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에도 자이언트 스텝 필요…정부 입김 배제 독립적 결정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6.2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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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 윤원철 전력산업연구회 연구위원,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박종배 건국대 교수, 조성봉 숭실대 교수, 김수이 홍익대 교수가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전기요금 정상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주제로 세미나에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전력산업연구회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한국전력공사의 적자 탈출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에서도 ‘빅 스텝’ 또는 ‘자이언트 스텝’ 필요성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이는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보이는 우리나라가 국제유가나 천연가스 상승 등으로 심화되는 연료비 변동 폭을 제 때에 적용할 수 있도록 연료비 조정 폭을 과감하게 넓혀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상한은 분기별로 킬로와트시(KWh)당 3원, 연간으로는 5원에 묶여 있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KWh 33.3원으로 추산했으나 이 인상 상한선 제한으로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그 10분의 1 인상 요구하는 것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또 윤석열 정부가 당초 공언한대로 정부의 입김을 배제하고 원가주의와 시장주의에 기반해 전기요금이 독립적으로 결정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단법인 ‘전력산업연구회’(회장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전기요금 정상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윤원철 전력산업연구회 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맡았으며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를 좌장으로 정연제 에너지경제신문 연구위원과 김수이 홍익대 교수, 박종배 건국대 교수, 조성봉 숭실대 교수 등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주제발표를 맡은 윤원철 연구위원은 "연료가격 변동폭 심화에 따라 연료비를 적기에 반영하기 위한 조정폭을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연구위원은 "예를 들어 현재 연료비 조정단가는 분기당 3원, 연간 5원 안팎으로 조정되는데 이를 분기당 5원 이상, 연간 10원 이상으로 조정폭을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1년 전력 판매량인 53만1809GWh를 기준으로 연료비 조정단가를 1kWh당 3원 인상할 경우 전력 판매수익은 약 1조6000억원이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윤 연구위원은 "물가안정을 위한 요금규제를 중단해야 한다"며 "비정상적인 공공요금은 실제로 소비자들이 적게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통해 서 충당하는 것이고 불필요한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가격규제는 단기적으로 공급 부족 → 가격 상승 → 가격 규제 → 공급 감소 및 수요 증가의 악순환을 초래하고 장기적으로는 투자재원이 줄어들면서 공급 확대와 품질 향상에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전기요금 정상화가 강조되는 이유는 한전의 적자가 대표적이다. 연료가격 급등으로 구입전력비가 총 매출보다 커져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1분기 연료비 조정요금은 1kWh당 0원으로 동결돼 연료비 증가분을 한전이 모두 부담하기도 했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팀 연구위원은 "한전의 적자는 유동성 위기를 야기해 신규 투자동력을 잃고 전력 생태계가 붕괴되는 전력산업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너지 절약과 탄소중립 실현에 있어서도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수이 홍익대 상경학부 교수는 "원료비 상승에 따른 전력가격 상승은 소비자들에게 전력을 절약하게 하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석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 수입이 늘어나 무역수지가 적자인 상황에서는 적절한 가격시그널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2030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고 2050탄소중립을 실현함에 있어서도 현재 전력가격이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달성하기도 어려워 질 수 있다"며 "신재생에너지의 적절한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력가격을 장기적으로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에너지가격을 결정하는 독립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방향도 제시됐다.

윤 연구위원은 "에너지가격 결정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고 사업자의 성과를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독립 규제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전기요금은 현재까지 전형적으로 정치와 외부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며 "현재 체제가 지속될 경우 안정적 전력공급이 위협받고 미래 사회적 비용이 늘어난다"고 우려했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전기요금을 결정할 경우 정치적·재량적 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선진국에서는 독립규제기관에서 독립성, 투명성, 전문성을 토대로 전기요금을 결정한다. 전기요금에 반영된 사회적 비효율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라고 소개했다.

claudia@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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