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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키움증권)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시중은행의 적극적인 정기예금 경쟁이 금융안정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시중자금의 대부분을 상업은행이 차지함에 따라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이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한계기업 등에 대한 자금지원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27일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한 6월 4주차 은행과 저축은행의 정기예금금리는 상위 3사 기준으로 각각 3.13%, 3.53%로 전월 대비 각각 0.87%포인트(p), 0.3%p 올랐다"며 "지금까지 인터넷전문은행,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예금금리 경쟁은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대형은행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 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는 것은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이 4월 이후 빠르게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 연구원은 "5대 시중은행의 저원가성예금은 6월에도 19일까지 11조6000억원 감소했다. 과거와 달리 금리 상승 속도가 빠른 상황에서 금융의 디지털화로 은행간 금리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향후 저원가성예금 이탈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국내 은행은 부족한 자금을 채우는 것뿐만 아니라 향후 금리 인상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정기예금 금리를 높여 정기예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금리 인상, 자금시장 경색에 대비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 법인들이 자금을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점도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5월 대기업과 중소법인 대출 순증액은 총 11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배에 달한다.
서 연구원은 "대부분 우량 기업들은 이미 은행과 한도거래를 유지하고 있어 금리 인상국면에도 시장금리대비 낮은 수준의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기업 입장에서 볼 때 이미 낮은 금리로 한도를 받아둔 만큼 하루라도 빨리 자금을 저리로 조달에 운용하고,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이처럼 이례적인 은행의 적극적인 정기예금 금리 경쟁은 단순히 은행의 조달 비용 상승뿐만 아니라 자금의 이동속도를 가속화함으로써 전반적인 금융안정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서 연구원은 "먼저 시중자금의 대부분을 상업은행이 차지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은행이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6월 상업은행이 정기예금금리를 3.13%까지 올려 저축은행과의 격차가 0.4%p까지 줄어들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게 서 연구원의 분석이다.
우량 기업들이 시중자금의 대부분을 흡수함으로써 한계 기업 등에 대한 자금 지원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그는 "이미 상대적으로 부실화위험이 높은 가계 및 개인사업자 대출 순증은 급격히 감소 있다"고 평가했다.
서 연구원은 "전반적인 상황은 2008년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그 당시에도 은행의 과도한 정기예금 조달로 인한 비은행의 조달비용 상승, 자금시장 경색이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한 바 있다"고 말했다. 차이점이라면 2008년에는 미국이 금융위기를 겪는 덕분에 한미간 통화스왑 및 금리인하 영향으로 단기간 내에 해소된 바 있지만 이번에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 연구원은 "그 당시와 마찬가지로 비은행, 여전사의 자금조달 여건 악화는 가장 먼저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금융 분야의 부실화 위험을 높일 것"이라며 "정부의 시장 안정화를 위한 효과적인 대책만이 금융안정 위험을 낮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그 전까지 은행업종 주가에 대해 보수적 접근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