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앞둔 항공산업발전조합 '관변단체화' 논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6.08 18:30

업계 요구 반영 개정항공사업법 7월 시행…연내 출범



의결기구 운영위 '비조합원 과반수' 규정에 관치 우려



"정부 간섭 우려" 지적에 국토부 "전문가 기용" 해명

항공산업발전조합

▲지난해 2월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 모습. 대한항공 여객기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국내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영난 타개 극복의 방안으로 정부에 요구해 왔던 ‘항공산업발전조합(항공조합)’이 연내 출범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위기를 해소시켜 줄 것으로 기대받는 항공조합이 출범도 하기 전에 조직 의결기구인 운영위원회의 ‘비조합원 주도’ 성격을 놓고 업계와 전문가들로부터 ‘관변단체’, ‘관제조합’이라는 우려와 함께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8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조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항공사업법 개정법이 오는 7월 19일 시행된다.

지난해 12월 말 국회를 통과한 이 개정법은 항공업계의 발전과 원활한 경영활동을 위해 조합원의 항공기 도입 등에 필요한 각종 보증과 자금 융자 등을 주업무로 하는 조합 신설을 핵심내용으로 한다.

항공조합은 코로나19로 생존위기에 몰린 항공업계가 요구해 온 사안으로, 지난 2020년 6월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 대한항공 등 10개 국적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 등 양대 공항공사가 모두 참여하는 항공조합 신설 계획을 밝히면서 급물살을 탔다.

올해 내 출범이 예상되는 항공조합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심각한 위기에 업체가 유동성 위기 등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항공산업 분야의 첫 금융안전망이자 지원시스템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문제는 항공조합의 조직 구성이 유사 조합과 비교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점이다. 통상 ‘조합’은 조합원의 상부상조를 위한 자생단체로, 조합원이 의사결정과 사업운영을 주도한다.

그러나 개정 항공사업법은 "조합의 사업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고 업무 집행을 감독하기 위해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운영위원회’를 둔다"고 규정하면서 "조합원인 운영위원의 수는 전체 위원 수의 2분의 1 미만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조합의 최고의결기구인 ‘총회’나 집행기구인 ‘이사회’에 관한 규정 없이 오직 ‘운영위’ 규정만 두고 있다는 점에서 항공조합이 사실상 ‘비조합원’(운영위)의 주도로 운영될 우려가 높다는 외부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물류·관광 등 항공산업과 같은 맥락의 산업인 해운업계에서 항공조합에 상응하는 단체인 한국해운조합(해운조합)을 비교해 보면 확연한 조직 구성의 차이가 드러난다.

해운조합법은 의결기구인 ‘총회’ 아래에 집행기구로 운영위원회 대신 ‘이사회’를 규정하고 있고, 이사장과 3인 이내의 상무이사 등을 제외하면 이사는 조합원으로 한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조합원이 이사회 이사의 과반수를 차지하도록 하고 있다.

항공조합의 운영위 구성을 놓고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항공조합에 정부의 간섭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우려한다.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회처럼 항공조합 운영위도 비조합원 운영위원을 국토부 장관이 위촉하도록 한다면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을뿐 아니라 비조합원 운영위원 자리가 국토부 등 퇴직 공직자의 전관예우 낙하산 자리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해운조합은 해양수산부가, 건설공제조합과 항공조합은 국토부가 각각 관리감독한다.

황호원 한국항공대 교수(항공교통물류학부)는 "조합은 외부기관으로부터의 간섭이 없는 엄격한 자주성이 유지돼야 그 의의가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항공조합의 설립에 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10개 국적항공사 중 대한항공 계열사가 절반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항공조합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은 결국 대한항공에 유리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상호부조라는 조합의 성격상 항공조합에 정부 출연금 등을 지원하는 것을 반대하며 항공사 자체 재원으로 항공조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외부 지적에 국토부는 항공조합의 조직구성에 건설공제조합 사례를 참조했다고 설명했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에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회’ 설치 규정이 있고 운영위원회와 관련해 "조합원인 운영위원의 수는 전체 위원 수의 2분의 1 미만으로 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해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8일 "항공산업은 공공성이 큰 산업인 만큼 정부의 역할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항공조합은 조합원이 자율로 마련하는 정관에 따라 출자 규모와 운영 방식 등이 정해질 것"이라며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항공조합 운영위에서 비조합원 운영위원은 금융, 회계, 법률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고 공무원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뒤 "일각에서 제기하는 정부의 과도한 간섭 우려는 지나친 기우"라고 반박했다.

kch0054@ekn.kr
김철훈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