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협상 진전에 뉴욕증시 사상 최고치
유가 급락·기업 호실적이 훈풍
버리 “시장 고점 근접…1987년식 폭락 가능성”
증시 랠리에도 AI 관련주 공매도 유지
▲마이클 버리
호르주므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진전을 이뤘다는 소식에 글로벌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앞으로 폭락장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최근 증시 반등에도 버리는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자 그의 예측이 적중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71% 오른 5만4085.8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79% 오른 7736.5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2.59% 오른 2만6584.99에 각각 마감했다.
이날 상승으로 다우지수와 S&P500 지수는 모두 종전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S&P500 지수가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지난 6월 2일(7609.78)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한 것이 투자심리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재국인 카타르는 외교적 해결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으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해상 운항에 개방하는 합의가 앞으로 이틀 안에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브렌트유 10월물 선물 가격은 지난달 31일 배럴당 90.12달러에서 이날 79.36달러까지 떨어졌다. 불과 두 거래일 만에 약 12% 급락한 것이다.
미국 기업들의 견조한 실적도 증시를 뒷받침하고 있다. LSEG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까지 S&P500 상장사 가운데 2분기 실적을 발표한 304개 기업 중 85.2%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장기 평균인 67.5%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버리는 글로벌 증시가 1987년과 같은 급락장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BC, 스톡트윗츠 등에 따르면 버리는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서브스택을 통해 “S&P500은 이날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고, S&P500 동일가중 지수는 이미 이전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반면 나스닥100은 아직 역대 최고가까지 다소 거리가 있다"고 적었다.
이어 BTIG의 조너선 크린스키 자료를 인용해 “S&P500이 단 4거래일 만에 5%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사례는 이번을 제외하면 세 차례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닷컴 버블 정점 부근인 2000년 3월 21일과 1999년 4월 23일, 2020년 11월 9일을 사례로 제시했다.
버리는 “정말 중요한 것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와 모멘텀 트레이드"라며 “이들이 다시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SOX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SOXX)의 6개월 기준 30분봉 차트를 근거로 “모멘텀이 다시 상승세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나는 여전히 시장이 중대한 고점 부근에 있으며 1987년과 같은 폭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며 “다만 S&P500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 새로운 자금이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올해 S&P500 지수 추이(사진=트레이딩뷰)
1987년 당시 S&P500 지수는 연초부터 8월까지 36% 가량 급등했지만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에 걸쳐 30% 폭락해 연 상승분을 모두 되돌렸다. 특히 1987년 10월 19일 하루에만 20% 넘게 폭락했다. 버리의 전망대로 현재 S&P500 지수가 약 30% 하락할 경우 지수는 5400선 안팎까지 밀리게 된다.
버리는 증시 급락의 배경으로 레버리지 확대를 지목했다. 그는 “시장이 오르고 변동성이 낮아지면 변동성 목표 전략을 사용하는 펀드들은 레버리지를 늘릴 수밖에 없고 다른 모멘텀 전략들도 추가적인 레버리지를 사용하게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주가 상승과 낮은 변동성이 자기강화적인 투자 사이클을 형성하고, 결국 시장이 방향을 바꿀 경우 매도 압력이 한꺼번에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울러 버리는 최근 증시 상승에도 SOXX를 비롯해 마이크론, 엔비디아, 캐터필러, 팔란티어, 테슬라,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엔비디아와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풋옵션 계약을 롤오버(만기 연장)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 롱포지션은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들 포지션의 장기 전망에는 여전히 확신을 갖고 있지만 시장이 예상과 반대로 움직일 경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포지션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엔비디아를 제외한 나머지 약세 베팅은 모두 수익 구간에 있다고도 덧붙였다.
버리는 지난 6월 30일 “끝의 시작"이라는 경고과 함께 AI 관련주 공매도 포지션을 공개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에도 지난달 1일과 24일, 30일 잇따라 공매도 포지션을 확대하며 AI 랠리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