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산업계 "비용 눈덩이…생산할 수록 손해" 한숨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6.28 16:10

3고.노조리스크에 전기요금 인상 덮치며 '퍼펙트 스톰

전기료 ㎾h당 5원 오르면 산업계 전기료 부담 연 1조4500억원 늘어



中企들 "하필 여름철 성수기에 가격인상 해야 했나…지원책 내놔야"



반도체·IT·철강 대기업 "기업 가격경쟁력 악화 가능성…자구책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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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국전력이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를 연간 최대 수준인 kWh당 5원 인상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정희순·이승주 기자] #대기업들은 생산 규모가 큰 것도 있지만 그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로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중견·중소기업들은 생산에 필요한 기본적인 비용이 오르게 되면 판매가를 올려야 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매출과 영업익 하락을 고려하면 인상된 고정비를 판매가에 전가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전기료 인상까지 더해지니 죽을 맛이다. (충청·A 제조업·유모 씨)

#원자재 가격에 물류비, 유가까지 어느 것 하나 높지 않은 것이 없다. 한국전력이 적자 상황인 것은 안타까우나 꼭 경기가 이 지경인 상황에서 전기료를 인상해야 하는 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여름철이라 공장 가동하는데 직원들 생각하면 냉방도 신경 써야 한다. 정부가 중소업체에 대한 지원책이라도 마련해두고 전기료를 인상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경기도·B 제조업·정모 씨)

정부가 결국 전기요금을 ㎾h당 5원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산업계 현장에서 들리는 ‘곡(哭) 소리’다. 공장 가동을 위해 대규모 전력을 사용해야 하는 산업계 입장에선 부담의 폭이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기업들은 기업 경쟁력 악화 우려를, 중견·중소업체들은 한전을 살리기 위해 우리가 죽어야 하냐는 푸념과 함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에 금리와 환율까지 오른 마당에 전기요금까지 고정비용이 늘어나면서 생산하면 할수록 손해를 볼 상황이라는 아우성이다.

한국전력이 지난해 국내 산업용으로 판매한 전력량은 29만1333GWh(기가와트시, 100만㎾h)다. 단순 계산으로 따지면 1㎾h당 전기요금이 5원 증가하면, 국내 산업계에는 1조 4567억원의 요금 부담이 늘어난다. 즉, 전기요금이 늘어난 만큼 기업들의 수익성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 기업들 ‘엎친데 덮친격’ 부담 토로


기업들은 원자재에 금리 환율까지 오르는 마당에 전기료까지 인상되면서 고정비용이 한꺼번에 오르면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특히 전력 사용이 많은 주물과 열처리 업종의 경우 비용 증가로 채산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한국전력에 따르면 주조업체의 경우 2020년 기준 제조원가 중 전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8%에 달한다. 일부 기업의 경우 30%까지 차지하는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 전기요금은 대기업보다 평균 17% 이상 높은 상황으로, 이미 중소 제조업체 88.8%가 산업용 전기요금 수준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광물,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코로나 장기화로 활력을 잃은 중소기업들의 부담 가중. 특히 제조원가 대비 전력요금이 높은 뿌리 및 섬유직물, 열처리 업종의 부담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정부 지원책에 대해서는 "여름·겨울철 요금을 봄·가을철 요금 적용, 토요일 낮시간대 중부하 요금을 경부하 요금으로 적용하는 등 중소기업 전용요금제를 통한 합리적인 요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며 "고효율기기 교체 지원 확대 등 에너지 절감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반도체와 IT·철강 등 대기업 "부담 가능하지만 가격경쟁력 하락 우려"


대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전기 사용량이 절대적으로 많은 반도체와 철강·IT업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에서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는 지난해 한국전력으로부터 18.41TWh(테와라트시, 10억kWh) 규모의 산업용 전력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 1㎾h당 전기요금 +5원)을 대입해 계산하면 삼성전자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전력 구매 비용은 약 921억원 정도 증가하는 셈이다.

다만, 이들은 중소업체들과 비교해 정부 혜택과 자구책을 마련한 터라 큰 부담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동훈 NHN클라우드 대표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기료 인상에 따른 타격 유무에 "운영비용은 분명히 상승될 것이고, 타격은 있을 것이지만 비용이 막 크게 오르는 구조는 아니다"며 "전기 활용하지 않고 IDC에서 발생하는 열을 낮추도록 다양한 기술적 노력 통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 역시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가동돼, 이미 심야시간 및 관련 정책에 혜택을 적용받는 터라 새로울 건 없다"면서도 "전기세가 매출 원가에 포함되는 부분이라, 기업 전체로 보면 경쟁력에 대해 난항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도 "당초 ㎾h 당 3원으로 예상을 했었는데, 그보다 높은 5원 이상이 발표되면서 일반 가정은 물론 반도체와 철강산업 등 전력소비가 많은 산업계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비용 부담은 기업들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국제 경쟁력 하락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그러면서 "요금 인상과 별개로 최근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전력산업기반기금 요율 인하 등의 정책이 나와야 한다"며 "심야 시간 전기세 절감은 있지만 심야 인건비와 기타 민원을 따지면 절감 혜택을 받는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 경제계 "전기료 인상 필요성 공감하지만 지원책도 마련돼야"


경제계는 전기료 인상 필요성에 일부 공감을 나타내면서도 기업들 부담 경감을 위한 정부의 적절한 지원 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류성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정책팀장은 "전기요금 상승은 기업 입장에선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특히 전력 사용량이 많은 제조업, 뿌리 산업의 부담이 클 것"이라며 "물가 상승 압력이 심한 현 상황에서 전기료 인상은 연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한전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전기요금 정상화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최근 고물가 상황 등 경제적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며 뿌리산업 등 전기요금이 원가에 많이 반영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대책도 함께 논의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중기중앙회도 논평을 통해 "한전의 누적 적자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지만, 중소기업의 열악한 현실을 외면할 순 없다"며 "‘중소기업 전용요금제’ 도입 등 합리적인 요금체계 개편과 고효율 기기 교체지원 확대 등의 조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기섭 한양대 경영대학 겸임교수는 "대기업들은 여러 면에서 전기료 인상에 흔들릴 정도로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전기료 인상으로 내외부 경기 압박이 심해질 것으로 판단한다"며 "중소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옵션이 극히 제한적인 것을 염두에 두고 정부의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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