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탑티어에 도전한다] 삼성 ‘시스템 반도체 1위’ 이재용의 꿈 성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5.25 18:00

메모리 '초격차' 영역 확장...투자금 늘리고 조직개편



'승부처' 파운드리서 대만 TSMC 넘어야...대형 M&A 추진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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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평택 2라인 전경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삼성전자가 ‘글로벌 탑티어’ 달성을 위해 가장 바쁘게 뛰는 분야는 시스템 반도체다. 기술력은 이미 탑티어에 속하고 있지만 점유율을 비롯한 시장 장악력이 경쟁사 대비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명실상부 세계 최강자다. 다만 더 큰 규모를 지닌 시스템 분야에서는 후발주자 입장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019년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시스템 반도체 신화를 만들자"는 취지의 공개 발언을 여러 차례 남겼다. 삼성과 이 부회장 입장에서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은 ‘꿈’인 셈이다.

시스템 반도체는 기계의 ‘뇌’와 ‘눈’ 등 역할을 하는 부품들이다.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데이터 연산, 제어, 변환, 가공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종합 반도체 회사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생산에 강점을 지녔다. 이 때문에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면서 공급처를 늘리는 동시에 파운드리를 통해 타사 물량을 만들어준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전체 반도체 매출(26조 9000억원) 중 메모리 매출 비중은 74.8%(약 21조원) 규모였다.

목표 설정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성적표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요약된다. 기술력을 쌓으며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긴 하지만 경쟁 환경 자체가 녹록지 않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점유율은 아직 미미하다. 반도체를 만드는 파운드리(위탁생산)는 대만 TSMC의 그늘에 가려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매출 기준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은 2019년 12%에서 2020년 9.7%, 작년 6.6%로 하락하는 추세다. 경쟁사이자 협력사인 퀄컴의 작년 점유율은 37.7%에 이른다. 이밖에 애플(26%), 대만 미디어텍(26.3%) 등도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파운드리는 아직 ‘양강구도’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18% 수준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지만 대만 TSMC는 50% 이상에서 공급처를 계속 늘려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나름대로 ‘꿈’을 향해 성실하게 달려가고 있다. 일단 투자 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다. 2019년에는 투자 예정액을 133조원으로 설정했지만 2년여만에 금액을 171조원으로 확대했다. 경기 평택캠퍼스의 3번째 반도체 생산라인 ‘P3’ 공장 완공과 4번째 생산라인 ‘P4’ 착공, 미국 파운드리 2공장 착공 등이 올해 스케줄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시설투자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48조 2000억원이었다. 이 중 반도체 부문 시설투자가 90.3%(43조 6000억원)를 차지했다. 회사의 관련 시설 투자액은 2019년 22조 6000억원, 2020년 32조 9000억원 등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작년 말에는 조직도 개편했다. 반도체(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 파운드리사업부 산하에 조직을 신설하는 등 시스템 반도체를 강화하는 쪽으로 체질을 개선한 것이다. 새롭게 생긴 ‘코퍼레이트 플래닝’(corporate Planning) 팀은 사업전략과 고객발굴, 생산능력 운영 등 여러 가지 사항을 총괄하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향후 관건은 대형 인수합병(M&A)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100조원대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의미있는 규모의 기업을 인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 유망 기업을 인수해 단숨에 시장 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반도체 M&A 전문가 마코 치사리를 영입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는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그만큼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 분야"라며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TSMC, 퀄컴 등을 따라잡는 동시에 인텔 같은 후발주자들의 추격도 잘 뿌리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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