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000조 투자] "위기가 기회다"…K배터리, 인플레 부담에도 투자확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5.29 11:24

SK 67조원·LG 11조 대형 투자로 위기 극복



비용 부담에도 시장 선점위한 공세적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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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이 미국 조지아에 짓는 배터리 공장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국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인플레이션 확대로 인한 비용 증가 등 악재 속에서 역대급 투자를 약속한 이유는 향후 폭발적인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북미와 유럽 등 세계 각지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와 LG는 향후 5년간 전기차 배터리 설비와 소재 등에 각각 67조 4000억원, 11조 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충북 오창공장에 투자를 통해 시장 성장이 예상되는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여기에 전고체 전지와 리튬황 전지 등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주력한다. LG화학은 양극재를 비롯한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세계 1위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경북 구미에 양극재 공장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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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삼성SDI 사장(왼쪽)과 마크 스튜어트 스텔란티스 북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24일 미국 인디애나 합작법인 설립 계약 후 악수하고 있다.


SK는 친환경 에너지 산업이라는 큰 틀 아래 배터리 사업 육성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배터리를 생산하는 SK온을 포함해 SKC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소재회사,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지원사격을 맡은 SK㈜ 등이 힘을 합친다.

막대한 투자보다 수익성을 강조하는 삼성SDI는 별도 배터리 투자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완성 자동차 업체와 손잡고 첫 북미 생산거점을 세우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회사는 최근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미국 인디애나에 25억달러(약 3조 1625억원) 이상을 투자해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올해 착공에 돌입해 연간 23GWh 규모로 오는 2025년 1분기 가동이 목표다. 향후 33GWh까지 생산능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우리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급성장하는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단단한 발판을 확보했다"며 "최고 수준의 제품으로 북미 시장을 만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에는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시설 투자 규모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합작법인 및 단독 공장 신설과 중국 원통형 배터리 생산설비 증설 등을 위해 올해 7조원을 투자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1분기 증설 투자 비용은 90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난 3월 미국 스텔란티스와 캐나다에 4조 8000억원을 투자해 45기가와트시(GWh)급 합작공장을 세우고 미국 애리조나에는 1조 7000억원 규모 단독 배터리공장을 세우는 등 연이은 투자가 이어진 결과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뿐만 아니라 폴란드, 중국 등에 생산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장 증설을 위한 총투자 규모는 지난해 1분기 기준 15조 81억원에서 올해 1분기에 20조 6364억원으로 5조 6283억원 증가했다.

삼성SDI도 생산설비 투자를 대폭 늘렸다. 올해 1분기 부문별 투자금액은 총 5696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6% 늘었다. SK온은 올해 4조원 규모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의 이런 투자 확대는 지정학적 이슈와 공급망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공격적 투자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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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 미시건 공장 조감도.


이러한 투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등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올해 1분기 쏟은 양극재 구매 비용은 1년 전보다 크게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 1분기 양극재 구매 가격은 ㎏당 평균 34.0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평균 가격(㎏당 21.8달러) 대비 56.0% 상승한 것이다. 삼성SDI도 지난해 평균 가격(26.4달러)보다 24.2% 오른 32.8달러를 양극재 구매에 썼다.

인플레이션은 해외 증설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물가를 높여 공장 건설비 부담을 키우는 주범이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3%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8%대 고물가를 기록하며 북미 시장 증설을 추진하는 국내 배터리 업계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급등세는 최근 진정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배터리 수요는 높기 때문에 예전 가격으로 되돌아가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여기에 해외 경제 상황 등 여러 요인이 전반적인 비용 부담을 높이는 상황"이라고 했다.


jinso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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