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선전’이 당 쇄신보다 친윤계 체제 유지에 힘 실어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2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41.15% 최종 득표율이 오히려 당 쇄신을 가로막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강원과 대구·경북 등 동쪽 지역에서 사실상 '싹쓸이'에 가까운 결과를 낸 점이, 친윤계 중심의 기존 지도부가 당권을 계속 쥐고 가려는 구실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전 후보는 지난 3일 치러진 대선에서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 39.3% 득표가 예상됐다. 그러나 하루 뒤 최종 개표에서 총 1439만5639표를 얻어 41.15%의 득표율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이던 이재명 대통령은 유권자 과반 이상의 표심은 얻지 못한 채 49.42%의 득표율을 얻었다. 김 전 후보는 보수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등에서 이 대통령보다 많은 표를 받았다.
이를 두고 이번 득표율이 국민의힘 쇄신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의원은 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국민의힘에 대해 “보수의 모습은 없고 전형적인 반(反)보수적 정치 선거 운동을 펼치는 모습에 참 많이 실망스러웠다"고 진단한 뒤 “충격 받은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40%(대)를 득표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이 때문에 오히려 쇄신이 더 어려워졌다고 본다"며 “41%를 얻었다는 사실로 인해 '우리가 뭉쳐서 버티면 된다'는 인식이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의원은 김 후보가 이 대통령을 앞섰던 지역이 모두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의 지역구였다는 점을 짚으며 “그 결과 친윤 의원들은 '버텨서 당권을 잡고 공천을 받아 계속 가면, 상대가 실수할 경우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게 기본 전략인데 친윤 지역들에서 (김 후보가) 승리하며 '그래, 버틸 체력이 있어'라는 걸 스스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선 결과) 자기 지역구가 다 지켜졌다는 것은 이대로 가면 된다는 얘기"라며 “당내 주류가 변할 이유가 없어졌는데, 국민들은 쇄신을 얘기하니 (앞으로 국민의힘은) 쇄신하는 척만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한(친한동훈)계인 박상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4일 동아일보 유튜브 '정치를 부탁해'에 출연해 김 후보가 41.15% 득표율을 얻고 패배한 데 대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가 아니라 이길 수 있는 것을 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해 “계엄 이후 우리 당 의원들 앞에서 (권 원내대표가) '우리 얼굴 두껍게 가자'라는 이야기를 했다"며 “얼굴 두껍게 알량한 자리를 지키실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대변인은 “전당대회를 아예 하지 않고 '졌잘싸' 모드로 혁신형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며 “당규상 비대위원장을 임명하는 사람은 원내대표"라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원내와 전국위원회를 장악한 친윤계가 전당대회 대신 외부 인사를 내세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외부 인사를 영입해 일단 숨 고르기를 한 뒤, 상황이 안정된 시점에 전당대회를 열어 새 당대표를 선출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권 대표가 5일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당내 갈등과 이견은 여전히 봉합되지 못한 상태다. 비대위 존속 여부는 차기 당권 향배와 직결된 문제인데, 지난달 비대위원장에 오른 김용태 비대위원장만이 거취와 관련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어서다.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을 향해 대선 패배에 따른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일부 쇄신 조치를 이행한 뒤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김 전 후보가 '탄핵 정당'이라는 불리한 조건 속에서 득표율 40%를 넘기는 등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친김(친김문수)계를 중심으로 당권 쟁취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김 전 후보가 선대위 해단식에서 “대통령의 뜻이 당에 일방적으로 관철된 것에 대해 깊은 자성이 필요하다"며 당의 과오를 짚고 쇄신을 강조한 것도 당대표 출마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전 후보는 차기 당권 도전 여부를 두고 “당 대표에 아무 욕심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