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장기전세, 1인가구 공급 물량 8가구뿐
1인가구 매년 증가 추세…"정부, 세심한 해법 마련해야"
▲SH공사가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하는 강남구 수서동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네이버지도 화면 캡처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지난 23일부터 제41차 장기전세주택 입주자 모집을 시작한 가운데 전체 공급 물량인 총 1426가구 중 1인가구가 신청할 수 있는 물량은 8가구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 전체가구 중 1인가구 수가 30% 초반대에 달하고, 인구 고령화와 결혼 인식의 변화 등의 여파로 이 추세가 매년 증가하는 상황에서 주택 당국이 현재 추진 중인 공급 방안은 이들 1인가구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공급이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SH공사는 지난 13일 제41차 장기전세주택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지난 23일 1순위를 시작으로 오는 30일까지 접수를 받는다.
이번에 모집하는 장기전세주택 물량은 총 1426가구로 서울 강남·강북·강동·강서·서초·송파구 등 서울 내 18개 자치구, 50개 단지를 대상으로 대규모로 공급된다. 하지만 이 가운데 1인가구가 신청할 수 있는 물량은 8가구에 불과하다. 강남구 수서동 하니움과 성동구 왕십리동 모노퍼스 두 곳에서 각각 6가구, 2가구가 공급된다.
SH공사의 장기전세주택 물량 중 1인가구가 지원 가능한 물량이 8가구에 그친 데는 주택 면적 제한 때문이다. 1인가구는 전용면적 40㎡ 이하 주택에만 접수 가능하다. 이번 제41차 장기전세주택 물량 가운데 전용 40㎡ 이하 주택은 2개 단지, 8가구인 것이다.
대부분의 장기전세주택 단지가 전용 59~84㎡의 중형 면적 위주로 공급되다 보니 실질적으로 1인가구에 돌아가는 물량이 없다는 지적이다.
1인가구 수요 대비 공급 부족은 지난해 장기전세주택 청약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8월 진행한 제40차 장기전세주택 청약 결과 최종 청약 경쟁률은 10.8대 1을 기록했는데 수서동 하니움 전용 35㎡는 경쟁률이 74.4대 1에 달했다. 해당 단지의 공급 물량은 총 5가구로 전용면적이 40㎡ 이하였기 때문에 1인가구 수요가 대거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우리나라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31.7%(664만3000가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 5년간 1인가구 비중은 매년 증가하는 양상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서울에 거주 중인 1인가구 비중은 20.9%로 전국에서 경기(21.2%)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서울 거주 1인가구 청약 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서울 내 1인가구 수에 비해 공급 물량이 턱없이 적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또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 중 32.4%는 가장 원하는 주거지원 프로그램으로 전세자금 대출을 꼽았다. 월세 보조금 지원(19.5%), 주택 구입 자금 대출(15.8%)보다도 선호도가 높았다. 전체 가구의 경우 34.6%가 주택 구입 자금 대출을 1순위로 꼽은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1인가구 비중이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로 1인가구를 위한 정부의 세심한 주거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1인가구는 원룸처럼 작은 평수에 거주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1인가구 전용면적 기준을 늘리거나 장기전세 외에도 현 정부에서 추진 중인 역세권 첫 집, 원가주택 공급 등을 비롯해 1인가구를 위한 주거정책을 더 다양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인가구에 대한 파격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지만 전체적으로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1인가구의 공급 물량만을 늘리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무엇보다도 전체적인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급 물량 확대 없이 1인가구 공급만 늘리게 되면 신혼부부나 유자녀 가구 등의 가구 수가 줄어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