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 중장기 안목...정도경영 고집
IMF 당시 5대 대형사 중 유일하게 생존한 비결로
증권가 대형화 바람속 금융-부동산 밸류체인 구축
하반기 글로벌 코어리츠 신규상장, 그룹 시너지 '총집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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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증권.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외환위기(IMF), 글로벌 금융위기 등 자본시장에서 온갖 부침을 극복한 대신증권이 오는 20일 창립 60주년을 맞이한다. 대신증권은 1962년 삼락증권으로 시작해 1975년 故 양재봉 창업자가 중보증권을 인수하며 탄생했다. 故양재봉 창업자는 금융으로 국가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금융보국의 신념을 통해 사명을 대신증권으로 변경했다.
◇ IMF 사태 속 5대 증권사 중 유일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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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대신증권 첫 본사인 명동 舊 국립극장 |
특히 대신증권은 경제사변으로 불리는 1997년 IMF 사태에서 5대 증권사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당시 5대 증권사였던 대신, 대우, 동서, 쌍용(현 신한금융투자), LG(현 NH투자증권) 가운데 회사가 없어지거나 경영권이 바뀌지 않은 곳은 대신증권이 유일하다. 100년 전통을 가진 국내 은행들도 IMF 사태에서 파산과 피합병의 진통을 겪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렇듯 대신증권이 위기를 넘고 창립 60주년을 맞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탁월한 리스크 관리 역량과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능력 덕분이라는 게 증권가 안팎의 평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구체화되기 전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2007년 증권업계가 호황기를 보내면서 많은 증권사들이 자기자본투자를 늘리고, 지점을 확대하며 공격적인 경영에 나선 반면 대신증권은 오히려 리스크 관리에 주력했다. 과도하게 진행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를 억제했고, 기존 투자자금도 회수해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했다. 위험도가 높은 상품 운용 규모는 대폭 줄였고, 보유 채권은 안정성과 환금성이 높은 초우량 채권으로 구성했다. 재무, 자금, 리스크 부문에서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수익 모델을 개선하는 ‘정도경영’을 고집한 것이 오랜 기간 회사를 한결같이 지탱해준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 "IPO 하려면 대신으로 가라" IB명가, 주식중개시장 선두주자
‘차별화’와 ‘선도’라는 단어도 대신증권의 60년 역사를 대표하는 키워드다. 대신증권은 IB명가로 이름을 알렸고, 주식중개시장에서 선두주자로 불렸다. 일례로 1991년 업계 최초로 인수합병(M&A) 주선업무 겸영인가를 얻어냈고, 1990년대 당시 수많은 인수 주선 딜을 성공시키며 ‘인수 대신’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기업을 공개하려면 대신증권으로 가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업공개(IPO)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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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본사사옥 여의도로 이전. |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대신증권의 업계 지위에 변화가 생겼다. 우수한 IB 인력들이 빠져나갔고, 저렴한 수수료로 무장한 증권사가 등장하면서 대신증권의 주식중개 부문의 경쟁력이 약화됐다. 자본의 크기가 곧 증권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면서 대다수의 증권사들은 앞다퉈 자기자본 확충에 나섰다.
이러한 대형화 바람 속에서도 대신증권이 택한 길은 ‘차별화’였다. 대신증권은 제한된 자기자본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2011년 8월 중앙부산, 부산2, 도민저축은행의 자산을 자산·부채 인수(P&A) 방식으로 인수했으며, 2014년에는 우리에프앤아이를 인수해 대신에프앤아이로 출범시켰다. 2019년에는 대신자산신탁을 설립해 부동산 신탁업을 개시했다.
◇ 금융-부동산 아우르는 밸류체인 구축...하반기 글로벌 리츠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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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증권 황소상. 주식시장의 강세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황소상을 만들었다. 전남대학교 미술대학장 김행신 교수의 작품으로, 역동적인 대신그룹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실제로 황소를 사들여 그 행태를 연구하는 등 1년여의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했다.. 오랜기간 여의도 대신증권 사옥 앞을 지켜왔으며, 지금은 대신증권 역사관이 위치한 위례사옥 앞에서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에 있는 황소상과 함께 여의도 3대 황소상으로 불리기도 했다. |
대신증권은 이같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금융과 부동산을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기존 증권, 자산운용, 저축은행 등 금융 부문과 에프앤아이, 자산신탁 등 부동산 부문의 전문성을 결합해 고객들의 자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았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8855억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데는 사업 다각화와 고객 자산관리에 대한 노하우 등이 맞물렸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1985년 여의도로 이전할 당시만 해도 대신증권의 총자산은 1237억원, 자기자본 299억원, 임직원 590명에 불과했는데, 현재는 총자산 23조5050억원, 자기자본 2조6029억원, 그룹 임직원 2000여명의 회사로 성장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신금융그룹은 증권, 자산신탁 등 그룹의 시너지를 활용해 하반기 글로벌 리츠 상품인 ‘대신 글로벌 코어 리츠’를 출시할 계획이다. 안정성과 분산투자 효과를 갖춘 유럽 및 일본 등 선진국의 우량자산을 담은 멀티에셋 전략을 구사하는 점이 특징이다.
일본 주요기업의 핵심지역인 지요다구에 위치한 A등급 코어 오피스, 출퇴근이 용이한 주오구 핵심지역에 위치한 멀티패밀리 임대주택을 우선 편입한다. 이후 미국 맨하튼, 유럽 프랑크푸르트, 파리 등에 위치한 우량 코어부동산도 편입할 계획이다. 연 5~6% 수준의 배당수익률을 목표로 하며, 배당은 반기마다 실시할 예정이다.
원금의 100%를 환헷지해 환율변동 리스크를 축소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국토교통부 영업인가 신청을 준비 중이며, 프리IPO를 통한 기관투자자 유치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초기 리츠 설립은 시가총액 4200억원 규모다. 대신금융 측은 "올해 60주년을 맞아 명동 사옥명을 기존 대신파이낸스센터에서 ‘Daishin 343’으로 변경한다"며 "사옥 주소인 ‘중구 삼일대로 343’에서 착안한 것으로, 세계 어디서든 하나뿐이라는 점에서 유일무이한 가치를 지닌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네이밍과 함께 대신금융그룹은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 중"이라며 "업계에서 가장 유니크한(Unique)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듯이, 앞으로도 대신만이 갖고 있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