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혁신 격랑에도 변하지 않는 은행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5.17 10:26

김한성 한국은행 전산정보국 자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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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성 한국은행 전산정보국 자문역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웹의 발전으로 인터넷 세상이 서로를 연결하고 국경을 넘어 수많은 정보를 접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기술의 발달로 일상의 삶과 비즈니스 광경들이 데이터로 변환(digitally remastering) 되면서 쉽게 해체되고 통합되는 이른바 대변환(transformation)의 세상에서 수요자가 제품을 생산하고, 자원과 기술은 공유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나아가 우리가 경험할 세상은 더 이상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가상인 메타버스로 향하면서 완전히 새롭게 바뀌고(innovation) 있다. 인공지능·아바타·디지털 트윈 등으로 가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나만의 유일한 경험을 겪으면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는, 돌아올 수 없는 긴 여정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변화하지 않으려 해도 세상이 변하고 우리도 변한다. 변화하는 세상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준비하고 실행해야 할 몫은 여전히 남아있다. 어느 국가·사회· 경제에서도 큰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이, 큰 영향을 미치는 개인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 폐해는 더욱 심각해 질것이다.

은행을 생각해보자. 은행이 없다면 우리의 일상생활은 어떠할까. 아마도 상상하기 어려운 불편은 물론이고 살아가는 방식도 엄청나게 달라질 것이다. 민간이 운영하지만 그만큼 중요하기에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인 보호도 함께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은행이 변화하고 있는 지도 그 이상으로 우리는 예의주시를 해야 한다.

우선 지난 1년간 은행 관련 혁신을 주제로 한 보도내용을 찾아보니, 은행 최고경영자(CEO)가 전하는 새해 신년사에서 창립 이래 최고의 성과를 이뤄냈다고 한다. 일부 은행은 증권·보험 등으로의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한 수익 다변화에도 열심이다. 또한 은행계열 저축은행은 모기업 후광에 힘입어 여타 저축은행 보다 높은 수신증가세를 보이고 나아가 몸집 부풀리기 증자에도 나서고 있다. 이런 기사는 안타깝게도,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금융행태를 드러낼 뿐이다.

물론 은행은 지금껏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비즈니스를 이끌어 오면서 디지털 금융 전환을 위한 담당 조직의 신설·새로운 디지털 기술 도입·오픈뱅킹·마이데이터 등 금융혁신을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그 성과는 조용하다. 규제에 익숙한 지능만을 작동한 탓일까.

이제 은행은 혁신에 예민한 지능을 키워나가면서 새로운 혁신의 세상을 준비해야 한다. 은행은 핀테크·빅테크·심지어 비금융 업체가 만들어 내는 혁신을 쫓아 더 높이 위치해야 한다. 나아가 탈중앙 금융, 기후 변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 같은 이슈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 바로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을 증진하는 일이다. 즉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하여 고객 요구사항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개별 금융소비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도록 돕는 도구가 바로 인공지능(AI)이라 할 수 있다. 굳이 맥킨지가 그려 보였던 ‘미래의 인공지능 은행’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금융혁신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은 매우 긴요하다.

인공지능을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함수라 한다면, 보다 정제되고 풍부한 데이터와 활용 목적에 적합한 알고리즘의 적용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마이데이터 비즈니스 모델’과 ‘망분리 규제 철페’는 금융혁신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비즈니스 모델(MyData Model)은 특정 기관이나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이 중심이 된 360도의 삶을 데이터로 연결하고 있어 은행거래를 하는 고객정보만으로는 찾아낼 수 없는 새로운 고객 창출과 영업 전략을 창안할 수 있다. 또한 대다수 조직에 적용하고 있는 망분리 규제는 데이터와 분석도구가 분리되어 있어, 알고리즘 개발과 검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세 가지의 세상 어느 하나를 살아가고 있다. 빠른 변화의 세상, 거대한 변환의 세상, 완전히 새로운 혁신의 세상을. 이런 세상에서 규제에 발빠르게 적응하는 지능과 혁신에 예민한 지능중 어느 쪽이 궁극적인 승리자가 될지 궁금하다.
성철환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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