 적자폭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최근 10년 내 원전이용률이 85.3%로 가장 높았던 지난 2015년의 경우, 16만4762GWh의 전력을 생산했다. 2020년 이용률은 75.3%였는데 16만 183GWh의 전력을 생산했다. 원전 이용률 10% 증감에 따라 발전량은 약 4600GWh 정도 차이가 난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4600GWh는 약 113만 가구가 1년 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SMP를 kWh당 200원, 원전의 발전단가를 50원, 석탄화력을 100원, LNG를 200원이라고 가정했다.
원전 이용률을 10%(4600GWh) 늘리고 석탄과 LNG 발전량을 각각 2300GWh씩 총4600GWh 줄일 경우 한전의 전력구입비 절감액은 약 11조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한전의 발전 자회사 연료비는 4조6136억원 증가했고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는 5조9069억원 늘어났다. 한전의 전력구입비가 총 10조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
올해 한전의 전력구입비가 연료비 급등으로 작년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원전 가동률을 10%포인트 높이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메리츠증권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원전 가동률 상향 조정으로 거둘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억제 효과가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은 보고서에서 "원전 이용률이 80%에서 90%로 10%포인트 올리면 한전의 영업이익이 약 3조7500억원 개선되는 효과를 나타낸다"고 밝혔다.
원전 10% 확대, 석탄LNG 5%씩 감축할 경우 한전 예상 절감액 | ||
원전 | 석탄 | LNG |
50원*4600000000kWh | 100원*2300000000kWh | 200원*2300000000kWh |
2조 3000억원 | 4조6000억원 | 9조2000억원 |
약 11조5000억원 절감 효과 |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무리한 탈원전 기조 적용으로 원자력 발전의 발목을 잡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원전의 과거 수준의 이용률인 90% 선을 회복할 수 있다. 미국의 지난 5년 평균 원전이용률은 92%가 넘었다"며 "나아가 신한울 3·4 호기 건설을 완료해 향후 늘어날 전력수요 중 상당 부분을 원자력으로 충당한다면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 없이도 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