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주년 기획] 韓경제 대전환, 다시 도약이다
신흥국-선진시장 이원화 전략
홍콩, 뉴욕, 유럽 등에선 CIB 집중
은행·비은행 글로벌 진출 동행
디지털 기술 무기로 현지화 속도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나유라 기자] 해외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4대 금융그룹의 총구는 크게 두 지역을 겨냥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흥국과 이미 세계의 금융·경제 중심지로 발달한 선진시장이다. 금융그룹들은 신흥국에서는 리테일 중심의 네트워크 확대에 주력하면서 선진시장에서는 자본시장 강화에 초점을 두고 차별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우수한 디지털 기술은 국내 금융그룹의 무기다. 금융그룹들은 현지 플랫폼 업체와 제휴를 맺고 자체적인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현지의 열악한 고객 채널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상황이라 글로벌 시장에서 승기를 잡는 것이 지속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코로나19 상황도 엔데믹(풍토병)으로 접어들면서 4대 금융의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KB금융, 투트랙 전략 집중…신한금융, 그룹 시너지 강화
KB금융그룹은 투 트랙 전략에 집중하고 있는 대표적인 금융그룹이다. 투 트랙 전략은 고성장이 예상되는 동남아 시장과 투자안전성이 높고 국내 고객의 해외 투자 선호도가 높은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는 것이다. 먼저 동남아 시장에서는 한국 기업 진출이 활발한 베트남, 동남아 최대 시장인 인도네시아, 금융산업 개방 초기인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 메콩 3국을 타깃 국가로 삼고 계열사별 인수·합병(M&A)과 네트워크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선진국 시장은 그룹 포트폴리오상 안정적인 성장 동력 확보와 자산관리(WM)·기업투자은행(CIB)·자산운용시장의 글로벌 역량 획득 차원에서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계열사인 KB국민은행 또한 동남아의 미얀마,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에서 리테일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과 동시에 선진국 시장인 홍콩과 뉴욕 지점을 CIB 허브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0% 지분을 인수한 캄보디아의 프라삭파이낸스는 올해 1분기에만 약 594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국민은행의 해외 수익 확대에 톡톡한 기여를 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최초 모바일 신용대출인 KB스마트론을 출시하는 등 디지털 역량도 강화 중이다. 지난 1월에는 선진국 시장 홀세일(Wholesale) 사업 확대를 위해 싱가포르 지점을 개점했다. 이와 함께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시장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은 2017년 글로벌 사업부문제를 도입해 그룹사의 해외 사업 시너지를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지주, 은행, 카드, 금융투자, 생명보험의 겸직체계가 구축돼 그룹사간 동반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에서는 디지털 기반의 리테일 사업을 확대하고 선진시장에서는 기업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개발도상국의 경우 증권·보험사 등 비은행업은 단계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으며 범은행권은 디지털 기반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선진시장은 글로벌거래뱅킹(GTB)·IB, 상품공급 역할 강화가 가능한 만큼 국외 자본시장 강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이 진출한 국가는 지난해 말 기준 총 21개국이며, 네트워크 수는 총 244개다.
▲신한베트남 진출 현황.(자료=신한금융) |
특히 대표적인 해외 진출 국가인 베트남에서 신한금융은 채널·자산·예금·대출·손익 모든 부문에서 외국계 금융회사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신한은행 현지 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은 2009년 설립된 후 M&A를 성공시키며 덩치를 키웠고, 현재 대출 고객 99% 이상은 현지 고객으로 확보해 현지화 영업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디지털뱅크로서도 자리를 잡고 있다. 베트남에서 출시한 신한은행 모바일 뱅킹 쏠(SOL)은 2018년 공개된 후 총 70만명이 가입했다. 베트남 카카오톡인 잘로(Zalo), 베트남 쿠팡 티키(Tiki), 베트남 전자지갑 플랫폼 모모(MoMo) 등과 디지털 제휴도 확대 중이다.
신한금융은 선진시장에선 해외 자본시장 확대를 위해 글로벌투자은행(GIB) 데스크를 확장하고 있다. 2018년 11월 그룹의 아시아 IB 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홍콩 GIB를 출범했으며, 미국, 일본, 베트남, 영국, 호주 등에 GIB 데스크를 설치했다.
◇ 하나·우리금융지주, ‘디지털 DNA’ 해외시장에 심는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타이베이(Taipei)지점’을 개설하며 국내 은행 최초로 대만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개점 행사에서 강병욱 대만 한상회 회장, 조정호 대만 한인회 회장, 정병원 주타이베이 대한민국대표부 대표, 김진석 타이베이지점장, 김규일 대만 한경회 회장(왼쪽부터)이 개점 축하 떡케이크를 자르며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하나금융그룹은 금융의 경계를 넘기 위한 주요 전략 중 하나로 ‘리딩 글로벌’을 선정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하나금융 또한 아시아 중심의 고성장 시장과 미주 및 유럽 등 선진시장 환경에 맞춰 글로벌 전략을 이원화해 대응하고 있다.
우선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고성장 아시아 시장에서는 증권, 소비자금융,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하나금융은 지난해 싱가포르에 자산운용사 HAMA(Hana Asset Management Asia Pte. Ltd.)를 신설했다. 이어 하나은행은 올해 국내 은행권 최초로 타이베이 지점을 개설하며 대만 진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번 지점 개설로 하나은행은 전 세계 25개 지역, 194개 네트워크를 보유하게 됐다.
하나금융은 자산운용, 증권업 외에도 경제성장과 함께 소비자금융업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에 추가로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실제 베트남에서는 현재 소비자금융업 진출을 위한 시장 조사 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 중국법인은 2020년부터 중국 대표 빅테크 기업인 알리바바, 씨트립 등과 제휴를 맺고 비대면 개인대출을 제공하는 등 국내 디지털 금융 노하우를 글로벌 시장에 활용하는 전략도 가동 중이다. 하나금융 측은 "글로벌 네트워크의 업무효율성을 제고하고 원활한 국내외 협업이 가능하도록 글로벌 차세대 시스템을 은행 모든 해외지점에 도입하며, 국내에서 높은 성과를 거둔 페이퍼리스 시스템도 해외 네트워크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진출지역 특성에 맞는 성장전략을 기반으로 신흥국, 선진국에서 각각 최적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수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현재 23개국에 450개의 네트워크를 보유 중이다. 이 중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미얀마 등 신흥국에서는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리테일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글로벌 IB,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업금융 분야에서 새로운 영업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일례로 캄보디아 현지법인인 캄보디아우리은행은 간편이체 서비스인 WB 페이(Pay)를 출시하며 모바일뱅킹의 현지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핀테크 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배달앱 등 생활밀착형 제휴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의 경우 모바일뱅킹을 주로 쓰는 점을 감안해 소액계좌 개설 서비스도 오픈할 예정이다. 베트남우리은행은 지상사 위주의 영업을 넘어 현지화를 목표로 디지털 경쟁력에 초점을 맞췄다. MZ 세대를 타깃으로 목돈 마련을 유도하는 e-Moi Goal 적금과 QR 페이를 활용한 ‘카드 없는 쇼핑’, ‘간편 이체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